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경고 받은 삼성생명 전영묵 대표의 과제, 실추된 '브랜드 가치' 회복이 신사업보다 중요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암보험금 미지급 건으로 금융감독원 기관경고 처분을 받은 삼성생명은 신사업 진출에 제약이 생긴 것 말고도 또 다른 리스크를 안게 됐다. 브랜드 가치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는 지적이다.
“가장 믿었던 삼성생명이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비판이 관련 기사 댓글이나 각종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이는 곧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가 해결해나가야 할 주요과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17년 촉발된 삼성생명 암보험 분쟁은 이견이 분분한 사안이었다. 삼성생명으로부터 요양병원 입원비를 받지 못한 암보험 가입자들은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를 결성하는 등 지속적으로 항의해왔다.
이에 금감원도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을 권고했으나 정작 대법원은 최근 관련 소송에서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금감원이 삼성생명에 중징계 처분을 내리면서 소비자 여론은 ‘삼성생명 비판론’으로 굳어지는 모양새이다. 신사업 진출 제약보다 독보적이었던 삼성생명의 '브랜드 가치' 회복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 금감원, 지난 3일 삼성생명 ‘기관경고’ 의결 / “암환자에 대한 요양병원비 미지급은 보험약관 준수 위반” / 제재 확정 시 삼성생명은 1년간 신사업 진출 불가능
금감원은 지난 3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삼성생명의 ‘요양병원비 미지급’과 ‘대주주 부당지원’을 이유로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제재안에는 삼성생명에 과태료와 과징금을 부과할 것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고 임직원에 대해 3개월 감봉·견책 등을 조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감원은 삼성생명의 다수의 암환자에게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 보험약관(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삼성생명은 암보험 가입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병원을 오가며 받은 항암치료는 ‘암의 직접 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금을 일괄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또 금감원은 삼성생명이 전산시스템 구축 기한을 지키지 않은 삼성SDS로부터 지연 배상금을 받지 않은 것도 대주주와의 거래제한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2015년 삼성생명은 삼성SDS와 전산시스템 1561억원 규모의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삼성생명은 구축 기한을 2017년 4월로 잡고, 지연 시 지연 배상금을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경고 제재는 금감원장 결재와 금융위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제재 확정 시 삼성생명은 향후 1년간 금융당국의 인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 금감원 중징계 이후 ‘삼성생명 비판론’으로 굳어진 네티즌 여론 / “대형 보험사 횡포 막아야”, “고객 신뢰 잃어버리면 한계 금방 올 것”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삼성생명의 암보험급 미지급을 ‘대기업의 횡포’로 보는 여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삼성생명 기관경고 조치 관련 포털사이트 뉴스에는 “대형 보험사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표 케이스를 만들어 더 강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삼성생명은 일등기업으로 성장한 보험사이지만, 고객들에게 신뢰를 잃어리면 한계가 금방 올 것이다”라는 등의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금감원의 중징계 조치가 ‘낙인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전영묵 대표가 직면한 중대한 경영 리스크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사 상품은 기본적으로 가입기간이 수년에서 수십년까지로 긴 만큼 기업 자체의 이미지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생명은 업계 1위 기업인 만큼 암보험 분쟁으로 인한 중징계 조치가 소비자에게 더욱 깊게 각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암보험 분쟁은 3년전 발생, 억울하지만 올초 취임한 전영묵 대표가 책임져야
올해 3월 취임한 전 대표로서는 다소 억울한 상황이다. 전임 최고경영자(CEO)의 실책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기상으로 암보험 분쟁은 삼성생명 김창수 전 대표(2014~2018)와 현성철 전 대표(2018~2020) 때 촉발된 사건이다.
지난 2017년 보암모 공동대표인 이모씨는 삼성생명에 요양병원 입원비 전액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2018년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환자에게도 입원비를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지난해 10월 기준 금감원이 지급권고 결정을 내린 암보험급 분쟁조정 551건 중 217건(39.4%)만 전부 수용했다.
암보험 분쟁은 현재진행형으로, 보암보 회원들은 올해 초부터 삼성생명 본사에서 점거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이 지난 9월 이모 씨와의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판세는 뒤집히는 듯 했다. 대법원이 이모 씨의 암 입원비 지급 청구 소송에 심리불속행 기각을 결정한 것이다. 법원은 이씨의 요양병원 치료가 암 치료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봤다.
그러나 금감원은 “법원 판단은 개별 사례에 대한 것일뿐”이라며 당초 예고했던 대로 기관경고를 의결했다.
이 같은 암보험 분쟁은 근본적으로 기업과 소비자 간 갈등이라는 점에서 장기화할수록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다. 전 대표 임기는 오는 2022년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