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고은하 기자] 금융기관 계좌로 거래대금을 입출금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가 79개로 파악됐다. 이 중 11곳은 자금세탁 방지 규제를 피해 위장계좌로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은 이들 업체의 위장 거래를 중단시키는 한편 불법이 의심되는 위장 계좌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향후 수사가 진행되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금융위원회는 입출금 계좌 발급이 가능한 4개 금융업권 3503개 금융회사를 상대로 전수조사를 벌여 가상자산사업자 79개 법인과 이들이 이용하는 집금계좌 94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융계좌를 통해 이용자와 거래하는 가상자산사업자 현황이 전수조사로 파악되긴 이번이 처음이다.

79곳 가운데 일부는 2개 법인이 공동으로 가상화폐거래소 1곳을 운영하는 형태도 있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9월 24일까진 과도기적으로 비실명확인 집급계좌를 이용할 수 있다.

79곳 가운데 4대 주요 거래소만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이용 중이다. 나머지 75개는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가 제공하는 가상계좌 등 실명확인이 되지 않는 다양한 유형의 집금계좌 90개를 이용하고 있다.

집금계좌는 은행권 계좌가 59개로 가장 많았고, 우체국과 상호금융이 각 17개로 뒤를 이었다.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외 다른 집금계좌 이용 유형은 △집금·출금 별도 계좌 △위장계좌·타인계좌 △사업계좌 겸용 집금계좌 △PG사 가상계좌서비스 △PG사 펌뱅킹서비스 △코인거래(BCT, 비트코인 등 대표적 코인으로 다른 코인을 거래하는 것) 수수료 집금계좌 등이다. 

PG사 펌뱅킹서비스는 은행이 월 이용요금 등을 고객계좌에서 인출해주는 단체·기업 대상 서비스를 말한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PG사 가상계좌서비스를 이용하면 은행이 고객별 거래를 구분해 파악하기 어렵다. 펌뱅킹서비스는 개설 은행(집금 계좌)과 제공 은행(투자자 계좌)이 인지하기 어려운 채로 출금·집금이 진행된다.

특히 11곳은 타인 명의 위장계좔르 통해 입출금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확인된 위장계좌는 14개다.

금융위는 발견한 위장계좌에 대해 거래중단 등 조처를 취하고, 검·경에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금융회사가 발급한 집금계좌가 PG사 가상계좌서비스나 펌뱅킹서비스와 연계돼 거래소의 집금·출금에 사용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요청했다.

PG사에도 펌뱅킹서비스나 가상계좌서비스를 제공할 때 가상화폐 거래소인지 확인하고 반드시 위험평가를 진행하도록 당부했다.

최근 가상자산사업자들이 금융회사에서 집금계좌 개설이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점검이 취약한 소규모 금융회사를 이용하거나 새로운 법인을 만드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도권의 가상자산사업자가 지방의 단위신협에서 집금계좌를 만든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가상자산사업자가 신고 시한을 앞두고 법인·고객의 자금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금융위는 자금세탁 같은 이상거래 징후가 보이는 집금계좌에 대해선 거래 목적 등 확인을 강화하고, 위험이 높거나 소명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거래를 중단시킬 방침이다.

금융위는 “일부 사업자가 특정금융정보거래법 신고 기한 만료일인 9월 24일까지 한시적으로 영업하면서 사업을 폐업할 위험이 있다”며 “거래소 이름과 집금계좌 명의가 다르면 위장계좌일 가능성이 크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