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 (74)] HDC현대산업개발의 연쇄 붕괴사고, 메이저 건설사에 ‘중대재해처벌법’ 비상 걸다
이태희 입력 : 2022.01.13 07:25 ㅣ 수정 : 2022.01.14 00:50
“있을 수 없는 사고” 인정한 유병규 대표, 공기단축 압박 관행 및 안전관리 시스템 등 대개혁해야 / 노동계의 ‘원청 책임론’ 제기로 다른 메이저 건설사에 불똥 튀어/‘중대 리스크’ 막으려면 원청 임직원들의 일하는 방식 대변화 필요해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HDC현대산업개발(대표이사 유병규 사장)이 시공하는 현대아이파크 건설 공사 현장에서 잇따른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발생 지역도 모두 광주시이다.
지난 11일 광주 화정동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는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6명이 실종된 상태이다. 단순히 불운이 겹쳤다기 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기단축 압박에 의한 부실시공, 안전관리 시스템 결함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사고 7개월 만에 재발된 사고이다. 당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에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을 약속했으나 빈말이 되버렸다.
더욱이 화정동 사고는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시행을 앞두고 터져나온 인명사고라는 점에서 건설업계에 ‘중대재해처벌법’ 비상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의 하청구조나 불투명한 책임관계를 방치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메이저 건설사들이 ‘중대 리스크’에 봉착할 위험성이 크다. 원청 임직원들 일하는 방식의 '대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 1명 이상 혹은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이 발생한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하도록 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형사처벌을 받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물론 광주에서 발생한 2건의 현대아이파크 관련 붕괴사고들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이전에 발생해 적용대상이 아니다.
학동 사고의 경우 원청인 현대산업개발 측의 책임을 거의 묻지 않는 방향으로 처리되고 있다. 학동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이들 9명 가운데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은 모두 하도급업체 관리자나 재하도급업체 대표 등이다.
화정동 외벽 붕괴 사고는 그 원인과 인명피해 등을 조사해봐야하지만 원청의 책임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노동계에서는 원청의 단가 후려치기, 공기 단축 압박 등으로 인한 하청업계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원청의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벌써 나오고 있다. 법 시행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개정론이 제기된 것이다. 다른 메이저 건설사들에게도 불똥이 튄 셈이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성명을 발표, "재해 발생 시 원청 경영책임자 처벌이 가능하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고 역시 생명과 안전보다는 현대산업개발의 이윤 창출과 관리·감독을 책임져야 할 관계기관의 안전불감증에서 빚어진 제2의 학동참사"라는 지적이다.
또 "학동 참사에서 보았듯이 현장 책임이 가장 크고 무거운 현대산업개발은 빠져나가고 꼬리자르기식으로 하청 책임자만 구속됐다“고 비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은 그렇지 않아도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건설업계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새로운 리스크로 다가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연쇄 사고는 그 리스크를 구체화하는 사건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산업개발 유병규(62) 대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12일 화정동 사고현장에 나와 실종자와 가족들, 광주시민 등에게 사죄를 전하면서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있을 수 없는 사고’라는 표현을 통해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대표는 화정동 붕괴 사고로 실종된 6명의 구조 및 법적 책임 문제 등을 가리고 난 뒤 ‘안전관리 시스템’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명한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 27일 이후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원청 책임론'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논쟁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