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공약 실현될까…보험업계‧의료계 찬반 엇갈려

김태규 기자 입력 : 2022.01.14 07:26 ㅣ 수정 : 2022.01.1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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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공약해 지지부진하던 법안 통과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열린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에서 실손보험 청구체계 간소화 등 보험소비자 보호 중심의 보험 공약을 발표했다.

 

현재 보험 가입자가 실손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병원에 증빙서류를 요청해 발급받은 뒤 이를 보험사에 제출해 보험금을 수령하는 구조로 돼 있다.

 

실손보험 청구체계 간소화는 보험 가입자가 병원에 보험금 청구를 위임하고, 병원에서 보험사에 필요한 서류 등을 전송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후보는 양소영 열린금융위 부위원장을 통해 "보험 소비자가 병원에 청구를 위임하면 병원이 증빙서류와 청구서를 전송해 보험사가 병원이나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간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는 390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가입자 절반 가량은 복잡하고 번거로운 절차 때문에 보험금 청구를 포기했다.

 

금융소비자연맹‧녹색소비자연대‧소비자와함께‧서울YMCA‧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 등 소비자단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4월 23~26일 최근 2년간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만 20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손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음에도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47.2%를 차지했다.

 

특히 청구를 포기한 이들 가운데 95.2%는 30만원 이하의 소액청구건으로 나타났다. 증빙서류를 종이로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는 절차가 번거롭고 귀찮아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것이다.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78.6%로 조사됐다.

 

국회에서도 이 같은 소비자의 인식을 반영해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5월7일 보험가입자 편의 제고를 위해 실손보험 청구체계를 간소화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외에도 같은 당 김병욱‧고용진‧전재수 의원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도 지난해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수차례 발의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역시 소관위 심사 단계에서 계류 중이다.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병원의사협회(병의협)는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이 후보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공약을 비판했다.

 

병의협은 "실손보험 청구를 대행하게 되면 의료기관이 개인과 보험사 사이에 맺은 사적 계약의 편의를 위해 청구 대행 업무를 하게 돼 행정 부담 및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면서 "국민 입장에서는 청구 과정에서 알리기 싫은 개인정보가 항상 보험사에 노출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정보의 데이터화로 해킹이나 비윤리적인 개인에 의해 언제든지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고, 보험사가 빅데이터화된 환자 정보를 이용해 보험약관 개정 시 지급 거부 사유를 만들기 용이해진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의료계의 반대가 환자 정보를 중개하게 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비급여 항목 진료를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만 전재수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심평원 등 중개기관이 환자의 개인정보를 보험금 지급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보관할 수 없도록 해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이 후보의 공약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가입자 편의 증대와 함께 과잉진료를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뤄지면 소액 청구건이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보험사의 행정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가입자가 서류를 제출하면 담당자가 이를 전산에 입력하고 절차를 거쳐 보험금을 지급한다. 가입자가 제출한 서류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관리한다. 

 

보험업계는 소액청구건 증가가 예상됨에도 청구절차가 간소화되면 전산입력과 서류 보관에 따르는 인건비 등 행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찬성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 우려에 대해 "보험제도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제기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해킹 등 정보유출 문제는 보험사뿐 아니라 의료계 등 모든 산업이나 기관에도 존재하는 위험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소비자단체와 가입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라며 "소비자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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