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되는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경영안정성 불안에 IPO 영향받나

김태규 기자 입력 : 2022.02.14 07:53 ㅣ 수정 : 2022.02.14 07:59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교보생명과 지난해 풋옵션 분쟁으로 재판에 넘겨진 어피너티 컨소시엄(이하 어피너티) 관계자와 회계사가 최근 사법당국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자 기업공개(IPO) 추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교보생명은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IPO를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22부(재판장 양철한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교보생명이 공인회계사법 위반으로 고발한 재무적투자자(FI) 어피너티 관계자 2명과 안진회계법인(이하 안진) 회계사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진 공인회계사들이 가치평가 과정에서 전문가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어피너티 측 관계자에 의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부당한 금전상 이득을 얻도록 허위의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어피너티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교보생명은 지난 2020년 4월 안진이 감정평가 과정에서 어피너티 측과 공모해 주식가치를 부풀려 평가했다며 어피너티 임직원 2명과 안진 소속 회계사 2명을 형사고발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이들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같은 해 12월20일 이들에 대해 징역 1년∼1년6개월의 실형과 추징금을 구형한 바 있다.

어피너티 측은 변호인들은 "이번 판결로 어피너티의 풋옵션 행사 과정에서 제출된 안진의 평가보고서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교보생명이 신창재 회장을 지원하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고발과 진정을 남발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2019년 4월 교보생명 노조위원장은 어피너티를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진정을 냈으나 검찰의 무혐의 결정으로 종결됐다.

또 교보생명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제기한 진정도 지난해 9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조치없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반면 교보생명은 재판부의 판단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교보생명은 "검사의 법리 주장이 받아들여졌음에도 무죄 판결이 나와 안타깝다"면서 "항소를 통해 입증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항소심에서 적절한 판단이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무죄 판결은 사실관계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지, 가치평가가 공인회계사 직무가 아니며 허위보고 대상이 아니라는 피고인측 주장은 배척됐다"며 "안진이 산출한 풋옵션 금액이 유효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신창재 회장을 돕기 위해 고발과 진정을 남발했다는 어피너티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주주간 분쟁으로 IPO 등 회사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적극적 방어 행위"라며 "경영 판단에 따라 부득이하게 고발한 것이지 특정 주주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 고발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교보생명은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IPO를 계속해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시장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IPO이며, 오히려 ICC 2차 중재를 통해 이를 막으려는 행위는 공정시장가치 산출을 막기 위한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교보생명의 IPO 추진은 불확실성이 커졌다. 상장심사를 진행 중인 한국거래소가 주주 간 분쟁을 이유로 까다롭게 평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당초 올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신속심사제도(패스트트랙)을 신청했으나 한국거래소는 절차를 미뤄왔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상장하려는 기업은 회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송 등 분쟁 사건이 없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법원이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교보생명이 항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IPO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어피너티 측은 상장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며 IPO와 관련해 교보생명과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판결이 심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최대주주가 가진 지분의 안정성 측면에서 고려하고 있으며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는 상세히 고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안으로 심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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