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거래소, 원화마켓 인정받아야 산다…시중은행 ‘가상화폐는 자금 세탁’ 색안경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거래소를 제도권 안에 두기 위해 원화마켓을 확충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 안팎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거래소는 지난 25일 신고제로 전환됐다. 신고를 마친 거래소는 29개 중 4 곳이다.
이들 거래소는 이제 실명계좌를 공유하는 주거래 은행을 확보해 원화(KRW) 거래가 가능하게 됐다.
남은 25 곳은 주거래 은행을 확보하지 못해 비트코인 끼리만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가 남게됐다.
업계에서는 원화마켓 영업이 가능한 4 곳을 제외하고는 거래소 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재신고 기간을 한 번 더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시중은행들이 비트코인 거래소에 얼마만큼 문을 열겠냐는 점이다.
비트코인 거래소 ‘고팍스’의 경우 주거래 은행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전북은행과 협상이 결렬돼 원화 거래가 불가능하게 됐다.
NH농협은행은 비트코인 거래소 ‘빗썸’ ‘코인원’의 주거래 은행이다. 빗썸과 코인원이 농협은행으로부터 주거래 은행 보증서를 얻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마찰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은행 입장에선 수수료 수익 기대감 높아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원화로 거래될 경우 주거래 은행은 수수료 수익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화 거래가 가능한 4개의 비트코인 거래소 예치금 규모를 살펴보면, 업비트의 경우 42조9764억원 이며 빗썸은 11조6245억원이다. 코인원은 3조6213억원, 코빗의 경우 1조1593억원이다.
최근 윤창현(국민의힘‧정무위원회)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업비트의 주거래 은행인 케이뱅크의 경우 올해 상반기 172억5500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농협은행이 빗썸과 코인원으로부터 걷어드린 수수료 총합은 61억원이다. 신한은행을 코빗의 주거래 은행으로 올해 상반기 수수료 수익은 5억1800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비트코인 거래소 주거래 은행 모두 올해 1분기보다 2분기에 2배 이상의 수수료 수익을 걷어 드렸다.
케이뱅크의 경우 업비트로 인해 올해 상반기 400만명 이상의 신규 가입자를 내는 효과를 거두었다.
■ 시중은행 “앞으로 비트코인 거래 안한다”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시중은행 상당수가 비트코인 거래소와 주거래 은행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트코인 거래소들이 주거래 은행 보증을 받기 위해 문의가 많다”면서 “은행 입장에선 문의해 오는 거래소들이 어떤 곳인지 모르기 때문에 거래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비트코인 거래소와의 거래를 꺼리는 이유는 자금 출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불법적인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흘러 들어가 타인의 명의 등으로 시중은행을 통해 원화로 거래될 경우 범죄의 온상이 돼 버린다.
농협은행과 비트코인 거래소 간 주거래 은행 계약을 두고 줄다리기 있었던 것도 실명거래의 불투명성 때문이다.
‘트래블 룰’(비트코인을 거래할 때 실명 등 관련 정보를 모두 수집하도록 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규정) 시스템을 비트코인 거래소가 최대한 빨리하지 않으면 주거래 은행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업계 관계자는 “트래블 룰 시스템은 각 거래소 간 공유해서 사용하면 문제될 게 없지만, 시중은행들이 비트코인 거래는 무조건 자금 세탁이라고 보는 색안경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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