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유능한 CEO인 조원태 회장과 이부진 사장의 연봉인상이 문제인 까닭
CEO 연봉과 직원 성과급은 MZ세대의 '공정성' 이슈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최근 주요 기업들의 전년도 사업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몇몇 CEO(최고경영자)들의 2020년도 연봉이 구설수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을 받은 업종의 직원 평균연봉은 줄어든 반면, CEO 연봉은 수십억원 대의 성과급을 합해 대폭 늘어난 것이다.
■ 직원 연봉은 대폭 줄었는데 CEO 연봉은 각각 40%·50% 오른 대한항공·호텔신라
대표적 사례가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과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다. 지난해 대한항공 직원들의 연봉은 무급 휴직 등의 여파로 6819만원으로 전년(8083만원) 대비 16% 줄었다.
반면 조 회장 연봉은 지난해 17억 3231만원으로 40% 늘었다. 한진칼에서 받은 연봉 13억 6600만원까지 합친 총 연봉은 30억 9831만원이다.
이 사장도 비슷하다. 호텔신라 직원들의 지난해 연봉은 5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5.3% 줄었지만, 이 사장의 연봉은 48억 9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52.6% 늘었다.
조 회장과 이 사장은 코로나 불황에도 불구하고 실적을 선방했던 CEO로 꼽힌다.
그러나 두 CEO의 연봉은 회사가 거둔 실적과는 전혀 무관하다. 대한항공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38.6%, 호텔신라는 44.2% 감소했다. 매출격감은 CEO의 책임이 아니다. 코로나19라는 외부요인으로 인해 항공업과 호텔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때문에 두 CEO가 연봉을 대폭 증액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사태, 최태원 회장의 '선의'도 해결 못해
연봉의 '공정성'은 요즘 젊은 직장인들의 화두이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의 높은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임직원에게 연봉 2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나눠주겠다고 발표했다. 사측은 ‘대규모’ 성과급이라 발표했으나 이는 오히려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성과급으로 연봉의 50%를 지급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서, ‘성과급 산출기준’ 공개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20%성과급 지급은 불공정하다는 게 SK하이닉스 직원들의 판단인 것이다.
이에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 연봉을 전액 반납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사내 비판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최 회장이 연봉반납을 선언한 날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의 한 이용자는 “하이닉스 사태 최태원 연봉으로 성과급 메꾸기??”라는 글을 올려 “열사형님(SK하이닉스 성과급 관련, 최초 문제 제기자)의 질문에 답은 아니지 않나??”라고 썼다.
최태원이라는 CEO의 '선의'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성과급 인상만이 실질적인 공정성 확보라는 게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주장이었다.
■ 청년들이 원하는 건 CEO의 연봉 반납 아니라 '공정성'
물론 기업의 CEO가 필요 이상으로 낮은 연봉을 받으며 지나친 겸양을 발휘할 필요는 없다.
기업 운영의 최고의사결정권자인 CEO에게 더많은 성과보상의 몫을 책정하는 건 당연하다. CEO와 직원 간 연봉격차를 줄이고자 일부 기업 CEO에 ‘1달러 기본급’을 적용한 결과, 주요 의사결정 때 소극적인 태도가 두드러지면서 오히려 기업성과가 악화됐다는 미국의 연구결과도 있다.
오히려 성과급 불만을 표출한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가 강조하는 ‘공정’이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의 마련에 있다. 즉 이들에게 공정이란 연봉반납으로 이뤄지는 결과적 평등이 아닌 ‘과정의 공정’에 가깝다.
어제오늘 일이 아닌 CEO와 직원 간 연봉격차가 올해 유독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이유이다. 조 회장과 이 사장은 CEO로서 유능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직원은 연봉을 깎고 본인의 연봉을 올린다면 우리 시대의 화두인 '공정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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