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선거 참패로 귀결된 일본 소비세 인상, 불매운동에 몰린 아베의 자충수
관광산업 위기에 재정적자 커지자 증세카드 손대
[뉴스투데이=이태희 기자] 아베 신조 일본정부가 국민이 모두 싫어하는 소비세 인상이라는 모험을 감행했다. 10월1일부터 현행 8%인 소비세율을 10%로 높이면서 사실상 대대적인 증세에 들어갔는데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국민지갑에서 보충하겠다는 발상이어서 일본국민들의 반발이 향후 선거에서 심판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일 NHK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아베내각은 1일0시를 기해 일본의 소비세율을 기존 8%에서 10%로 인상시켰다. 이번 증세는 2014년 4월 5%였던 소비세율을 8%로 인상한 이후 약 5년6개월 만의 두 번째 인상이다.
2014년 소비세율 인상 당시 일본국민들이 세금부담 때문에 지갑을 아예 닫으면서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에서 0%대로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어떤 역효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일본 국민여론이 지속적으로 부정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정권 차원에서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대 사례를 보면 소비세율 인상은 어김없이 정권붕괴로 연결됐다. 1989년 없던 소비세를 처음 도입한 다케시타 노보루 내각은 3개월 후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하면서 실각했다.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도 1997년 3%였던 소비세율을 5%로 인상한뒤 이듬해 참의원 선거에서 패해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집권시절인 2012년 5%였던 소비세율을 8%로 인상하는 증세를 추진했다가 선거에 패배해 아예 정권을 자민당에 빼앗겼다. 아베 내각은 민주당 때 결정된 사안이라며 집권과 함께 2014년 4월 소비세율 8% 인상을 단행했고 2015년 10월 2차로 10% 인상안을 예고했다.
하지만 소비세율 인상으로 GDP 증가율이 2%에서 0%로 급락하자 아베내각은 2차 소비세율 인상시기를 몇 차례 연기한 끝에 이번에 다시 인상카드를 꺼낸 것이다. 2014년 소비세율 인상에 이어 2차로 예고됐던 2015년과 비교하면 4년만에 증세카드를 실현한 셈이다.
사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맹국의 평균 소비세율 19.3%와 비교하면 일본의 소비세율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OECD는 지난 4월 일본의 재정건전화를 위해 소비세를 26%까지 인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까지 했다.
이번 소비세율 인상으로 아베내각은 연간 4조6000억엔(50조9400억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더 들어오는 세금은 유아교육 및 보육 무상화 재원에 주로 쓸 계획이며 일부는 65세 이상 간병보험료 경감 재원과 고등교육 무상화 제도 등 주로 표와 연결된 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국민이 싫어하는 증세로 얻은 추가세금을 표와 연결될 수 있는 특정계층에 쏟아 붓겠다는 발상이다.
지난 7월 치러진 25회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신규의석 124석 중 57석을 차지했다. 공명당이 14석을 가져가면서 두 집권 정당이 71석을 얻었다. 기존의석 70석을 합하면 두 여당의 의석은 141석이며 친아베 성향을 보이는 일본유신회 10석 등을 합하면 최대 동원가능한 개헌세력 의석은 160석인데, 이 역시 개헌안 발의선(3분의2인 164석)에 4석이 부족하다.
선거결과가 실패했다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6년전 압승을 거뒀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의 의석수는 아베가 꿈꿨던 수준은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취임이후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만들겠다며 헌법개정을 추진하고 한국을 겨냥해 경제보복을 취하는 등 주변국들이 싫어하는 일만 골라하던 아베가 이제는 아베노믹스 실패로 규정되는 경제실정을 만회하기 위해 일본국민이 싫어하는 증세에까지 손을 댔다.
한국의 강력한 불매운동과 일본관광 거부로 일본 내수의 한 축을 담당했던 관광업이 큰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초조해진 아베가 꺼낸 증세카드는 내년 도쿄올림픽 성공개최를 토대로 개헌을 이뤄내 ‘재임 중 전쟁가능한 국가로 만든 최초의 총리’를 꿈꾸는 아베에게 부메랑이 되어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