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 (72)] 공무원 임금인상률 걷어차려는 서울대 교수노조, 나비효과는 올해 인상률 1.4% 무력화?
이태희 입력 : 2022.01.04 07:15 ㅣ 수정 : 2022.01.11 15:23
'별도 임금협상' 합의한 서울대, 공무원 임금인상률보다 낮은 인상률 선택할 확률은 제로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서울대 교수노동조합이 국공립대 최초로 올해부터 매년 임금협상을 통해 임금을 정하기로 했다. 최근 대학본부 측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총 70개의 조항의 단체협약을 마련했다. 서울대 교수조합이 2019년 출범한 이후 타결된 첫 단체협약이다.
문제는 그동안 서울대 교수 봉급이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적용받아왔다는 점이다. 서울대는 국립대에서 지난 2011년 국립대법인으로 전환된 상태이다. 올해부터 별도 임금협상을 한다면, 정부가 정한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더욱이 올해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최근 수년 동안을 기준으로 삼을 때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2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을 1.4%로 정한 ‘공무원 보수 규정’과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지난 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1.4%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당연히 더 높은 인상률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동작이다.
협약에 의하면, 교수조합은 매년 본부와 임금 협상을 진행하고 임금을 결정한 기준을 조합원에게 공개한다. 노조원이 아닌 교원에게도 적용된다고 명시했다. 이는 교수조합의 힘을 키워주는 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대 전체 교원은 2천200여명이고 이중 약 30%가 교수조합에 가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협약은 6일 조인식 이후부터 발효된다.
조철원 교수조합 위원장은 “교원들이 노조설립을 통해 단체협상에 나선 이유는 정부의 일방적인 교육정책과 관료주의적 대학 행정, 그리고 각종 사학비리 등으로 자율성이 무너진 국내 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주장했으나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공무원 임금 인상률 보다 높은 교수봉급 인상이 정부의 일방적인 교육정책 탈피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린다.
■ 서울대의 임금책정 '독립노선', 전공노에게 행동을 위한 ‘명분’ 제공
더욱이 서울대 임금책정이 ‘독립노선’을 걸을 경우,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행동에 나설 명분을 제공한다. 전공노는 공무원 임금 인상률이 1.9%였던 지난해에도 문재인 정부를 집중 공격했다. 공무원 임금인상률의 경우, 문재인 정부 1.9%로 이명박 정부 2.3%나 박근혜 정부 3.0%보다 훨씬 낮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안팎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서울대 교수노조만 ‘귀족노조’냐는 볼멘 소리가 전공노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공무원을 ‘철밥통’으로 여기는 일반 국민의 시선은 따갑지만, 공무원 사회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공무원 임금인상률은 2016년 3.0%, 2017년 3.5%, 2018년 2.6%, 2019년 1.8%, 2020년도 2.8%, 2021년도 0.9% 등으로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 '별도 임금협상' 하려면 공무원 권리부터 버리는 게 순리
더욱이 올해에도 높은 물가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2년 여 동안 진행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돈을 풀어왔던 각국 정부가 긴축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흐름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는 조기 금리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채 등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규모도 당초 월 150억 달러보다 두 배 많은 월 300억 달러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행도 물가 오름세를 잡기 위해 현재 1.0%인 기준금리를 올해에만 2,3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하지만 각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기조 자체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오르면 공무원 노조 등이 1.4% 인상에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울대 교수노조가 별도 임금협상 트랙을 구축한 것은 걷잡을 수 없는 ‘나비효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교수가 공무원의 권리를 포기하기 전에는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받아들이는 게 순리이다.
이와 관련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임금협상은 시작도 안했고 서울대 교수는 공무원도 아니고 단체협상에는 임금내용은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