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사상최고치 불구 미국의 테이퍼링 논의 전세계 돈줄죄기 신호탄 쏘나 동학개미 촉각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던 미국이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세계 자산시장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계대출을 급격하게 조이고 있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급변하는 자산시장의 변화가 가져올 충격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오는 26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미국 와이오밍주 휴양지 잭슨홀(Jackson Hole)에서 진행되는 잭슨홀 미팅. 미국 연방준비은행 중 하나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후원하는 이 행사는 1978년 이후 해마다 열리는 중앙은행 경제정책 심포지엄이지만 올해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코로나 이후 경기를 살리겠다고 경쟁적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풀던 각국의 중앙은행이 유동성 확대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돈줄을 죄는 쪽으로 방향을 바꿀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는 중대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관심은 조기 테이퍼링 가능성에 쏠린다. 최근 공개된 7월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에서 올해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이 논의되면서 미국이 테이퍼링을 언제,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미 한국은 미국의 테이퍼링 논의소식과 함께 주식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달들어 외국인들은 7조원 가까운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 5월(9조216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이다.
외국인의 매물공세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증시를 대표하는 시가총액 1, 2위 반도체 관련주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잭슨홀 미팅에서 조기 테이퍼링 쪽에 힘이 실리게 되면 외국인들의 국내증시 이탈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외국인들은 이미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주식시장에서 30조7000억원 어치를 내다팔았다. 테이퍼링에 따른 충격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유독 한국증시가 타격이 더 컸던 것은 반도체 의존도가 다른 국가보다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시장의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보다 부정적인 예측이 많아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시장이 외국인 매도의 타깃이 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7월이후 8월20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만 11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다만 코로나19 델타변이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진자수가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조기 테이퍼링을 막을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를 강조할 경우 테이퍼링에 대한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델타 변이가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 자체를 언급하지 않을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이같은 낙관론 때문인지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전거래일 대비 0.52% 오른 1만5019.82로 마감돼 사상 처음으로 1만5000 고지를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