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34)]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어 비상(飛上)한다⑥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1.11.29 10:04 ㅣ 수정 : 2021.11.29 10:04

아랫사람만을 잘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 및 동료와의 관계도 잘 유지하는 4방향 리더십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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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이철휘 전 2작전사령관(학군13기, 예비역 대장)은 리더십 특강을 통해 학군장교로 임관하여 대장까지 진급했던 군 생활 경험의 노하우를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곳에 전하고 있다.

 

그는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랫사람만을 잘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동료와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며 4방향 리더십을 설명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인격 수양이 중요함과 도전의식, 대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철휘 장군은 포천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후 명지대학교에서 학군단 교육을 받고 보병 장교로 임관하여 25사단장, 8군단장을 역임한 뒤에 군의 최고 계급인 육군대장으로 진급하여 제2작전사령관을 역임했다. 

 

특히 8군단장 재임시에 필자는 군단참모장으로 그에게서 리더십 및 민관군 통합 작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필자가 수방사에 근무하기 전에 이철휘 장군을 만나 윗사람까지도 관계를 잘 유지하라는 ’4방향 리더십‘을 알았더라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영화처럼 처절하고 비참하게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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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을 대상으로 ’4방향 리더십‘을 설명하는 이철휘 전 2작전사령관(학군13기, 예비역 대장) 모습 (사진=김희철)

 

■  기본 업무뿐만 아니라 타처부 업무까지 정통하도록 가혹한 담금질해준 00과장에게 감사

 

과장이 바뀌고 작전과의 분위기는 쇄신되었다. 신임과장 차철이(육사32기)중령은 전임과는 다르게 인격적으로 부하들을 대하며 안하무인(眼下無人)식의 약육강식(弱肉强食)과 표리부동(表裏不同)한 면보다는 상호 화합하며 업무의 성과를 높이는 리더였다.

 

게다가 순간적인 순발력도 뛰어나면서 상급자의 의도를 꿰뚫어보는 혜안도 가지고 있었다.

 

당시 구창회 사령관이 영전하고 그 후임으로 부임한 김진선(육사19기) 사령관이 부대의 중요한 업무가 있어 합참의장에게 보고하러 갔다. 그런데 보고서 내용 중에 동원 및 예비군 분야 용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사령관은 합참의장 비서실에서 동원과장에게 전화로 그 의미를 물어봤지만 전문 용어로 설명하자 이해를 못하고 급하게 작전과장을 찾았다. 왜냐하면 전체 보고서는 작전과에서 작성한 문건이었기 때문이다.

 

비서실장의 연락을 받고 사령관에게 전화할 때 필자도 곁에 있었다. 질문 사항은 ’대체복무요원‘과 ’전환복무요원‘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헌데 차 과장은 사령관이 용어에 대해 의문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비서실장에게 듣고는 감각적으로 바로 필자에게 보고서에 있는 ’대체복무요원‘과 ’전환복무‘요원이 무엇인지를 재차 확인했었다.

 

차 과장은 “’대체복무요원‘은 교도소, 구치소 등의 교정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고, ’전환복무요원’은 경찰, 해양경찰, 소방대원 등으로 현역 근무를 대체하여 복무하는 병역자원입니다”라고 간단하고 명쾌하게 대답했고 사령관은 바로 이해했다며 전화를 끊고 성공적으로 보고를 마쳤다.

 

이 사건 이후, 차 과장은 사령관의 신임을 받으며 신나게 근무할 수 있었다. 예비군 분야의 전문가인 동원과장보다도 더 명확하게 개념을 갖고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게다가 일부분을 인정받았지만 유아독존(唯我獨尊)식의 기행을 일삼았던 전임 00과장 못지않은 유능한 과장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필자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영화처럼 끝없이 추락하여 극심한 좌절과 회의 속에 빠지고 무기력함과 처절하며 비참한 애환도 느끼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전임 00과장이 무척 고마웠다. 

 

그의 가혹한 담금질이 있었기에 본인의 기본 업무뿐만 아니라 타처부의 업무까지 정통할 수 있었으며, 당시 서울시의 572개 동사무소 위치까지 정확히 파악하여 지상협동 훈련의 성과도 높히도록 만드는 등의 업무 능력을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기행을 보고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여기며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후 필자의 군생활에서 똑같은 행태가 재현되지 않도록 항상 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채찍질할 수 있도록 자극과 가르침을 준 것에 더더욱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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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뉴스에 방영되었던 이철휘 장군의 인터뷰 모습 (사진=동영상 캡쳐)

 

  습관과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다.

 

훗날 00과장은 종합상황실장(작전보좌관)직을 다행히도 무사히 마치고 대령으로 진급하여 전방 격오지 연대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예하 참모이자 육사 후배인 과장들에게 또 안하무인(眼下無人)식의 약육강식(弱肉强食)과 표리부동(表裏不同)한 기행을 계속하여 그에 따른 정신적인 충격으로 한 후배는 후송을 갔고 또 다른 후배도 스스로 전역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도 필자가 모시던 상관이었기에 아랫사람만을 잘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과 동료와의 관계도 잘 유지하는 4방향 리더십의 내용처럼 당시 연대장직을 수행하던 00과장에게 전화를 했다.

 

“충성, 김희철입니다. 과장님 잘 계시지요..? 과장님 부대 소식을 들었는데 이제는 고급장교인 대령이시고 곧 장군도 되셔야 하는 데 여기서 과장으로 근무하실 때와 똑같이 하시면 안 좋습니다. 과장님 능력의 반만 하셔도 충분하게 인정을 받고 승승장구 하실꺼에요...”하며 덕담을 했다.

 

그러자 그는 껄껄 웃으며 “고마워 그러나 지금은 그때처럼 안해.. 걱정마라!”고 답했다.

 

허나 시간이 흘러 그는 장군 진급 0순위인 합동참모본부의 주요 보직에 보임되었으나 결국 본인의 습관을 버리지 못해 그 직책에서 근무한 장교중에 유일하게도 진급 누락자 되었다.

 

또한 필자가 장군이 되어 육군대학 교수부장직을 수행할 때 어느 예비역 장군을 수행하여 방문했는데, 그래도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필자가 한때 상관으로 모셨던 00과장인지라 반가워서 뛰어나가 마중을 했다.

 

그러나 그는 역시 약육강식(弱肉强食)과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습관과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거리감을 느끼게 공손해져 존대말을 하면서 얼버무리는 모습을 보였고, 그후 00과장은 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군인뿐만 아니라 많은 직장인들은 일반적으로 항상 칭찬과 인정을 받는 것은 아니다. 때론 좌절과 회의 속에 빠지기도 하며 처절하고 비참한 애환을 느낄 때도 많다. 

 

따라서 이철휘 장군의 아랫사람만을 잘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과 동료와의 관계도 잘 유지하는 4방향 리더십을 명심하여 필자처럼 처절했던 고통을 받지 말고, 위기의 순간을 잘 극복하는 직업군인 및 직장인들이 되길 희망한다.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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