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0.02.26 05:54 ㅣ 수정 : 2020.02.26 18:44
중국, 일본 감염지수 주춤한데 왜 한국만 크게 오르나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며칠새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일본 감염자수를 뛰어넘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는 보도에 한국이 전세계적으로 왕따국가로 전락할 처지가 됐다.
한국인에 대한 입국금지와 자가격리, 입국절차 강화 등을 시작한 국가가 20여개국에 달하고 있고, 미국의 CDC(질병통제예방센터)는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단계인 3단계로 격상했다. CDC는 한국에 대해 “광범위한 지역사회 전파가 우려되므로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하라”고 자국민들에게 권고했다.(CDC와 달리 미 국무부는 한국에 대해 4단계 여행경보 중 2단계인 ‘강화된 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는 한국인 신혼부부 30명 등 34명의 한국인관광객에 대해 입국제한과 함께 격리조치를 취해 결국 관광객들이 귀국길에 올랐다. 앞서 이스라엘은 성지순례 등을 이유로 자국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1000여명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 비용으로 전세기를 띄워 모두 귀국시키기로 했다.
중국 산동성 웨이하이시는 한술 더떠 25일부터 웨이하이 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승객에 대해 격리조치를 단행했다. 이날 웨이하이에 착륙한 제주항공의 경우 승객 163명이 시내 호텔로 이송돼 격리됐다. 이중 한국인은 19명, 중국인이 140명, 나머지는 미국 등 다른 나라 국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수출국이 오히려 피해자인 한국을 상대로, 그것도 욕은 욕대로 먹어가면서까지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지 않은 한국에 대해 적반하장 식으로 나오고 있는데 대해 우리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 모든 것들이 사전예고조차 없이 취해진 조치로 한국내 감염자수 급증에 따른 두려움과 경계감 등 후폭풍으로 해석된다.
과연 한국이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왕따취급을 받을 정도로 코로나19 오염지역으로 전락한 것일까. 따지고 보면 다른 나라는 조용하거나 잠잠해지는데 한국에서 갑자기 감염자수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질병관리본부(질본)의 철저한 검사방침에 기인했다는 얘기가 설득적이다.
코로나19 의심환자에 대해 질본은 예외없이 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코로나 검사를 받은 사람은 25일 기준으로 4만명을 넘어섰다. 확진자(977명)를 제외한 검사인원은 3만9327명이며 이 가운데 2만5447명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만3880명은 검사가 진행 중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매일 오전 10시(오전 9시 기준)와 오후 5시(오후 4시 기준) 하루 2차례 코로나19 환자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반면 불과 며칠전까지 중국에 이어 감염자수 2위였던 일본은 25일 오후 6시 기준으로 감염자는 모두 854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691명은 요코하마항 다이코쿠 부두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객이며 이들을 제외한 일본 내 감염자는 163명이다.
단순 감염자 숫자만 보면 한국이 일본에 비해 감염속도가 현저하게 빠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일본의 검사자수를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일본 후생성 홈페이지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 지금까지 코로나19와 관련해서 검사를 받은 사람은 693명에 불과하다. 우한에서 전세기로 귀국한 829명과 크루즈선 승선자 3063명 등을 모두 합해도 4585명에 불과하다. 한국에 비하면 9분의1 수준이다.
한국이 일선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감염이 의심될 경우 해외여행력과 관계없이 모든 의심환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사를 확대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대형병원에서만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을 방문해 증상을 호소해도 검사를 못 받고 돌아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도쿄신문은 보도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정부가 코로나19 감염확산을 숨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감염자수가 가장 많은 중국 역시 과연 지금까지 몇 명을 검사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통계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감염자수와 사망자수만 밝히고 감염자수가 더 이상 크게 늘지 않고 있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코로나19 관련 통계 신뢰성은 이미 바닥을 기고 있는 상태라서 이 숫자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해 110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다녀가는 태국의 경우도 감염자수가 공식적으로 37명에서 더이상 늘지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의구심을 갖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런 가운데 질본은 신천지 신도(24만명 추정)에 대한 전수조사 방침을 밝히고 확진자가 늘고 있는 대구에서 기침이나 콧물 등 감기증상이 있는 약 2만8000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검사보다 7배 더 많은 검사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며 향후 얼마나 더 많은 검사가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무조건 검사하겠다는 질본의 확고한 방침을 고려하면 당분간 한국은 감염국 2위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지만 좌고우면하지 않는 뚝심과 투명성만큼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