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의 ‘공급망 ESG협력’은 규제 단계, 윤석열 정부의 Scope 3 정책 노려야
ESG경영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과 같은 재무적 지표뿐만 아니라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지표에 대한 국제적 기준(Global standard)을 충족시켜나가는 게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예컨대 유럽연합(EU) 플라스틱 규제, 제품 생산과정에서의 인권기준 등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EU수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고생해서 만든 제품이 ESG기준에 걸려서 제대로 팔리지 못할 경우, 기업의 재무적 지표는 악화되게 마련이다. 그런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는 추락한다. ESG 투자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투자대상에서 제외되면 제품을 만들 자본력도 취약해진다. 요컨대 ESG경영이 불량하면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는 시대가 도래중이다. 따라서 ESG경영 성공전략은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치열한 생존전략으로 추구돼야 한다. 성공을 위해서는 모든 주체 간에 손발이 맞아야 한다. ESG가이드라인을 제작하는 정부, 그 가이드라인에 따라 경영하는 기업, 경영의 비전을 바라보는 투자자가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ESG경영은 '능동성'을 기준으로 볼 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E(환경)와 G(지배구조)는 ‘규제 영역’이다. 지구온난화를 저지하기 위해 탄소중립의 실현(E)과 투명성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지배구조의 수립(G)라는 목적 실현을 위해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및 법규가 마련돼 있다.
따라서 E와 G에 관한 기업경영은 ‘규제 대응전략’의 형태로 나타난다. 규제 대응은 언제나 비용을 발생시킨다. 더욱이 규제 대응에 실패하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나 모건스탠리캐피탈 인터내셔널(MSCI)의 ESG 등급 평가에서 점수를 깎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금전적으로 큰 손실을 보거나 경영전략에 차질을 빚을 위험에 노출된다. 예컨대 한국전력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석탄발전에 투자했다고 해서 지난 해 외국 기관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굴욕을 두 차례나 겪었다.
LG화학의 신학철 부회장은 지난 해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시켰다가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급기야 지난 23일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지분 6.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신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분 30%를 보유한 ㈜LG 등이 찬성해 신 부회장은 사내이사에 재선임됐지만, 물적분할이 G와 관련된 리스크로 부상한 상황이다.
반면에 S(사회)는 창의적 영역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면 된다. 규제는 없다. 일종의 열린 공간이다. 청년·노인·여성 등 상대적 약자를 위한 을 위한 프로젝트, 지역문화 육성, 코로나 지원, 다문화 가정 지원, 협력사 지원, 중소기업과의 상생경영, 유공자 가족 지원, 후진국 교육지원, 창업지원 등은 모두 S와 관련된 경영활동으로 평가된다.
■ Scope 3 탄소감축 지원은 일석이조 효과, 탄소 중립(E) 앞당기고 사회적 책임(S) 실현 효과도 커
그런데 E와 S는 완전히 분리된 영역이 아니다. 상호 중첩되는 성격을 갖기도 한다. 이 상호 중첩성을 활용하면 ESG경영의 효율성을 큰 폭으로 높일 수 있다. 돌 하나 던져서 새를 두 마리 잡는다는 ‘일석이조’효과를 본다.
협력사 지원이나 중소기업과의 상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해당기업의 탄소배출 감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그 사례가 될 수 있다. 글로벌 ESG가이드 라인은 이런 식의 결합을 유도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사실상 합의한 어젠다인 ‘2050 네트제로(탄소중립)’은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만 줄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인류의 모든 문명행위에서 알게 모르게 새어나오는 탄소발자국(탄소배출)을 모두 잡아내서 지워버리자는 극단적 프로젝트이다.
때문에 탄소배출 감축활동은 광범위한 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 기업이 탄소배출량을 종합적으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3가지 영역(Scope)을 모두 관리해야 한다.
우선 Scope 1은 ‘직접 배출’이다.회사의 생산라인, 건물, 차량 등에서의 탄소배출이다. Scope 2는 ‘간접 배출’이다.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발생시키는 탄소배출을 지칭한다.
마지막으로 Scope 3는 ‘가치 사슬 전반에서의 배출’이다. 기업이 소유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이다. 대기업 A의 협력사가 납품하는 제품이나 부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과정 전반에서 발생하는 탄소가 여기에 포함된다. 사실 Scope 3는 포괄적이라 정확한 범위 설정이 쉽지 않다. 엄격하게 말하면 직접과 간접 배출을 제외한 모든 탄소배출을 의미한다.
이러한 ‘모호성’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영역이다. 제대로 이뤄지면 감축효과가 크다. 대기업의 탄소배출 총량중 최대 80%가 Scope 3에 해당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이다. Scope 3 탄소감축에 성공하면, 일론 머스크처럼 탄소배출권을 판매해서 큰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내걸고 있는 탄소중립 목표의 성공여부를 가늠지을 승부처는 바로 Scope 3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Scope 3 탄소감축을 위해서는 협력사의 탄소배출 감축 프로그램에 대한 재무적, 기술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행위는 ‘사회적 가치(S)’ 창출행위이다.
탄소중립이라는 E경영 목표를 달성하면서 동시에 협력사와의 상생이라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방법론이 Scope 3 탄소감축인 것이다.
■ 한화솔루션의 ‘협력사 ESG 평가 및 컨설팅’은 ‘상생’보다는 ‘규제’ 단계 / 태양광 리더 김동관 대표, Scope 3 감축 노력 시작해야
한화그룹의 3세 경영인인 김동관 대표가 이끌고 있는 한화솔루션의 ‘협력사 ESG평가 및 컨설팅 지원’은 그런 가능성을 내포한 프로젝트이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ESG평가 모형을 적용해 중소 협력사 24곳의 탄소배출량, 안전보건, 회계투명성 등의 항목을 점검해준다.그 결과에 따라 협력사에 대한 ESG교육 및 컨설팅도 지원한다.
협력사를 신규로 등록할 때 ‘환경안전 평가’를 실시해서 합격한 업체만을 받아들인다. 불합격 업체는 납품단가, 기술력 등에서 우월해도 한화솔루션의 협력업체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기존 협력업체도 사후 평가를 실시해 기준에 미달하면 입찰을 제한할 수 있다. 발주 건마다 ESG평가를 한다.
이처럼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할 경우, 한화솔루션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는 상황에서 공급망의 탄소배출을 관리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의 기본적 대응전략이다.
하지만 한화솔루션의 ‘협력사 ESG평가 및 컨설팅 지원’은 ‘지원’보다 ‘규제’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는 김동관 대표의 강력한 ESG경영 의지를 반영한 규제로 보여진다. 협력사의 자격을 부여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ESG허들’을 설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력사 24곳의 탄소배출은 한화솔루션의 Scope 3 문제이기도 하다. 협력사 24곳의 탄소배출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탄소감축을 위한 본격적인 지원을 하는 게 ‘진화된 ESG경영’이 된다.
물론 한화솔루션도 Scope 3 탄소감축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2020년부터 Scope 3 배출량 관리를 실시해오고 있다. “제품생산을 위한 원재료 및 서비스 구매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제품 운영 과정에서 발생된 페기물, 투자자산 항목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Scope 3의 탄소발자국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Scope 3의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어떤 해결 솔루션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김동관 대표는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을 키워온 인물이다. Scope 3 탄소감축을 위한 구체적 행보를 시작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글로벌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 격전지 될 Scope3
실제로 향후 글로벌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의 수준은 Scope3의 탄소감축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Scope 3(협력회사·물류·출장)의 온실가스(탄소) 배출 관리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Scope3의 탄소배출량은 Scope 1을 훌쩍 뛰어넘는다.
2020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Scope 1 탄소 배출량은 572만톤이이다. Scope 2는 907만톤이다. Scope1,2를 합치면 1479만톤이다. 하지만 Scope 3의 탄소 배출량은 더 많다. 협력회사 827만톤, 물류 822만톤, 출장 10만톤 등으로 총 1659만톤이다.
Scope 1,2,3를 합친 삼성전자의 총 탄소 배출량은 3138만톤이고 그 중 Scope 3가 차지하는 비중은 53%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탄소중립 전략은 협력사의 네트제로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더 적극적이다. 2020년 알리바바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모두 951만톤이라고 한다. 영역별로 따지면 Scope 1이 51만톤, Scope 2가 371만톤, Scope 3가 529만톤 등이다. 전체 탄소 배출량 중에서 Scope3의 비중이 56%에 이른다.
알리바바는 2030년까지 Scope 1, 2의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한편, Scope 3의 경우, 2030년까지 업스트림 및 다운스트림의 협력사들과 함께 2020년 기준 연도 대비 5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이다,
나아가 Scope 3 플러스(+)'의 탄소감축도 선언했다. 공급망의 가치사슬을 넘어서는 온실가스까지 줄이는 노력을 시작하겠다는 주장이다. Scope 3, Scope 3 플러스(+) 등의 경우, 그 범위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명확하지 않다. 또 그 범위 내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생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체 탄소배출 감축량을 확대하기 위해서 Scope 3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게 알리바바의 최고경영자(CEO)인 다니엘 장(Daniel Zhang) 회장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 '시장주의’ 윤석열 정부, 대기업은 놔두고 중소기업 ESG정책에 집중 / Scope 3 지원하면 정부의 금융 및 조세지원 등 3가지 이득 챙길 듯
알리바바의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어떤 글로벌 기업이 Scope 3 경쟁에서 리드할 지는 CEO의 의지에 달려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딥러닝 등을 활용해 Scope 3의 탄소 발자국을 모조리 잡아내서 효과적인 해결 솔루션을 도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측정의 도구와 솔루션을 도입하려면 상당한 투자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권을 지닌 CEO가 주도하지 않으면 눈치를 봐야하는 임원 중 누구도 나서기 어려운 과제이다. 당장 돈을 벌어주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ESG 프로젝트는 예외없이 재무적으로는 비용 증가 요인이다.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ESG 정책은 한 마디로 ESG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에 집중돼 있다. 자체 역량이 충분한 대기업은 굳이 간섭할 필요가 없다는 자유시장경제적 접근법이다.
또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축소하는 방향으로 전면 수정할 계획이지만, 실행력을 높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선 공약에 따르면 노후산업단지 및 중소기업 밀집단지를 탄소중립형 산업단지로 전환하는 것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금융 및 조세지원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금융위원회 등과 협력해 구체적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사가 탄소중립형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데 지원을 한다면 세 가지 이익을을 기대할 수 있다.
첫째, 새 정부로부터 상당한 금융 및 조세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한 탄소감축 경쟁에서 앞서게 된다. 셋째, 사회적 책임(S)을 수행하면서 환경(E)의 리더가 되는 융합적 ESG경영을 실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