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 시대 (19)] 청년 변호사와 서민을 위한 ‘로톡’…대한변협 반대해도 법무부가 지원

임종우 기자 입력 : 2021.09.30 07:53 ㅣ 수정 : 2021.09.30 10:32

약 2000명의 변호사 광고 게재, 의뢰인은 사건 분야 별로 변호사 검색 가능 / 아직 ‘변협’과의 갈등관계 유지… 로톡 “우린 합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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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노동자는 기업에 소속됐다. ‘기업 노동자’는 일을 통해 소득을 창출했고, 소속된 기업을 발전시켰다. 이제 기업노동자는 감소하고 ‘플랫폼 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배달노동자 뿐만 아니라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을 포함한 지식노동자들도 각종 플랫폼에 뛰어들어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이미 글로벌 노동시장의 중심에 도달했다. 이를 통해 가장 크게 성장하는 경제주체는 플랫폼 자체다. 이 같은 현상은 두 개의 거대한 파도가 맞물려 빚어내고 있다.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와 같은 단어로 상징되는 ‘삶의 근원적 변화’가 인공지능(AI)에 의한 ‘기존 일자리의 격감’이라는 복병을 만남으로써 가속화되는 거대한 전환이다. 뉴스투데이는 도처에 존재하는 플랫폼 노동 현상(1부)과 그 경제사회적 의미(2부) 그리고 정책적 과제(3부)에 대한 연중기획을 통해 일자리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심층 보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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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 게시된 변호사 광고 플랫폼 '로톡'의 광고 [사진=로앤컴퍼니 제공]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가족을 버리고 도망친 아버지 때문에 가정이 어려워진 A씨는 어머니 아래에서 성장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고 A씨를 키워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도망간지 십여 년이 흘렀고 연락이 완전히 끊겨 이혼도 하지 못한 상태로 한부모 가정 지원 사업 등에도 참여하지 못해 답답한 상황을 맞이했다. 법률적인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A씨로서는  높은 변호사 수임료 등이 미리 부담이 됐다. 

 

A씨는 이런 고민을 지인에게 상담했고, 그 지인은  온라인 법률플랫폼 '로톡'을 알려줬다. 로톡 애플리케이션에서 법률자문을 받을 수 있었다. 비용은 일반 변호사 사무실에 비해 합리적이었다. 로톡은 리걸테크 스타트업 ‘로앤컴퍼니’에서 서비스하는 플랫폼으로, 법률 자문이 필요한 의뢰인이 직접 변호사의 ‘광고’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다.

 

A씨는 “막막한 상황속에서 법적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며 “다행히 애플리케이션의 변호사 광고를 보고 법률 상담을 신청하였고, 진심으로 공감해주시며 변호사 선임 절차 없이 합리적인 해결방법을 알 수 있게 되었다”고 이용후기를 남겼다.

 

■ 약 2000명의 각 분야별 전문 변호사 광고 게시… “법률 소비자의 접근성 높인다”

 

그동안 일반인에게 ‘변호사 선임’은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2021년 5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설문에 의하면 ‘주변에 아는 변호사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중 62.6%가 ‘없다’고 밝혔다.

 

새로 법률 사무소를 찾아가는 일도 쉽지 않다. 내가 찾아가는 변호사가 내 사건을 많이 다뤄본 숙련자인지도 확인하기 쉽지 않다. ‘불법 법조 브로커’도 문제다. 아무것도 모르는 의뢰인은 브로커에게 의존하다가 시간을 허비하거나 다른 피해를 입는 경우가 종종 있다.

 

‘로톡’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시작되었다. 로톡의 홈페이지에는 이혼·폭행·손해배상 등을 포함해 70종류의 사건을 카테고리 별로 분류하여 광고 중인 변호사를 검색할 수 있게 돼있다.

 

이렇게 용이한 접근성으로 이용률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로톡에 가입된 변호사는 9월 기준 1901명이다. 올해 7월에 로톡을 통해 법률 상담을 받은 건수는 2만2617건인데, 이는 지난해 동월(1만5642건) 대비 약 45% 증가한 수치이다.

 

■ 수익은 오로지 ‘광고비’만, 수수료·수임비 분배 ‘NO’ / ‘10년 미만의 청년변호사’가 회원의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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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옥외광고에 '로톡' 어플 광고와 회원 변호사의 광고가 게시된다. [사진=로앤컴퍼니 제공]

 

로톡의 수익구조는 오로지 변호사가 지출하는 ‘광고비’에만 한정되어 있다. 플랫폼에서 의뢰인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거나 그로 인한 ‘수수료’를 취득하는 행위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익구조를 그리면 로톡은 변호사로부터 광고비만 받고, 의뢰인은 로톡으로부터 무료 광고를 받고, 변호사는 의뢰인으로부터 상담 비용이나 수임료를 받는 ‘삼각형’ 형태가 된다.

 

기존 포털사이트의 광고비는 ‘클릭 당’ 가격이 대세를 이룬 것과 달리, 로톡의 광고비는 ‘월정액’ 과금 형태이다. 특정 기간 동안 노출을 조건으로 하는 CPP(cos per period) 형식을 취한 것이다.

 

경력이 10년 이하인 ‘청년변호사’가 회원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관예우와 거리가 먼 이들은 경력이 비교적 짧아 사건 수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로톡을 이용할 경우, 기존의 방식보다 광고가 용이해진다. 인터페이스 구성도 간결해서 사용하기에 편리한 장점도 있다. 

 

올해 4월 기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중 78.7%가 경력 10년 이하의 ‘청년변호사’이다. 또 광고를 이용 중인 변호사 중 청년변호사의 비율도 70.2%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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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 사업모델 [표=임종우 기자]

 

■ '로톡'을 정조준한 대한변협, "플랫폼에 광고한 변호사는 징계" VS. 로톡 관계자, " 변호사들은 자유로운 광고 권리 가져야"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서비스중인 로앤컴퍼니는 대한변호사협회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변협은 지난달 4일부터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 개정안을 시행했다. ‘수수료·광고료 등 경제적 대가를 받고 변호사를 소비자와 연결하거나 플랫폼에 광고를 의뢰한 변호사는 징계’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상 로톡을 겨냥했다고 여길 수 있다.

 

이런 제재로 인해 로톡의 회원 변호사 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3966명에 달하던 회원수는 변협의 제재가 진행된 8월달에는 2855명으로 줄었고, 계속 하락세를 보이며 9월에는 1901명까지 내려왔다.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29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광고형 플랫폼이라는 로톡의 현행 운영방식은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로톡’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변협이) 유튜브나 포털사이트를 통한 광고는 허용하면서, 플랫폼을 이용한 광고는 금지하고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회원 변호사들의 자유로운 표시·광고를 제한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변호사들도 자유로운 광고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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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법무부 리걸테크 TF 1차 회의에 참석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로톡의 성장 동력은 사건 수임이 어려운 청년 변호사들과 변호사 비용이 부담스러운 서민들 

 

법무부는 지난달 24일 ‘로톡’과 같은 운영방식이 합법이라고 평가했던 법무부는 29일 ‘리걸테크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로톡’을 포함한 모든 리걸테크 업체가 변호사 단체와 상생할 수 있도록 정책을 꾸리겠다는 취지이다.

 

단 “변협과 로톡의 갈등을 직접 중재할 계획은 없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번 TF에 로앤컴퍼니와 변협이라는 갈등의 당사자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하지만 법무부는 리걸테크 산업을 육성한다는 쪽으로 큰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TF 출범 회의에 참석해 "리걸테크 산업이 국민들에게 다변화된 법률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해 권익을 구제하고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산업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기초가 되는 법·제도를 설계해달라"고 밝혔다. 

 

변협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로톡과 같은 리걸테크가 법률 소비자인 국민의 권익을 증진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로톡이 일시적으로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지만 장기적으로는 법률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건을 수임하기 어려운 청년 변호사들과 비싼 변호사비용이 부담스러운 서민들에게는 로톡같은 리걸테크 기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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