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CBCD 대응 플랫폼 구축 경쟁…한은 “안전성 확보 우선”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움직임이 본격화 되면서 시중은행도 플렛폼 구축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전자 형태의 화폐를 말한다.
한국은행이 CBDC 발행과 관련된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CBDC 발행 이후 중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앞다투어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 구축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2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CBCD 발생 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최근 ‘CBDC 대응 파일럿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했다.
NH농협은행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우선 디지털자산 시장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CBDC 도입 시 원활한 유통·결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검증할 예정이다. CBDC의 핵심 인프라인 전자지갑 서비스도 준비한다.
■ 시중은행, 경쟁 뒤처질라...플랫품 구축 속도전
은행권 중 신한은행이 가장 빠르게 움직였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월 CBDC 발행·유통을 대비한 시범 테스트를 마쳤고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플랫폼 구축을 완료했다.
신한은행이 시범 구축한 CBDC 플랫폼은 한국은행이 발행한 CBDC를 중개기관(은행)에 유통하고 은행이 CBDC를 개인에게 지급, 개인 및 가맹점이 CBDC 활용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 방식을 활용, 가상의 환경에서 CBDC와 은행 계좌 연동, 결제, 개인 간 송금, CBDC의 원화 환전 등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을 충전하거나 송금과 결제 등을 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멀티에셋 디지털 월렛(Digital Wallet)을 시험 개발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4월 포스텍 크립토블록체인연구센터와 CBDC 기술 검증을 마쳤다. 지난 2020년 말에는 블록체인 기반 자금 중개 서비스와 고속도로 통행료 미납 납부·환불 신청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기도 했다.
우리은행도 올해 1월 오픈소스 네트워크인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스테이블 코인인 ‘우리은행 디지털화폐(WooriBank Digital Currency·WBDC)’와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NFT의 발행, 이를 송금과 결제에 이용할 수 있는 멀티자산지갑 등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할 예정이다.
시중은행이 이처럼 앞다투어 디지털 화폐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는 것은 CBDC 발행 이후 은행권 내부 시장은 물론 빅테크 기업과의 화폐 유통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CBDC가 활용될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은 현재 전자금융업자들이 영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 점유율을 보면 은행이나 카드사 등 금융사는 지난 2016년 56.6%에서 2021년 상반기 기준 28.5%로 줄었다.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 기업 점유율은 26.6%에서 49.4%로 급증, 금융사 점유율을 빠르게 뺏어오고 있다.
■ 한은, 안전성 확보가 우선...연구개발 박차
시장에서는 CBDC에 대한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발행 주체인 한은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안전성 등을 최대한 검토하고 발행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CBDC 관련 사안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이 총재는 인사청문 답변서에서 “최근 디지털 경제로의 빠른 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CBDC 연구·개발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이에 동감하다”며 “CBDC 도입 여부는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완벽히 마련된 후 사회적 합의 등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의 CBDC 개발 관련 연구도 한창이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오는 6월까지 총 10개월간 CBDC 도입과 관련해 기술 점검을 위한 모의실험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본 기능을 구현하는 1단계 테스트를 완료하고 오는 6월까지 확장기능을 검증하는 2단계 실험을 진행한다. 2단계 모의실험에서는 디지털자산 거래, 오프라인 결제, 국가 간 송금 등 다양한 추가 기능을 구현하고 작동여부를 점검한다.
한은은 모의실험 종료 후에는 금융기관과 협력해 추가 실험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