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 시대 (18)] "넓고 안락"… 대형 택시 '카카오 T 벤티' 인기 급부상

이지민 기자 입력 : 2021.02.22 17:41 ㅣ 수정 : 2021.02.23 10:29

일반 택시와 비슷한 기본 요금도 매력적 / 이용자 꾸준히 증가…택시 기사 참여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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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노동자는 기업에 소속됐다. ‘기업 노동자’는 일을 통해 소득을 창출했고, 소속된 기업을 발전시켰다. 이제 기업노동자는 감소하고 ‘플랫폼 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배달노동자 뿐만 아니라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을 포함한 지식노동자들도 각종 플랫폼에 뛰어들어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이미 글로벌 노동시장의 중심에 도달했다. 이를 통해 가장 크게 성장하는 경제주체는 플랫폼 자체다. 이 같은 현상은 두 개의 거대한 파도가 맞물려 빚어내고 있다.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와 같은 단어로 상징되는 ‘삶의 근원적 변화’가 인공지능(AI)에 의한 ‘기존 일자리의 격감’이라는 복병을 만남으로써 가속화되는 거대한 전환이다. 뉴스투데이는 도처에 존재하는 플랫폼 노동 현상(1부)과 그 경제사회적 의미(2부) 그리고 정책적 과제(3부)에 대한 연중기획을 통해 일자리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심층 보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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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승합차를 이용해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 T 벤티. [사진=카카오모빌리티 홈페이지]

 

[뉴스투데이=이지민 기자] 지난달 3일 오전, 직장인 A씨는 짐 꾸러미를 들고 카카오 T 벤티에 탑승했다. 회사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옮겨야 할 물품이 많아 일반 택시를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카카오T 앱을 실행해 가까운 곳에 있는 카카오 T 벤티를 불러 탄 A씨는 “대형택시임에도 기본요금이 비싸지 않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카카오T 앱 자체 서비스가 편리해 일반 택시도 잘 이용하는데, 혼자 더 넓은 차를 타고 이동하고 싶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승합차 택시 서비스가 나와 좋다”고 했다.

 

카카오 T 벤티는 지난해 12월부터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기 시작한 신개념 택시 서비스다. 일반 중형 택시와 달리 대형승합·고급택시 면허 기반으로 차량 내·외관과 요금 등을 차별화했다. 여기에 넓은 실내공간과 목적지에 관계없는 자동 배차 시스템, 서비스 교육을 이수한 기사 등의 이색 서비스도 제공한다.

 

■ 꾸준히 오르는 이용률…이용자 만족도도 높아

 

카카오 T 벤티의 기본요금은 4000원이다. 일반 승용차보다 훨씬 큰 현대 스타렉스 차량을 제공하면서 일반 택시 요금에 비해 기본요금이 200원 밖에 높지 않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며 이용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21년 1월 기준 카카오 T 벤티의 호출 이용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47% 증가했고 호출 건수도 3544% 뛰었다.

 

이용률 증가뿐 아니라 서비스 품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 T 벤티에 따르면 탑승 완료 후 진행되는 이용자들의 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평균 4.8(5점 만점)을 보였으며, 운행을 완료한 카카오 T 벤티 기사의 98%가 승객들로부터 재매칭 요청을 받았다. 재매칭은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을 시 앱 내에서 해당 운행 기사를 향후에도 재배차 해 줄 것을 요청하는 항목이다. 필수 평가 요소가 아니기에 이를 통해 이용자들의 서비스 만족 최대치를 정성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그렇다고 카카오 T 벤티가 초반부터 인기를 끈 건 아니다. 당시에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택시 기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자격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면허 전환, 새로운 차량을 구입해야 한다는 부담감, 배회영업이 불가하다는 점 등이 서비스 진입 장벽을 높였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 서비스 운영 효과가 가시화되고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며 기사들의 참여도도 덩달아 올랐다. 올해 1월 기준 카카오 T 벤티는 서울에서만 차량 500대를 운영하고 있다. 운행 중인 차량의 대당 일평균 운행 완료 건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38%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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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T 벤티의 사업모델 [표=이지민 기자]

 

■ 법인, 개인 택시기사 차이 있지만 대부분 수수료 10% 제외하고 기사에게 돌아가

 

뉴스투데이의 취재에 의하면 카카오 T 벤티 측에서는 10%의 수수료를 제외하고 수익금을 택시 기사에게 지급한다. 

 

카카오모빌리티 측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택시 기사님들이 법인 또는 개인으로 택시를 운영하기 때문에 수익 배분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며 “일반적인 수익에서 10%의 수수료를 떼고 해당 금액을 지급하지만 개인 기사가 아닌 법인 회사에 소속된 택시 기사의 경우 회사 방침에 따라 지급 방식이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카카오 T 벤티는 배회영업 없이 카카오 T 앱을 통해서만 호출 및 결제가 가능한 택시 서비스이기 때문에 대부분 개인택시 기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 “올해 안에 1만대 달성할 것”…당찬 포부 내건 카카오 T 벤티

 

카카오 T 벤티는 서울을 넘어 경기도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경기도 최초로 부천시에서 서비스에 돌입한 카카오 T 벤티는 50대 정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라 부천시 카카오 T 벤티 기사는 경기도 전역에서 운행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사들의 높은 관심과 탄탄한 수요층이 확인된 만큼 카카오 T 벤티를 경기도 내 다른 지역으로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T 벤티 부천시 서비스 출시를 시작으로 올해를 카카오 T 벤티 성장 원년으로 삼아 연내 1만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전문 차량 방역, AI(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 미니헥사'를 도입한 차량 내 맞춤형 콘텐츠 등 카카오 T 벤티를 통해 제공해온 새로운 이동 경험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도 지속하기로 했다. 단순히 이동 수단만을 제공하는 데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 고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는 게 카카오모빌리티의 포부다.

 

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선 대표는 “플랫폼 기업과 택시 업계가 일정 부분 자율성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면 이용자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와 택시 기사 운행 여건 향상이라는 두 가치를 모두 실현할 수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가치 있는 이동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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