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가 일하는 법 (1)] 휴메트린정 공급에 숨겨진 3가지 일하는 법, '시장논리' 넘어서

강소슬 기자 입력 : 2020.10.15 01:39 ㅣ 수정 : 2020.10.15 01:39

휴온스, 수익성 낮은 희귀의약품 생산에 자발적으로 참여/윤성태 부회장의 '인류건강 기여' 철학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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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포드는 통조림 공장에서 영감을 얻어 컨베이어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소품종 대량생산시대를 열었습니다. 다품종 소량생산시대로 넘어오면서 소수인원이 팀을 구성해 작업하는 ‘워크 셀’이 대세가 됐습니다. 명품차 페라리는 한 명의 장인이 한 대의 차를 완성시키는 방식을 통해 생산됐습니다. 이처럼 걸작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해 탄생합니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일하는 방식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산업과 기업의 특징과 장점에 따라서 무궁무진하게 변형되는 추세입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하는 법’의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합니다. 국내 주요 기업의 ‘일하는 법’에 대한 뉴스투데이의 기획보도는 혁신을 갈망하는 기업과 직장인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입니다. <편집자 주>

 

엄기안 휴온스 대표이사 사장, 휴온스 제천공장 [사진=휴온스, 그래픽=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목표는 '이윤 극대화'이다.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는 이 같은 목표를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짜여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서 때로는 손실을 감수하거나, 이익을 거의 내지 못하는 분야에 뛰어들기도 한다.

 

이 점에서 휴온스(대표 엄기안)가 지난 12일부터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경구용 자궁수축제 ‘휴메트린정’(성분명 메틸에르고메트린말레산염)을 공급하기로 한 것은 눈길을 끈다. 휴온스의 휴메트린정은 태반만출 후, 분만 후, 유산 후 출혈, 자궁퇴축부전 등의 경우에 출혈을 방지하고 치료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자궁수축제다.

 

이 약품은 2017년 이후 국내 생산하는 업체가 없어져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해온 희귀의약품이다.  이로 인해 높은 가격과 수급의 불안정성이라는 문제점을 낳았다. 식약처와 한국희귀필수의약품 센터가 국내 제조 및 공급사를 물색했고, 휴온스가 자발적으로 지원해 국내생산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휴온스의 3가지 일하는 법을 엿볼 수 있다.

 

■ 흑자 가계만이 구호기금 낼 수 있듯, 탄탄한 사업구조 토대로 저수익 사업 참여 

 

휴온스가 수익성이 높지 않은 자궁수축제 공급에 나설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탄탄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도 흑자가 나야 아프리카 아동 구호기금을 낼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경영성과가 좋아야 사회적 책임 수행에 앞장 설 수 있다.  

 

국내 코스닥 시장에서 시총기준으로 상단에 위치한 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적자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높은 주가는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의 산물이다. 반면에 휴온스는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한 기업이다.

 

지난 15년간 연평균 18%의 매출 증가라는 실적개선을 이뤄왔다. 이는 국내 제약업계를 통틀어 최고의 매출 증가율이다. 사업다각화도 철저하게 기존 사업과 연관 있는 사업에만 진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휴온스는 지난 8월 13일 공시를 통해 2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1036억원, 영업이익은 132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각각 20%와 52% 증가했다고 밝혔다. 휴온스는 2004년부터 2019년까지 15년간 꾸준히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2분기 호실적을 감안하면 올해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실적을 기반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희귀의약품 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게 휴온스라는 기업이 일하는 법인 셈이다.   

 

■ 대체약품 필요성이라는 정책과제에 '자발적 참여'

 

보건복지부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관계기관이 협의해 지정하는 국가필수의약품은 보건의료상 필수적이지만 시장 기능만으로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을 말한다.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되어 휴온스가 공급하겠다 밝힌 경구용 자궁수축제 ‘휴메트린정’의 성분인 ‘메틸에르고메트린’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업체가 없어 전량 해외 의약품에 의존해왔다. 이러한 이유로 높은 가격과 수입의약품 특성상 안정적인 공급이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으며, 의약품 제조 및 관리 기준인 GMP 준수 여부 확인도 쉽지 않았다.

 

휴온스는 자발적으로 경구용 자궁수축제 공급에 나서겠다며 공모에 참여했고, 이번 허가 취득을 하게 됐다.

 

휴온스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참여 배경에 대해 “휴온스는 정부의 권고 등이 아니라 직접 공모에 참여한 것이며, 다른 제약사가 어느 정도 참여했는지에 대한 여부는 정부가 아니라 알 수 없다”며 “약가가 높지 않아 많은 제약사가 쉽게 참여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경구용 자궁수축제 '휴메트린정' [사진=약학정보원 홈페이지 캡처]
 

■ 휴온스, 수익성 대신 사회적 책임 수행하는 '비합리적 선택'/국내 환자들, 약값 부담 덜어내는 '합리적 선택' 가능해져

 

경구용 자궁수축제 공급 사업에 뛰어든 것은 '비합리적 선택'이다.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 동기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엄기안 휴온스 대표는 “인류 건강을 위한 의학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그룹 철학에 따라 국민 건강권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휴온스그룹의 오너 최고경영자(CEO)인 윤성태 부회장의 경영철학을 실천하는 차원이었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휴온스가 경구용 자궁수축제 공급하는 것은 수익성을 보고서 하는 일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휴온스 관계자는 “경구용 자궁수축제의 경우 예를 들어 수입에 의존했을 때 가격이 한 알당 500원이었다고 가정한다면, 휴온스가 알당 74원 정도에 제공하는 것이라 수익성을 보고 하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경제에서 유망한 기업이 일하는 법의 새로운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윤을 극대화하는 '합리적 선택' 대신에  인류건강 기여라는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비합리적 선택'을 실천하는 게 그것이다.

 

반면에 국내 환자들은 낮은 가격에 약품을 구입하는 '합리적 선택'이 가능해진다. 앞으로 휴온스가 나서서 경구용 자궁수축제의 제조부터 품질관리를 맡아 공급하게 되는 만큼,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안전하고, 적시에 경구용 자궁수축제 공급이 가능해지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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