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현자 멍거가 입을 열자 주식 암호화폐 동시 흔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영원한 동반자 찰리 멍거는 금융계의 현자로 통한다. 오마하의 현자로 불리는 버핏과 마찬가지로 그의 말 한마디는 금융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다. 버크셔헤서웨이 부회장을 맡고 있는 찰리 멍거가 “자본시장 버블이 IT버블보다 더 심하다”고 경고하자 암호화폐 시장은 물론,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연말장을 앞두고 거품 논란이 일고 있는 자본시장 움직임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찰리 멍거의 경고 이후 암호화폐 시장과 주식시장이 동반 하락하자 일각에서는 “울고 싶은 데 뺨 맞은 격”이라고 두 시장 모두 너무 많이 오른 상황에서 조정이 올 시기였다며 우연의 일치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움직임은 정말이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비트코인은 멍거의 경고 직후 하루만에 25%나 급락하는 등 불안심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비트코인은 단기급락에 반발, 약간의 반등을 시도했지만 10월5일 이후 2개월만에 5만달러 밑으로 주저앉은 것은 공포심리를 키우고 있다.
뉴욕 주식시장 역시 다우지수와 나스닥 지수,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등 3대 지수가 연일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지난달 22일 장중 1만6212까지 올랐던 것이 지금은 1만5000선을 위협받고 있다.
최근의 자본시장 불안은 멍거가 지난 2일 시드니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현재 자본시장의 버블이 IT버블보다 심각하다”고 말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멍거는 “최근 자본시장의 버블은 1990년대말 닷컴버블보다 더 심하다”면서 “시장이 미쳤다”는 표현까지 썼다.
코로나19 이후 달리 갈 곳 없는 돈이 몰리면서 주식시장은 최근 2년간 무서운 상승세를 경험했다.
암호화폐 시장 역시 연초 3000만원대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8000만원을 터치하는 등 유례없는 호황을 목격했다.
곳곳에서 주식부자, 암호화폐 부자가 쏟아져 나왔고 시장은 가만히 있어도 돈이 벌리는 순항을 거듭했다.
하지만 최근의 투자심리는 불과 몇 개월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투자자들은 매물을 던지느라 바빠졌다. 오르는 날보다 내리는 날이 많아지면서 '돈 삭제'라는 말 그대로 투자 자산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최근 주식형 펀드에 돈이 몰리는 것은 직접 투자로는 더 이상 돈벌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의 자금 대이동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주식시장이 호황이던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직접투자를 위해 주식형펀드에서 돈을 썰물처럼 빼가던 것과는 딴판이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도 불안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오미크론은 위험의 실체나 파괴력이 확실하지 않음에도 빠른 전염력과 기존 백신의 효능을 무력화시킨다는 지적에 투자심리를 얼려버렸다.
공교롭게도 버블을 경고한 찰리 멍거는 대공황의 전조가 시작되던 1924년에 태어났다.
“시장이 미쳤다”고 지적한 그의 발언이 닷컴 버블 때처럼 거품 붕괴로까지 이어질지는 확실치 않다. 멍거는 테슬라 주가가 800달러를 넘어섰던 지난 2월에도 "테슬라 주가가 미쳤다"고 말했지만 그 후 테슬라 주가는 멍거를 비웃듯 1243달러까지 올랐다.
멍거의 경고가 경고 자체로 끝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유동성 파티가 이미 끝났거나 거의 끝물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공격적 투자에서 방어적 투자로 태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