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직원과 서울대 조국 ‘직위해제’ 후 월급수령 부당한가

임종우 기자 입력 : 2021.10.09 06:52 ㅣ 수정 : 2021.10.11 09:27

기관 내규에 직위해제 기간 중 급여 비율 명시돼 있어 / 밉다고 급여 안주면 오히려 부당 노동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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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에 연루된 LH직원(왼쪽)과 서울대 교수직에서 직위해제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올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의혹 직원들과 서울대 조국 교수가 직위해제를 당한 이후에도 급여를 수령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비리 관련 형사 사건에 연루된 이들에 대해 LH와 서울대가 급여를 지급한 것은 과연 부당한 일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당하지 않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토지 투기를 한 의혹을 받고 있는 LH직원이나 '내로남불'의 전형으로 비판받고 있는 조국 교수의 월급 수령은 법적으로 정당하다.

 

아무리 이들이 미워도 월급을 못 받게 하면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근로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부당 노동행위가 된다. 오히려 직위해제된 공무원도 내규 등으로 정한 범위 내에서 급여를 지급하는 게 정당한 것이다.

 

■ 직위해제 된 공무원에 대한 월급 지급에 대해 '화나요' 반응이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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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LH가 투기의혹으로 직위가 해제된 40명의 직원에게 7억4123만원가량의 보수를 지급한 사실을 밝혀내었다.

 

LH는 올해 3월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정황이 확인되면서 관련 직원들을 직위해제 등 징계 조치 한 바있다. 직위해제 중인 직원들이 받은 보수액은 한 사람당 평균 약 1853만원이고, 가장 많은 보수액을 받아간 사람은 최대 약 4339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이 지난 달 30일 공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서울대학교에서 직위해제 중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작년 1월 뇌물수수, 위조공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직위해제 조치를 받은 이후 약 5600만원의 봉급이 지급된 사실이 밝혀졌다. 월 평균 281만원을 받은 것으로 계산된다.

 

여론은 이런 상황을 탐탁지 않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뉴스가 보도된 기사의 반응 중 약 97%가 ‘화나요’에 몰렸고, 댓글 또한 ‘월급을 환수하거나 몰수하라’는 내용이 많았다.

 

■ 서울대 교원 보수규정 19조 3항, "직위해제 교원은 봉급의 30∼50% 지급" 명시

 

그러나 직위해제는 법적으로 ‘공무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않는 인사처분’이다. 해고나 권고사직과는 다르다. 다른 말로 ‘대기명령’이라고도 한다.

 

임용권자가 직위해제를 명령할 수 있는 대상 공무원으로는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정이 극히 불량한 자 △징계 의결이 요구 중인 자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약식 명령 제외) 등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LH 투기 혐의 관련 직원들과 조국 전 장관의 경우 마지막 항목인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직위해제 조치는 공무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아닌 공무원으로서 맡았던 ‘역할’을 소멸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공무원으로서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맞다.

 

다만, 각 기관 내규에 따라 기본급을 제외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징계성 ‘감봉’을 부과하는 경우가 많다.

 

조국 전 장관의 경우 아직 다른 징계없이 직위해제만 되어 있다. 서울대학교 교원 보수 규정 제19조 3항에 따르면 '직위해제 된 교원에게는 봉급의 50%를 지급하지만, 직위해제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도 직위를 부여받지 못할 경우에는 그 3개월이 지난 후의 기간 중 봉급의 30%를 지급한다'고 명시되어있다.

 

따라서 조 전 장관은 작년 1월부터 4월까지 봉급의 50%를 받고,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 30%를 수령한 것으로 추측된다.

 

■ LH 직원보수규정 제 13조 1항, "형사처벌로 기소된 자 기본급의 80% 수령" 명시

 

LH에서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직원들도 공무원 신분은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법령과 회사 내규에 의거한 급여를 받은 것이다.

 

다만 LH의 경우 관련 규정이 다른 기관에 비해 엄격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LH의 직원보수규정 제13조 1항에 의하면, '인사규정에서 정한 형사처벌으로 기소된 자의 경우 기본월봉의 20%를 감액하여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직위해제가 되더라도 기본급의 80%를 수령할 수 있다는 소리이다.

 

다른 공공기관인 한국철도공사와 주식회사 SR은 금품·향응수수 등 부패로 직위해제된 직원에 대해 감봉을 최대 70%까지 지급한다. 앞서 말한 서울대도 직위해제의 경우 사유와 관계 없이 최대 70% 감액된 금액을 지급한다.

 

■ LH 투기직원과 조국, 무혐의 나면 직위 재부여해야… 혐의 확인되면 권고사직이나 직권면직 가능

 

직위해제를 받은 인원이 봉급을 받는 것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을 수 있으나, 이런 법령이 필요한 이유는 직원의 명예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만일 직위해제된 인원이 무혐의로 밝혀지는 경우에는 복직을 해야 하는데, 직위해제와 같은 대기명령 없이 해임 시키는 경우 해당 인원의 신분을 이전으로 돌리는 데에 행정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다.

 

직위해제의 시행에는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에, 직위해제 기간 동안 받지 못했던 임금에 대한 추가 조항이 붙는다. LH의 직원보수 제13조 2항과 3항에 따르면, 직위해제 사유가 사라진 경우에는 직위해제 기간 동안에 차감했던 봉급을 소급적용해서 받는다.

 

그러나 직위해제 이후 혐의가 밝혀지거나 그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권고사직이나 직권면직을 통해 공무원 자격을 박탈시킬 수도 있다. LH의 인사규정 제44조 1항에는 직권면직을 시킬 수 있는 조건을 명시하고 있는데, 그중 11번째 항목으로 '직위해제된 자가 6개월이 지나도 직위를 부여받지 못하였을 때' 면직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다.

 

따라서 LH투기의혹 직원과 조국 교수의 경우, 무혐의 처분이 나면 복직을 시켜야 한다. 혐의가 사법적으로 확인되면 권고사직이나 직권면직을 시킬 수 있다. 하지만 직위해제 기간 중에서 내규에 명시된 급여지급을 중단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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