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한림대의료원 화상재단의 세 가지 인술(仁術) 프로그램, 창업자 윤덕선 철학의 진화
설립자의 ‘주춧돌’ 정신을 50년간 발전시켜/경제적 취약계층 많은 화상환자에 대해 수술, 교육, 경제적 지원 등 제공
[뉴스투데이=한유진 기자] 한림대학교의료원은 고(故) 윤덕선 박사가 설립했다. 윤 박사는 의료에만 국한되지 않고, 보건 및 사회복지 전반에 대한 봉사를 몸소 실천했던 인물이다. 한마디로 인술(仁術) 을 실천했던 의사였다. 세월이 흐르면 창업자의 정신은 아무리 훌륭해도 퇴색되기 마련이다. 더욱이 의사가 고소득 전문직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으면서 역설적으로 인술이 자리할 공간이 협소해지는 것도 냉정한 현실이라는 게 의학계 종사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이 설립한 한림화상재단은 이 점에서 주목되는 기구이다. 의료 취약계층이 누구이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바탕으로, '치료 뿐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 향상' 을 위한 다방면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술은 사람을 살리는 게 존재의 목적이라는 윤덕선 박사의 정신을 시대 흐름에 맞춰 진화시킨 결과물이다.
■ 고(故) 윤덕선 박사 '보건의료향상 위해 주춧돌이 되겠다'는 신념, 환자 치료 넘어 삶의 질까지 살펴
윤 박사는 1971년 환자가 많고 의료시설이 낙후돼있던 지역인 서울 한강 이남에 최초의 민간종합병원인 ‘한강성심병원’을 설립했다.
그는 개원 초창기부터 순회 무료 진료를 다니고 병원에서도 무료 진료를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윤 박사는 영세민의 삶의 질까지 살폈다. 이를 위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맹인점자도서실을 운영했고, 양성 나환자촌을 지원했으며, 중복·중증장애인을 위한 보호시설인 라파엘의 집에 약 1만평의 땅을 매입해 기증했다. 또 국민영양실태조사를 2회에 걸쳐 시행해 국내 높은 영아사망률, 영양실조, 수인성 감염병의 실태를 찾아냈다.
1981년에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과거와 현재, 보건의료의 세계적 추세, 2000년대의 보건의료 문제를 총망라한 ‘보건백서’를 발간했다. 당시 국가적 과제였던 ‘국민 보건향상’을 위한 지침서 격인 백서가 국내 최초로 집대성된 것이다.
윤 박사가 이처럼 의술과 돌봄이 꼭 필요한 이들을 위해 활동한 것은 ‘주춧돌이 되겠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주춧돌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 위에 세워지는 건물을 튼튼하게 받들어준다. 그는 우리나라 사회적 위치와 보건의료시스템 향상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곳에 병원이 있어야 한다’는 주관을 세우고 실천해나갔다.
■ 한림화상재단은 3가지 프로그램 통해 '인술정신' 발전시켜... ① 경제적 지원으로 의료 사각지대 해소
한림대학교의료원은 창립자 윤덕선 박사의 주춧돌 사상을 이어가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건강한 삶과 즐거운 인생이 이곳에서 이루어집니다’라는 의료원의 슬로건에 따라, '의술 뿐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방면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림대학교의료원이 설립한 '한림화상재단'이 그렇다. 경제적 취약계층의 건강과 삶의 질을 지원하기 위한 3가지 프로그램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첫재, 화상환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다. 화상은 주로 저소득층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 못지않게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 당장의 치료비뿐 아니라 사회와의 단절 탓에 생계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 비영리단체인 화상환자후원회를 설립했으며, 2008년부터는 사회복지법인 한림화상재단을 설립했다.
한림화상재단은 의료비지원사업을 진행하며 국내외 저소득 화상환자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한림화상재단은 2018년까지 국내 780여명 환자들에게 24억원을, 해외 8개국 1200여명에게 무료진료 및 현지·초청수술을 펼쳐 18억원을 지원했다.
■ ② 장기간 입원 아동청소년 위한 ‘병원학교’ 운영
둘째, 한림화상재단은 장기간 입원 탓에 학업을 빠질 수밖에 없는 아동청소년을 위한 대안도 마련했다. 장기간 치료로 학교출석이 어려운 아동청소년 화상환자가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2013년 화상병원학교를 개교했다.
화상병원학교는 아동청소년들이 입원으로 유급되지 않도록 인터넷 강의 등으로 수업을 대체해 수업일수를 채우는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화상 아동청소년 및 장기간 입원 환자들의 심리적 문제를 예방하고 건강한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화상점프캠프, 멘토링 프로그램 등도 운영한다.
이외에도 한림화상재단은 화상환자 권익 옹호를 위해 2019년부터 영국 FEI(Face Equality International)를 포함한 전 세계 34개 NGO 기관과 안면장애인 인식변화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 ③ 치료 후에도 어디서든 주치의 진료 받을 수 있도록 '원격의료' 제공...한림대 의료원 전체 시스템으로 발전 중
셋째,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건강하게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케어하기 위해 원격의료 사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2018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의 협력으로 몽골 울란바토르에 위치한 제1국립병원 사후관리센터에 화상시스템을 연결했다. 국내 의료시스템이 발달하며 몽골, 러시아 등 해외 환자도 많아지는 가운데 치료 후 주치의와 상태 확인을 위해 한국을 재방문하기 어려워 후속조치가 단절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병원은 물리적 거리가 멀더라도 환자가 주치의와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고, 두 나라 의료진이 내시경 등 검사 진행 및 확대 모습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마치 한 자리에 있는 것처럼 환자와 의료진 간 실시간 질의응답이 가능하므로 효과적인 진료가 가능하다. 일반적인 외래진료처럼 다양한 자세나 통증 정도를 확인할 수 있고 그 즉시 필요한 추가 처치와 치료계획을 설정할 수 있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은 이번 성공 경험을 토대로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주변 국외 병원과도 협력해 원격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도 2015년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취약지 응급의료 원격협진 네트워크 구축사업’에서 강원도 거점병원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은 농어촌 등 취약지역 응급환자에 대한 정보를 대도시 거점병원 의료진과 원격으로 공유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했다.
■ 환자와의 동행 강조하는 ‘We路캠페인’ 진행
한편 한림대학교의료원은 2017년부터 ‘We路(위로)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의료진과 환자가 서로 위로하며 다독이고, 모두의 삶의 질을 위로 올리기 위해서 힘을 모으며, 건강하고 즐거운 생활을 향해 동행하는 것이 우리가(We) 갈 길(路)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We路캠페인을 통해 한림대학교의료원은 독거어르신을 찾아가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장기 입원객을 위한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환자의 삶과 치료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를 함께 해결해나가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외에도 의료진은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는 의료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역지사지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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