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국내 양대 지수인 코스피와 코스닥이 최근 10거래일간 나란히 10% 이상 급락하며 국내 증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8일 지수 하락의 원인으로 국제적 금리 인상 기조를 비롯해 복합적인 요인을 지목하는 가운데, 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진 시점에서 단기적인 매매는 손실의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 14일(2,921.92)부터 27일(2,614.49)까지 10거래일 동안 10.53%(307.43포인트) 하락했다.
코스닥시장도 같은 기간 971.39에서 무려 12.58%(122.16포인트)나 떨어진 849.23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마지막으로 10거래일 동안 –10%를 기록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던 지난 2020년 3월이다.
지난 2020년 3월 10일에서 10거래일 후인 23일까지 지수는 1,962.92에서 24.48%(480.47포인트) 폭락한 1,482.46을 나타냈다.
최근 시장은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범유행 등의 위기 상황과 비슷한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내 증시 하락세에 대해 △물가 상승으로 인한 금리 인상 압박 △오미크론 변이종 범유행 △미국과 러시아 간 국제 충돌 우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인한 단기적 수급 교란 등 복합적인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QT) 정책이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노동시장을 위협하지 않고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보인다”며 “조건이 갖춰진다면 3월에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연준이 지난해 말부터 나타난 인플레이션 징후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증시에도 점진적인 조정이 이뤄지고 있었으나, 지난해 말 보인 비둘기파에서 매파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하면서 조정이 급격해졌다는 것이다.
최근 몇 달간 주식을 포함해 전반적인 자산 시장에 거품이 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020년 10월 30일 2,267에서 약 2달 반 후인 지난해 1월 11일 3,148까지 거의 40%나 급등하며 ‘역대급 호황’을 기록했다.
또 부동산과 가상화폐 시장도 최근 몇 년간 증시에 못지않은 활황을 기록한 것이 이달의 하락장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과 긴축 정책 등은 결국 미래 자산가치를 할인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주가 하락이 생기게 된다”며 “최근 주가 등의 자산 시장의 가치가 과도하게 오르면서 약간의 거품이 껴있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에 한정해 기업공개(IPO) ‘초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상장도 단기적인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일인 지난 27일 코스피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약 20조2500억원이었는데, 같은 날 LG에너지솔루션의 거래대금은 그중 40%에 육박하는 8조800원 규모였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자산 재조정(리밸런싱)이 이뤄졌다”며 “LG에너지솔루션은 시가총액 100조원 이상의 대형 상장이기 때문에, 상장 직후 지수 변동성 확대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와 주식 상장 등 경제적인 요인 외에도 최근 미국과 러시아 간에 충돌 우려가 생긴 것도 시장에 영향을 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인접 지역으로 군사 배치를 증강하자 미국이 이에 대응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국제 분쟁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줘 주식을 순매도하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복합적인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단기적인 매매는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빈기범 교수는 “여유 자산이 있거나 투자에 자신이 있는 투자자들은 이렇게 떨어진 시점을 저가매수 기회로 생각할 수도 있다”며 “다만 언제 차익 실현 기회가 다가올지는 함부로 예측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빈 교수는 “평범한 시장에서도 단기적인 목표를 잡고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은데, 최근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는 더욱 어려운 일”이라며 “장기적으로 자산가치는 오르기 때문에, 투자 시계를 길게 가져가는 것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