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은행장 목줄 쥔 금감원 제재심의 모순

정승원 기자 입력 : 2020.01.16 08:53 ㅣ 수정 : 2020.02.24 10:17

은행장 목줄 쥔 제재심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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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16일 열려 DLF사태에 대한 금융기관의 책임을 묻는다. [연합뉴스]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근거부족" 주장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낳은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불완전판매를 둘러싼 은행들과 관련 임원들을 문책하기 위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16일 열린다. 제재심은 은행과 경영진에 대한 징계수위를 결정하는데 임원의 경우 중징계를 받게되면 연임은 물론,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돼 관련은행들은 사활을 걸고 제재심에서 징계수위를 낮추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감원은 관련은행 경영진인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한 상태다. 3월 주주총회 전에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손 회장은 연임이 불가능해질 수 있고 차기회장 유력주자인 함 부회장은 차기회장에 도전할 수 있는 길조차 멀어지게 된다.

 

이날 열리는 제재심에 이례적으로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이 직접 참석키로 결정한 것도 사안의 중요성 때문이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참석해 적극 소명에 나서 제재수위를 최대한 낮추겠다는 것이 이들 은행의 입장이다.

 

현재 제재 심의에 오른 인물들 중에는 임원들이 많고, 이 중엔 전현직 회장과 행장 등 수장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제재심 대상에 오른 임원은 우리은행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행장, 정채봉 부문장, 정종숙 전 WM담당임원 등 5명이고, 하나은행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등 4명이다.

 

특히 손 회장의 경우 내부에서 이미 연임이 결정됐는데 연임이 확정되는 3월 주주총회전에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회장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3월 주총 이후에 제재안이 확정되면 20233월까지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제재에 따른 권위손상은 불가피하다.

 

함영주 부회장의 경우 임기는 올해 12월인데, 이번에 징계가 확정되면 차기 지주회장직에 도전할 수 없게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모두 최고경영자의 운신이 걸려있는 만큼 제재수위를 낮추기 위해 사활을 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해당은행들은 지난 13일 금감원을 방문해 소명의견을 전달했다. 금감원은 은행들 소명에도 불구하고 일단 기존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통제 미흡으로 은행은 물론 은행장 등 최고경영진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은행들은 중징계에 대한 근거가 빈약하다며 반론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감사원은 2017년 금감원 기관운영 감사에서 금감원이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회사 임직원에게 징계를 내린다고 지적하며 징계근거를 명확히 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당국도 DLF 같이 중대한 사안의 경우 그 책임을 최고경영자가 지도록 근거를 마련하겠다며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 법은 국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했다.

 

제재심은 16일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오는 30일 한 차례 더 열릴 예정인데 현재로선 사안의 중대성과 해당은행 및 감독원 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 전망이어서 최종 징계수위는 오는 30일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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