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굿잡 코리아 포럼(9)] 이병훈 중앙대 교수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 국정과제 보완해 재설정해야”
“대한민국, 노동현실 개선됐지만 OECD 내 후진적 노동문제 안고 있어”
‘일하는 사람 권리보장 기본법’ 제정 및 노동법 보호 사각지대 해소 촉구
[뉴스투데이=김종효 기자] 이병훈 교수(중앙대 사회학과)가 대한민국 노동현실을 진단하며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한국 이면에 산적한 후진적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2 굿잡 코리아 포럼’에서 ‘새 정부 고용노동정책 개혁과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이번 포럼은 뉴스투데이(대표 강남욱)가 개최하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간사)과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이 공동 주최했다. 지난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선출된 이후 처음 열리는 새정부 일자리 정책 포럼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 교수는 미국 코넬대학교 대학원에서 노사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노동문제에 천착해온 대표적인 학자다. 그는 현재 공공상생연대기금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이 교수는 대한민국의 두 얼굴을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고 정의하며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정책으로 노동현실이 일부 개선됐지만 산재사망사고, 노동시장 소득격차, 장시간 노동, 단체협약 적용, 노동 생산성 및 노사관계 등 주요 노동지표에서 대한민국은 이른바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후진적 노동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은 산재사망이 감소했지만 OECD 회원국 평균보다 40% 이상 높고 노동시간 역시 줄었지만 OECD 평균보다 221시간 더 길다. 이에 따라 성별 임금격차가 줄었지만 여전히 OECD 최고 수준이고 고용형태와 기업규모별 임금 격차가 심각하다. 특히 열악한 근로상황을 점검하는 근로감독관을 확충했지만 노동법·안전망 사각지대가 존재하며 일자리정부를 자처한 것과는 달리 고용 실적이 미흡하고 일자리 질은 악화됐다는 것이 이 교수 주장이다.
이 교수는 대전환 시대를 맞아 일자리 위기와 노동시장 불평등구조의 심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 에너지 전환·디지털 전환·포스트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 등으로 산업구조가 대전환을 맞아 일자리 소멸과 고용위기에 대한 적극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현재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취업인구가 2025년 전후로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며 소득·복지 격차와 고용 경직성,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욱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 교수는 새 정부가 노동개혁 방향과 정책 과제로 후진적 노동문제 해결과 전환적 시대의 난제 대처,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노동개혁 비전을 설정해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경제 선진화 도약을 뒷받침하는 노동존중·노사상생 문화와 선진경제에 걸맞는 일-생활 균형과 노동생명 안전, 그리고 노동시장의 유연 안전성을 지향하는 노동개혁의 국정과제와 추진전략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새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 권리보장 기본법’을 제정하고 노동관계법을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하고 근로감독행정을 강화해 노동법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 교수는 "일하는 사람의 생명안전권 보장을 위한 행정체계 구축,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상병수당 등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소득기반의 노동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며 "대전환시대에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기 위한 공정한 전환 거버넌스 확립과 일-생활 균형을 위한 실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임금격차와 고용 분절구조 해소를 위한 노동시장 유연안전성 개혁을 담보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해야 한다"며 "상생발전의 노사관계문화를 늘려 일터혁신을 촉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새 정부의 고용노동정책공약을 검토한 결과 중대산재, 노동법·안전망 사각지대, 노동시장 격차구조 및 미조직노동 불안정성, 장시간노동 등 후진 노동 구조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미흡하다며 노동·일자리 질 개선을 담은 국정과제를 보완해 설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 근로시간 유연화·계좌제, 세대상생형 직무성과형 임금체계, 최저임금제도 개편, 불합리한 노조 단협 시정 등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조활동 제한을 둘러싼 노정갈등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유연안전성 지향의 노동시장개혁과 노조와의 사회적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 교수는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경제와 노동이 어깨 걸고 함께 나아가는 새 시대가 개막되길 고대한다”며 “차기 정부에서 후진적 노동 현실의 개혁이 노사 간, 보수-진보 진영 간에 소모적인 이해 다툼과 입장 대립으로 허송세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뼈있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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