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보험사와 금융당국의 줄다리기 끝에 올해 실손보험료 전체 인상률이 14.2% 수준으로 결정됐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치료 등을 보장해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이 가입하고 있다.
국민 약 35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릴 만큼 국민 생활과 밀접한 상품이다. 보험료가 인상되면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보험업계는 당초 올해 20% 수준의 보험료 인상을 주장했다. 지난해 적자 규모가 3조원을 넘어 인상폭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사는 실손보험 적자의 이유로 '의료쇼핑'을 지적하고 있다. 백내장과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에서 보험금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 주장대로 보험료를 20% 인상해 손해율을 개선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한 번의 인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해마다 실손보험의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는 이유로 보험료 인상을 주장해왔다. 실제로 실손보험료는 지난 2018년 한 차례 동결된 것을 제외하고 매년 인상돼왔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청구는 지난 2016년 779억원에서 지난해 1조1528억원으로 15배가량 증가했다. 또 삼성·현대·DB·KB·메리츠화재 등 5대 손해보험사가 지급한 비급여 재활·물리치료비는 2018년 2392억원에서 2020년 4717억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실손보험 가입자 가운데 62.4%는 한 번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 반면 2.2%는 1000만원 이상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보험료 인상은 소수 가입자의 의료쇼핑으로 발생한 비용을 다수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다수의 가입자가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
또 자신이 가입한 보험상품을 이용하는 것을 마냥 비난할 수도 없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것은 지급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의료쇼핑, 과잉진료를 들어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은 상품설계 잘못을 덮으려는 것에 불과하다는 세간의 지적도 이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출시 초기부터 적자 문제가 지적돼 왔다. 1·2세대 상품의 경우 본인 부담률이 0~20%로 낮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손해율 증가는 예견된 상황이었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지난해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1세대 이후 2세대(표준화), 3세대, 지난해 출시된 4세대 상품까지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해마다 반복되는 손해율 문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보험사와 금융당국이 해마다 보험료 인상률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을 보는 가입자들은 분통이 터진다. 잘못된 상품 설계로 인한 적자를 가입자가 메워주는 꼴이니 말이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지난해 12월31일 "과잉진료 빛 비급여문제 해결이 실손의료보험의 적자를 해소하는 중요한 방안"이라며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역시 "필수적 의료서비스 접근성 강화 등 긍정적 효과는 장려하고, 과잉진료 등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지속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이 개선 의지를 밝힌 만큼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보험상품 설계 잘못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 아니라 가입자들의 부담을 줄이고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