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 규모가 커지자 가상자산 연계 사업에 진출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새 변이인 오미크론의 확산과 미국의 양적 긴축, 금리인상에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며 경제 불안요인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미래의 고객이라 할 수 있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암호화폐는 물론 비트코인, 대체불가토큰(NFT) 등 디지털자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도 가상자산 사업에 증권사들이 관심을 갖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인프라 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은 올해 6월까지 가상자산의 제도적 수용 방향 연구 용역을 통해 입법을 지원하며, 11월까지 증권형 토큰(STO) 플랫폼 구축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3월 특정금융정보의 보고와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으로 제도권 내에서 가상자산 사업자의 지위를 획득했다.
증권사의 경우 증권과 암호화폐 거래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서 투자자들은 수익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환호하는 분위기다.
특히 새해 주요 증권사 수장들이 신년사에서 금융투자시장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등을 언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역시 관련 공약 발표에서 나란히 가상자산 법제화를 내걸며 가상자산 시장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다음 정부에서 증권사들의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이처럼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면서 최근엔 미래에셋증권과 유진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교보증권, SK증권 등이 연달아 가상자산 관련 분석 리포트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국내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SK증권 등이 사업 진출을 위해 증권형토큰(STO) 개발 및 발행을 위한 인재 영입도 한창이다.
대형사인 미래에셋증권의 모기업 미래에셋금융그룹은 가상자산 분야 인력 채용에 나섰다.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전문회사 설립 검토에 들어갔으며 관련 사업에 적극적이다.
가상자산 수탁 사업의 가장 큰 고객은 기업으로 특금법에 따라 실명 개인계좌로만 암호화폐 매매가 가능하다. 따라서 기업은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법인계좌를 통한 거래를 할 수 없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은 한 채용정보 서비스 업체를 통해 가상자산 전문회사 부문별 경력직 채용 공고를 냈다.
미래에셋그룹은 이달 말에서 내달 초를 목표로 블록체인 기술기업, 은행 등과 신설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사업 모델인 ‘코인은행’은 기업의 가상화폐와 NFT를 관리하는 서비스다.
이번 채용 공고가 미래에셋컨설팅에서 진행하지만, 채용 대상자는 향후 별도 설립될 신규 가상자산 전문회사에 소속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을 비롯한 다양한 가상자산의 기관 대상 서비스를 연구 및 개발할 예정이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암호화폐,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과 자산의 등장은 새로운 시장과 비즈니스를 만들어냈다”며 “이런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기업은 새로운 시장의 강자로 성장했다”고 언급했다.
SK증권 역시 최근 STO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가상자산거래소 지닥을 운영하는 피어테크와 수탁 서비스를 계약하며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디지털 유동화 시스템 구축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SK증권 고객은 펀블 플랫폼에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DABS) 매매와 주요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
DABS는 한국예탁결제원이 부동산 유동화 과정부터 보관, 유통, 청산 등 시스템 전 과정에 참여하는 한국형 STO다.
삼성증권도 지난해 STO 거래 플랫폼 개발과 운영, 블록체인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업무 등을 담당할 해외 석박사급 인재에 대한 공개 채용 공고를 진행한 바 있다.
삼성증권은 앞서 글로벌 컨설팅 기업으로부터 STO 관련 컨설팅을 받기도 했다. STO는 실물 자산의 권리를 쪼개 각각을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에 담고 이를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신한금융투자 IPS본부 내 WM리서치챕터는 디지털 자산 전담 애널리스트를 영입해 관련 정보를 담은 콘텐츠를 정기 제공해 크립토커런시, NFT를 비롯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 전략을 등 분석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정규진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장규모는 55조2000억원이다”며 “NFT나 메타버스를 비롯해 스테이킹과 같이 블록체인 기술 활용한 비즈니스가 많아지고 투자방식이 다변화되면서 신규 투자자 유입 증가세가 지속될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