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경영권 리스크 털고 IPO 추진 재개…전망은 ‘글쎄’

김태규 기자 입력 : 2021.12.29 07:21 ㅣ 수정 : 2021.12.2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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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그래픽=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풋옵션 가치평가 조작을 두고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컨소시엄과 분쟁을 이어오던 가처분소송에서 승소함에 따라 교보생명은 기업공개(IPO)에 탄력을 받게 됐다.

 

풋옵션(put option)이란 주식·채권·금리·통화 등을 시장 가격과 관계없이 특정 시점에 특정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29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지난 27일 어피니티가 제기한 계약이행 가처분신청을 기각하고 신 회장에 대한 가압류를 모두 해제했다.

 

어피니티는 지난 2012년 교보생명 주식을 사면서 신 회장과 3년 내 증시 상장에 실패할 경우 신 회장에게 주식을 되팔 수 있는 내용의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이후 교보생명의 상장이 지연되자 어피니티는 지난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다. 그러나 어피니티가 풋옵션 행사가격을 매입원가 24만5000원보다 두 배가량 높은 40만9000원으로 산정하면서 분쟁이 일어났다.

 

신 회장은 가치평가를 맡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이 풋옵션 가치를 어피니티에 유리하게 산정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에 이어 이 사건 재판까지 이르게 됐다. 

 

지난 9월 ICC 산하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이 어피니티가 제시한 주당 40만9000원이나 어떠한 가격에도 풋옵션 주식을 매수하거나 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신 회장에 유리한 판정을 내렸다.

 

이에 어피니티는 지난 10월 신 회장이 평가기관을 선임하지 않을 경우 계약상 의무이행을 청구하는 등 국내법에 따라 구제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서울북부지법에 이 사건 가압류를 신청했다.

 

3년간 이어오던 분쟁에서 신 회장이 승소함에 따라 상장 의지를 보여왔던 교보생명의 IPO 추진에도 탄력이 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상장을 추진할 경우 자본 확충을 위해 신주를 발행해야 하는데, 이 경우 신 회장의 지분율이 낮아진다. 외국인 주주가 다수인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어퍼니티 측에서는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구주매출을 하거나 상장 후 지분매각을 통해 현금화해야 한다. 그러나 구주매출은 기업가치 하락의 우려가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IPO를 추진하면서 시장가를 확인해 어피니티 측이 지분을 정리할 명분을 주고, 상장을 철회한 다음 풋옵션 거래하는 방법이 예측되기도 한다.

 

신 회장 측에서는 IPO 추진 과정에서 시장가를 확인해 어피니티 측의 지분을 객관적인 가격에 매입해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지분확보 후 신주발행을 통해 상장하면 경영권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신 회장의 적극적인 IPO 추진에는 이 같은 배경이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장을 철회한다거나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것은 아니다"며 "교보생명은 지난 2018년부터 꾸준히 IPO 추진 의사를 밝혀왔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ICC에서 유리한 해석을 받아 재개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어피니티 측이 지분을 정리할지도, 신 회장이 이를 확보할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이 상장된다고 해도 전망이 좋지는 않다. 그간 국내 증시에 상장했던 생보사들은 대부분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평가절하됐으며,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하락해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2010년 3월 상장된 한화생명과 2015년 7월 상장된 미래에셋생명은 모두 상장 이후 확정공모가를 밑돌며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2010년 5월 상장된 삼성생명은 2017년까지 상승세를 보였으나 2018년 이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채권금리 하락이 지속되면서 생보사의 자산운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부채평가를 시가로 하게 돼 자본부담이 심화할 수 있다"고 생보사의 저평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보험에 가입할 사람들은 이미 다 가입을 했고, 보험보다는 다른 투자상품에 대한 수요가 더 커서 성장도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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