일본 파나소닉,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 주도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의 쌀’인 반도체와 더불어 배터리는 가장 중요한 품목이다. 단순히 스마트 폰의 전력원을 넘어서 탄소중립을 위한 ESS(에너지저장장치)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향후 UAM(Urban Air Mobility) 등 미래 모빌리티 방향을 이끌 중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대전에서 선두는 중국의 CATL이다. 한편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우리나라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및 SK온 등의 추격을 받고 있어 글로벌 경쟁구도는 중국의 CATL, BYD 등과 우리나라 3사로 압축된다. 그러나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서 앞서 있는 글로벌 3위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도 배제할 수 없다. CATL을 필두로 국내 3사를 포함하여 세계 주요 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글로벌 배터리 대전의 양상을 살펴보고 우리 기업들의 대응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전기차 시대의 도래와 함께 각광 받고 있는 것이 리튬이온계열 2차전지이다.
그런데 LG엔솔과 SK이노베이션의 주력 품목인 파우치형은 공정이 복잡하고 대량생산에서 다소 불리할 뿐만 아니라 화재 및 폭발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단점이 있다. 삼성SDI의 주력 품목인 각형 역시 공간 효율과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 전고체 배터리, 화재 및 폭발 위험 없고 에너지 밀도 높아 주목
한편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는 배터리 시스템 구축 비용이 높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밀도가 높은 원통형 배터리를 채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전해질이 고체인 전고체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며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은 장점이 있다. 화재나 폭발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 관련 부품이 차지할 공간에 배터리를 더 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에 주목하여 일본에서는 예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해 오고 있다. 물론 고체 전해질과 양극 및 음극 사이의 충분한 접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빨라야 2025년 이후 시장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파나소닉, 토요타와 더불어 전고체 개발의 선두주자
일본은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을 개척했지만 대규모 투자에 머뭇거리는 사이 우리나라와 중국이 이를 틈타 재빨리 시장을 선점한 바 있다.
일본은 이런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LG엔솔, SK이노베이션 및 삼성SDI가 중국의 CATL 등과 함께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순위는 뒤지지만 홀로 상위 랭킹을 유지하는 일본 기업이 있다.
바로 오래전부터 가전으로 유명한 파나소닉이다. 파나소닉은 토요타와 더불어 전고체 개발에 있어 선두주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과 전기차 배터리를 양분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전문가들도 파나소닉의 부활에 우려를 표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다.
최근 10년 간(2011~2020년) 전세계 기업별 전고체 배터리 특허출원 건수를 보면 10위 권에 일본의 6개 사가 있는 반면 우리나라 기업 3개 사와 독일기업 1개 사가 있다.
기업별로는 토요타가 901건, 파나소닉이 220건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외에 무라타제작소, 이데미츠코산, 후지필름 및 TDK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삼성전자 184건, LG화학 132건, 그리고 현대자동차가 119건으로 바짝 뒤를 쫓고 있는 양상이다.
• 토요타와 합작, 전고체 배터리 장착 전기차 발표
이미 2008년부터 토요타와 제휴하여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시작한 파나소닉은 2020년 토요타와 지분 51% 대 49%로 합작회사 Prime Planet Energy & Solution(PPES)을 설립하였으며 2021년 9월에는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승용차를 공개한 바 있다.
파나소닉은 향후 2025년까지 배터리 제조비용을 최대 70%까지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PPES는 일본 효고현과 중국 다롄 등에 생산기반을 갖고 있으며 올해부터 도쿠시마 공장에서 약 50만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 테슬라의 4680형 대형 배터리 공급 예정
이와 아울러 파나소닉은 크기를 대형화하고 원가를 절감한 원통형 4680 계열 배터리를 테슬라에 공급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4680은 지름 46mm, 길이 80mm를 의미하는데 기존 지름 21mm, 길이 70mm보다 대형화된 것을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원통형 배터리 대비 용량은 다섯 배로 늘린 반면 원가는 20% 가까이 절감할 수 있는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배터리는 테슬라 모델 Y에 장착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파나소닉은 2022년 3월 초 800억엔(한화 약 8,400억원)을 투자하여 와카야마현에 전기차용 4680 배터리 생산라인 두 개를 조성하여 2024년 3월 대규모 양산에 들어갈 것을 발표하였다.
파나소닉은 이미 2014년 테슬라와 합작하여 미국 네바다에 테슬라의 기가배터리 공장을 추진하는 등 테슬라의 미국 판매용 전기차 배터리를 거의 독점 공급하고 있다.
• 비즈니스 액셀러레이터에도 활발히 참여
파나소닉은 가전제품에서 국내 기업들에게 밀리자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단행한 바 있다. 즉 주력사업 분야를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차량용 전장, 가전과 IoT를 접목한 첨단 주택분야 등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전자 쇼인 CES에 자율주행차 시스템, 차세대 배터리 및 첨단에너지 시스템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에는 IBM과 제휴하여 AI 왓슨을 적용한 AI 주택 서비스분야에도 진출하였다.
한편 파나소닉은 2014년 별도의 IP 회사를 만들고 스타트업 지원 등 생태계 구축을 추진해 왔는데 담당 조직에 500명에 달하는 인력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나소닉은 2018년 일본 내 벤처캐피털 업체 스크램 벤처즈 및 INCJ와 함께 공동 출자하여 BeeEdge라는 비즈니스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한 바 있는데 이는 몸집이 큰 거내기업 사내에서 혁신을 사업화하기에는 곤란한 점을 감안하여 기업 밖에서 창업을 유도하고 기업은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보수적인 일본 기업 분위기와는 달리 혁신에 주목하여 발빠르게 움직이는 파나소닉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