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계곡 살인사건, 경찰의 내사 종결에도 이은해에게 '사망보험금' 지급하지 않은 이유는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경기 가평군에서 발생한 계곡 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은해(31)는 내연 관계였던 공범 조현수와 함께 배우자 윤모씨의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
배우자의 사망 이후 이뤄진 조사에서 경찰은 계획적인 살인이 아닌 단순 익사사고로 판단했고, 이후 이은해는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
경찰이 단순 사고사로 판단했음에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이은해는 배우자와 혼인신고를 한 지 5개월만인 2017년 8월 윤씨를 피보험자로 해 한 보험사에 생명보험 상품 4개를 동시 가입했다. 이 밖에도 이은해는 윤씨를 피보험자로 한 손해보험 상품 2개도 가입했다.
이은해는 이들 상품을 계약하면서 보험금 수령자를 자신으로 지정했다. 납입한 보험료는 매월 최소 70만원 이상으로 전해졌다.
이은해가 달마다 거액의 보험료를 내는 동안 윤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이은해에게 "전기요금 3만8000원을 내도록 도와달라"거나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생수를 사 먹게 1만원만 입금해 달라"는 등 금전적 지원을 요청했다.
윤씨는 보험 가입 이후 수차례 목숨을 잃을 위기를 겪었다. 2019년 2월에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복어 피가 섞인 음식을 먹고 죽을 뻔했으며, 같은 해 5월에는 경기 용인시 낚시터에서 물에 빠져 일행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그해 6월 윤씨는 이은해와 함께 놀러 간 경기 가평군의 계곡에서 결국 물에 빠져 숨졌다. 사건 발생 초기에는 윤씨가 단순히 물놀이를 하던 중 숨진 것으로 알려졌고, 경찰은 당시 변사 사건으로 내사 종결했다.
윤씨가 사망한 4개월 뒤, 이은해는 보험사에 윤씨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한다. 하지만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보류했다. 경찰이 내사 종결했음에도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이유는 무엇일까.
윤씨의 사망 추정 시각은 보험이 만료되기 4시간을 앞둔 시점이었다. 또 윤씨가 피보험자로 가입한 보험은 미납으로 해지될 뻔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간신히 계약이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는 경찰이 초기 내사 단계에서 타살 혐의점을 찾지 못해 종결했으나 이후 보험사가 이은해를 보험사기 혐의로 고발하고 윤씨의 가족, 지인들이 의심스러운 정황을 경찰에 제보하면서 재수사가 진행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보험사는) 과도한 보험료를 무리해서 납부했다거나 보험금이 과도한 점, 사고 시점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웬만하면 지급을 하려고 한다. 금융당국에 민원이 들어가거나 하면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는 보험사기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될 때"라면서 "보험사마다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이 있어서 자료 확인 등 사실 과정을 거쳐 판단한다"고 말했다.
각 보험사마다 보험사기 관련 사례를 모아 경험과 사건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보험사기의 경우 △과도한 보험금 설정 △소득 대비 과도한 보험료 지출 △수익자가 사건과 관련된 점 △가입자에게 사건사고가 잦은 점 △보험가입 기간 등을 두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은 SIU에 경찰 출신을 적극적으로 채용해 보험사기 정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확보하기도 한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조사가 필요 없는 경우라면 보험금을 바로 지급하지만, 보험사기가 의심되면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시간을 들여 조사한다"면서 "보험사기라고 판단되면 경찰에 신고하고, 조사 기간 동안은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은해의 경우 경찰이 내사 종결 했음에도 과도한 보험금 설정과 보험가입 기간, 사고 시점 등 의심가는 부분이 많아 해당 보험사가 지급을 거절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