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MZ세대'는 지난해 증권가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 중 하나다. 애플리케이션 등의 기술 발전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져 그동안 젊은 층들의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다. '주린이'(주식+어린이)라는 합성어까지 등장하기 이르렀다.
증시에 새로이 한 축으로 자리 잡은 MZ세대의 성향은 '공격적'이었다는 평가다. 이들은 가상화폐를 비롯해 해외주식, 공모주 등 위험성이 크더라도 수익이 발생이 예상되면 과감하게 투자하는 경향을 띄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신종 코로바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자본을 많이 풀어 시중에 유동성이 증가됐다"면서 "시중 유동성이 지난해 주식시장으로 이어졌고 변동성이 높아지자 투자심리가 가상자산으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 지난해보다 급증한 증권거래 계좌…‘젊은 주린이’들의 대량 진입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식거래 활동계좌'의 수는 5000만개를 넘어 선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협회(금투협)와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 한국투자증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식활동거래계좌’의 수는 2020년 12월 3550만개에서 올해 같은 기간 5535만개로 약 56% 증가했다.
MZ세대의 유입으로 증권 투자 연령대도 많이 낮아졌다.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이 2020년을 기준으로 연령별로 주식을 한 주 이상 보유한 '개인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40대(24.3%) △50대(21.7%) △30대(19.9%) △60대 이상(19.3%) 등의 순이었다.
또 올해 각 증권사의 주식거래시스템(MTS) 사용자 비율을 보면 MZ세대로 일컬어지는 20~40대 초반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MTS인 '신한알파'의 이용자 비율은 △20대 이하 38% △30대 31% △40대 21% 등의 순이다.
올해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증권'도 같은 연령대에서 각각 36%, 32%의 점유율을 보였다. 또 '핀트'(AI 일임 투자 애플리케이션)의 이용객은 20대 이하 이용객의 비중만 52%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 한층 젊어진 주식 시장…눈높이 맞춘 ‘마케팅 전략’
투자자들이 젊어진 만큼 증권사들도 이에 발맞춰 마케팅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21년 12월 29일 소와 곰을 캐릭터화한 자사의 마스코트 '황비'와 '웅비'의 디자인을 개선해 마케팅 전략 전면에 내세웠다.
2010년 제작된 황비와 웅비의 기존 디자인은 시간이 오래된 만큼 친숙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국거래소는 이를 수렴해 두 발로 활동하도록 일러스트로 교체해 향후 이모티콘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친근함을 강조한 이미지로 설계했다.
각 증권사들은 SNS 등과 같은 뉴미디어 시장에 익숙한 MZ세대를 대상으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배포용 컨텐츠를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의 유튜브 채널인 'Samsung POP'과 '키움증권 채널K'의 구독자 수는 100만을 넘어 섰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의 인스타그램의 경우 1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 소수점 투자·가상화폐 등 새로운 투자처 눈길
최근 새로운 투자 방식인 '소수점 투자'와 신규 투자처 '가상화폐'의 등장으로 등 시장의 규모가 다각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MZ세대가 투자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가 증권사 20곳의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자 과열 경쟁 양상을 띄고 있다.
예탁원에 따르면 소수점 거래 서비스가 개시된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이용자는 총 71만5000명, 거래액은 12억5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해외주식 투자자의 70%가 20~30대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소수점 거래 이용자도 같은 비중일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소수점 거래 시장은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이 양분하고 있었지만, 소액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젊은 층의 유입이 빨라지며 각 증권사들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서비스를 개시하기 시작했다.
가상화폐 시장은 MZ 세대가 대거 유입되면서 '가즈아' '존버' 등의 신조어도 탄생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지난 2021년 10월에 300만명을 기록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90만명 증가했다는 것이다. 1년 사이 거래자 수가 3배에 육박하고 있다.
연령대별 회원 비중은 20대(31%)가 가장 많았고, 그 뒤로 30대(29%)와 40대(24%), 50대(12%) 등 나이가 적은 순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 젊은 혈기 투자 반영, MZ세대 투자 '공격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MZ세대의 투자성향을 '공격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가치가 급격 상승하며, 근로소득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위기를 느낀 젊은 층이 '고위험 고수익' 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분석했다.
'핀트'에 20만원 이상을 입금한 투자자 중 약 8%가 평균 56일이 지난 뒤 투자 성향을 변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 55%가 더 '공격적'인 선택을 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퇴직연금 운용도 적극적인 추세를 보인다. 미래에셋투자와 연금센터가 지난달 16일 발간한 'MZ세대의 은퇴 인식과 퇴직연금 운용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 직장인의 실적배당상품(DC) 편입 비중은 37.6%로 DC형 퇴직연급 가입자 전체 평균인 21.8%를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불가코인(NFT) 시장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NFT시장은 지난 2018년 4000만달러 규모에서 지난해 3억4000만달러로 8.5배 이상 성장했다. NFT 시장은 아직 불확실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MZ세대는 미래 가치가 크다고 판단해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모주에 진입하는 인원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 10월 삼성증권을 통해 진행된 카카오페이 공모에는 약 81만7000건의 청약이 신청됐는데, 그중 44%가량이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혜원 우리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예·적금보다는 적극적인 성향을 띤다"며 "최근 진입한 투자자들이 증시 전망이 좋을 것으로 보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 시 수익률만 보는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적 관점에서 리스크를 관리할 줄 안다면 투자 성향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