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미미했던 태양광 사업을 세계 1위로 만들다
올해 국내 기업들의 최대 화두는 단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다. 그 중에서도 E(환경)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뜨겁다. 기업들은 '2050 탄소중립'이란 대전제 아래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힘쓰는 중이다. '2050 탄소중립'은 탄소를 배출한 양만큼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을 통해 감축·흡수하는 활동을 벌여 2050년까지 실질적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활동을 말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유독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바로 한화그룹이다. 여타 기업보다 한발 앞서 태양광과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었고 현재는 좋은 성과도 내고 있다. 이처럼 한화가 '친환경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건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의 역할이 컸다. 일각에선 김동관 사장을 '미래를 꿰뚫어보는 혜안을 가진 기업인'이라 평가할 정도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김동관 사장이 꿈꾸는 '친환경 빅피처(큰 그림)'를 3회에 걸쳐 심층보도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한화그룹의 ‘3세 경영’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를 중심으로 승계 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태양광·우주·방위 등 그룹 내 핵심 산업을 맡게 된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가(家) 맏이인데다 지난해 1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 한화첨단소재 등 3개 회사를 통합한 한화솔루션의 전략부문을 이끌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김동관 사장이 한화솔루션을 맡게 된 배경에는 '태양광 전문가'라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차기 회장이 될 재목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일단 지금까지 김 사장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긍정적이다. 올해로 출범 2년차를 맞은 한화솔루션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덕분이다.
실제 신생기업인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보란듯이 글로벌 태양광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여기에 석유화학과 신재생에너지 등 사업 포트폴리오도 대폭 확장했다.
게다가 최근 우리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및 글로벌 친환경 정책 강화도 한화솔루션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한화솔루션이 추진하는 태양광과 수소, 이차전지 등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화솔루션은 출범 2년여 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친환경 기업'으로 우뚝섰다. 업계에서는 그 배경으로 김동관 사장의 남다른 선구안을 꼽고 있다.
■ '태양광 글로벌 1위' 이끈 김동관 사장, "태양광 통해 인류의 미래에 이바지하겠다"는 김승연 회장 의지 이어받아
김동관 사장은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수재로, 지난 2010년 1월 회장실 차장으로 입사해 일찍이 김승연 회장 밑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2011년부터는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그룹의 핵심 사업인 태양광 부문을 맡게 됐다. 당시 한화에는 한화케미칼 산하에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솔라사업단이 있었지만, 글로벌 존재감은 미미했다.
이런 솔라사업단을 오늘날 '태양광 글로벌 1위'로 만들기까지 진두지휘한 인물이 바로 김 사장이다.
김승연 회장은 김 사장이 처음으로 한화에 입사한 2010년 신년사에서 "미래의 경쟁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자동차 부품소재 사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태양광 사업 육성을 주문했다. 이런 김 회장의 주문이 나오자 김 사장은 적극적으로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다.
먼저 김 사장은 입사 직후 한화케미칼 울산공장에서 처음으로 태양전지 상업생산에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태양광 기업 M&A(인수합병)을 통해 몸집불리기에 나섰다.
특히 한화솔라원의 전신인 솔라펀파워홀딩스 인수 작업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2010년 중국의 태양광업체 솔라펀파워홀딩스 지분 49.99%를 인수했는데 당시 솔라펀파워홀딩스는 태양광셀과 모듈부문 생산능력은 각각 500MW와 900MW로 글로벌 생산업체 중 4위를 차지하는 기업이었다.
단숨에 막대한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 한화는 미국 1366테크놀로지 지분을 인수하고 미국 솔라몽키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글로벌 생산규모로 손에 꼽히는 기업이 됐다.
이 모든 지분확보 및 공격적 M&A는 김 사장의 지휘 아래 단행됐다. 2012년 독일의 큐셀 인수까지 성공적으로 완료하면서 한화그룹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 셀-모듈-태양광발전으로 이어지는 전 분야에서 수직계열화를 끝냈다. 또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의 합병으로 태양광 셀 생산 규모로는 세계 1위의 회사를 탄생시켰다.
김 사장은 이러한 광폭 행보와 관련 “태양광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태양광을 통해 인류의 미래에 이바지하겠다는 김승연 회장의 철학은 확고하다”고 밝히며 해당 사업의 육성 의지를 공고히 했다.
■ 한화솔루션, '미드스트림'부터 '다운스트림'까지…"태양광 산업 아우르는 글로벌 대표 기업 될 것"
세계 1위 태양광 기업 반열에 오른 한화에게 남은 과제는 한화케미칼, 한화솔라원, 한화솔라에너지, 한화솔라아메리카 등 그룹계열사 전체로 분산돼 있는 태양광 부문 리더십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었다.
앞서 한화가 “2020년까지 태양광 등 핵심 사업부문에서 글로벌 리더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과정이었다.
실제로 김 사장은 지난해 한화그룹의 태양광 산업의 시너지를 만들어 낼 하나의 법인 ‘한화솔루션’을 출범했다.
여기에 지난해 태양광 모듈 시장 글로벌 1위를 달성하며 10년 전 포부를 실현시켰다.
합병 이후의 시너지도 본격화됐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9조1950억원, 영업이익 594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2.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9.4% 늘어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3017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큐셀 부문은 매출이 4.1% 늘어난 3조7023억원, 영업이익이 5.2% 증가한 1904억원을 기록했다.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태양광 모듈 판매 증가와 발전 사업 확대에 힘입어 매출이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차세대 태양광 셀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강화하고 있으며 올해 2월에는 태양광 발전소 사업까지 진출했다.
한화큐셀은 지난 2월 스페인 릭 에너지로부터 태양광 발전 사업권을 수주하면서 한화는 태양광 모듈, 셀 등을 생산하는 ‘미드스트림(운송·저장 부문)’에서 장기적으로 발전소 설계 및 전력을 공급하는 ‘다운스트림(유통·판매 부문)’까지 산업 전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