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리포트] 왜 KB국민은행은 UX전문가 뽑고, 신한은행은 삼성SW아카데미 특별전형 실시하지?
박희중 입력 : 2021.10.02 06:26 ㅣ 수정 : 2021.10.02 10:03
은행권 취준생과 이직 꿈꾸는 직장인들,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서로 다른 인재선발 전략에 주목해야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치열한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한은행(행장 진옥동)과 KB국민은행(행장 허인)은 하반기 공채 전략에서도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UB(Universal Banker) 지원자에게도 기본적인 디지털 역량을 요구하거나, 직무중심의 채용을 확대하는 것 등은 공통점에 해당된다.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채용부문을 유지하고 신입과 경력직을 함께 공채하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상당히 다른 점이 발견된다. 취업준비생이나 이직을 희망하는 직장인들은 양대 시중은행의 채용전략에 담긴 공통점과 차이점을 세밀하게 살펴보고 맞춤형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UX 및 UI 전문가 뽑는 KB국민, 금융서비스의 ‘브랜드화’ 추구
KB국민은행은 지난 달 30일 하반기에 신입 및 경력직을 270여명 규모로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UB 부문에서 영업역량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본 소양을 갖춘 인재를 채용해 왔다”면서 “지속적인 금융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직무중심의 채용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의 채용부문은 5개이다. 그 중 UB 부문을 일반과 마케팅으로 나누어 뽑는 것은 디지털 인재를 충원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UB마케팅은 디지털 마케팅 기획, 콘텐츠 기획 및 제작과 같은 업무를 담당한다.
은행의 영업과 마케팅이 오프라인 지점이 아니라 디지털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함에 따라 마케팅 인재는 디지털 역량을 기본으로 깔고 있어야 한다. 취준생들은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직무역량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특징적인 채용 부문은 전문가 그룹 채용이다. 전문자격(변호사/회계사/변리사), 글로벌IB, 직무 전문가(ICT 리크루팅 전문가/마케팅 전문가/UX∙UI 전문가) 등이 그것이다.
이중에서 UX(User Experience), UI(User Interface) 전문가를 별도로 채용하는 게 눈길을 끈다. 이 부문은 신입이 아니라 경력직이 유리하다.
우선 UX는 고객경험을 의미한다. UX전문가란 금융산업이 디지털화되는 금융서비스 전체 과정을 파악해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업무를 담당한다. 디지털시대의 고객을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를 통해서 하나의 경험을 형성하고, 그 경험의 만족도를 높이는 기업이 시장의 승자가 된다. 스타벅스가 커피를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문화적 체험으로 인정받음으로써 거둔 성공은 UX경영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UI 전문가는 디지털금융 서비스 중 시각적인 부분 즉 인터페이스 부문의 전문가이다. UX보다 좀 더 기술적인 영역을 특화해서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UB 부문 신입사원을 뽑으면서 디지털 마케팅 부문을 별도로 선발하는 것도 회사 전체의 UX역량을 키워나가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금융서비스의 UX는 아직 추상적인 단계이다. KB가 그 추상성을 구체화시켜나가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UX와 UI전문가를 별도로 채용하게 된 데는 국민은행의 금융서비스를 ‘브랜드화’함으로써 시장지배력을 높여나가겠다는 허인 행장의 구상이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지난 7일 일반직 신입행원 공개채용과 사회적 가치 특별채용을 포함한 하반기 채용을 실시하기로 하고 결정하고 23일까지 서류 접수를 마쳤다. 채용규모는 250명이다. 국민은행보다 20명이 적다.
신한은행도 “디지털인재를 ‘디지털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인재'로 정의하고 모든 직무에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 2019년부터 진행해온 전문자격보유자를 포함한 전문직 채용 및 비스포크 채용을 조만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채용부문은 일반직(기업·WM) 신입행원 공개채용, 사회적 가치 특별채용, 디지털·ICT 수시채용 , 디지털·ICT 수시채용 삼성청년SW아카데미 특별전형 등 5개 부문이다.
이 중에서 삼성청년SW아카데미 특별전형이 신한은행만의 특징적 채용전략을 담고 있다. 삼성SW아카데미는 주로 문과및 상경계 출신 대졸자들을 대상으로 코딩과 알고리즘을 1년 정도 교육해서 ICT인재로 키워내는 과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년 전부터 역점을 두고 있는 일종의 사회공헌과정이다.
신한은행이 이 과정 출신을 특별히 채용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금융산업이 디지털화되고 있지만 디지털역량만 갖춰서는 A급 금융인이 되기에 부족하다. 경제 및 경영에 대한 지식과 인문사회과학적 통찰력을 겸비해야 한다. 문과 및 상경계 출신 중에서 삼성SW아카데미라는 혹독한 훈련과정을 통과한 취준생이야말로 디지털시대의 금융인재가 성장하기에 최적화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진옥동 행장은 '융합형 인재' 양성에 신한은행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판단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