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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의 뉴스 뒤집기④

409개 주요 직업의 AI 대체 확률→인기 직업군 직격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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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16.03.24 18:12 ㅣ 수정 : 2016.06.29 11:41


한국고용정보원이 강조하지 않은 내용이 충격적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 간의 대결은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케 해주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고용정보원(원장 유길상)은 24일 ‘AI와 로봇기술에 의해 직무가 대체될 직업별 확률’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미래 기술 영향에 대한 전문가인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본 교수의 분석모형을 활용해, 우리나라 주요 직업 409개에 대한 직무대체 확률을 계산했다. 1.0이면 대체 확률이 100%라는 의미이고, 0이면 대체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한국고용정보원은 대체확률 ‘상위 30개 직업’과 ‘하위 30개 직업’에 초점을 맞춰 자료를 발표했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인에게 충격적인 내용은 한국고용정보원이 강조하지 않은 부분에 숨겨져 있다.


▲ [출처: 한국고용정보원]


대체 확률 ‘상위 직업 30개’ →택배원, 부동산 중개인 등 99% 대체 확률

한국고용정보원은 우선 ‘대체 확률이 높게 나타난 30개의 직업군’을 부각시켰다. 예상대로 대부분 단순 노동 및 사무직이었다. 콘크리트공, 정육원 및 도축원, 고무 및 플라스틱 제품 조립원, 청원경찰이 상위 5개 대체직업군으로 나타났다. 대체 확률은 모두 99%를 넘겨서 100%에 육박했다. 그러나 이들 직업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아 충격이 덜하다.

서민층의 주요한 일자리들이 높은 대체확률을 보인 게 눈길을 끈다. 온라인 상거래가 활성화됨에 따라 급증하는 택배원(13위, 99%), 부동산 컨설턴트 및 중개인(17위, 99%), 보조교사 및 기타교사(27위, 98%), 육아 도우미(29위, 98%), 음식배달원(35위, 96%)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직업들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위를 되풀이할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소통이 상대적으로 불필요한 편이다.


▲ [출처: 한국고용정보원]


대체 확률 ‘낮은 직업 30개’→조각가, 작곡가 등 창의성 필요한 직업들

한국고용정보원은 또 ‘대체 불가능한 직업 상위 30개’도 발표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조각가, 사진작가 및 사진사, 작가 및 관련 전문가, 지휘자.작곡가 및 연주자, 애니메이터 및 문화가 등과 같은 예술관련 직업이 상위 5위를 모두 차지했다.

이들 직업의 대체 확률은 0.0004% 이하이다. 통계학적 관점에서 대체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창의성이야말로 AI나 로봇 자동화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임이 확인된 셈이다.


지원자 늘어나는 손해 사정인은 대체 확률 96%

그러나 대체 확률 높은 직업 30개와 대체 불가능한 직업 30개는 모두 일반인의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번 자료에서 충격적인 것은 한국고용정보원 강조하지 않은 부분에 숨어있다. 그동안 고수익 및 높은 안정성을 보장 받아온 전문직업들이 대거 대체 확률이 높은 직업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대체확률이 70% 이상의 높은 수준을 보였다.

우선 손해사정인(43위)의 대체확률은 96%로 나타났다. 손해 사정인은 보험 사고 발생시 손해액 및 보험금을 산정하는 일을 한다. 정년이 없고 비교적 높은 수익을 올린다는 점에서 새로운 유망직업으로 주목돼왔다. 초봉이 2500만원~4000만원 수준이다. 손해사정사 시험 지원자는 지난 2014년 4502명에서 지난해 5606명으로 중가했다. 하지만 손해사정인은 조만간 없어질 직업이 된 셈이다.

항만에 들어온 선박에 탑승해 안전한 수로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도선사는 평균 연봉 1억원 이상의 고소득 직군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대체 확률(41위)이 96%로 산정됐다.


섬세한 동작이나 창의성 불필요한 일반 의사 대체 확률 94%

일반의사의 대체확률(55위)도 94%로 높게 나타났다. 특수한 의학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없는 의사들은 퇴출대상이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결과는  AI와 로봇에 의해 대체되는 직업을 예측하기 위한 기준을 보면 이해가 쉽게 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이번 조사에서 ▲정교한 동작의 필요성 ▲창의력 필요 정도 ▲서비스 지향성 ▲예술과의 관련성 ▲사람들을 파악.협상.설득하는 일인지 여부 ▲ 좁은 공간에서의 작업 여부 등을 핵심 변수로 삼았다. 인간과 소통하면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역할이 크거나 섬세한 육체적 동작을 요구하는 직업일수록 대체 확률이 낮아진 것이다. 따라서 간단한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역할에 머무르는 일반의사의 대체 확률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공시족’이 목을 매는 정부 행정관리자도 대체 확률 74%

정부 행정관리자(122위)도 대체 확률이 74%로 집계됐다. '공시족(고시처럼 어려워진 7,9급 공무원 시험에 집중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 청년층은 직업적 안정성을 위해 단순 행정 관리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선호하고 있다. 대기업을 포기하고 7,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실력파 청년들을 발견하는 것이 이제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평생직장’을 바라보고 행정부처에 들어갔지만 AI나 로봇에 의해 밀려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이번 조사결과의 메시지이다.

정부 및 공공 행정 전문가(136위)의 대체 확률도 65%에 달한다. 20~30년 후의 직업 안정성을 위해 공시족을 선택한 사람들은 심각하게 자신의 진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적 비판 받아온 의원, 고위 공무원, 공공단체 임원의 대체 확률도 50%

민간 분야의 전문직들도 위태롭다. 법무사(142위, 62%), 세무사(153위, 59%), 관세사(161, 56%)등처럼 정년부담도 전혀 없고 고소득을 올려온 것으로 알려진 전문직의 대체 확률도 상당한 수준이다.

일반 국민이 통쾌하게 여길 소식도 있다. 의회 의원, 고위 공무원, 공공단체 임원 등(179위)도 대체 확률이 50%를 넘겼다. “국민의 세금을 축내면서 일하지 않는 직업군”으로 비판을 받아온 우리 사회의 지도층들의 직업이 없어질 확률이 절반은 넘은 것이다.


일반 의사보다 수의사나 간호조무사가 더 많은 소통 필요?

현행 대입제도 하에서 일반의사보다 학업성적이 평균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볼 수 있는 수의사(216위, 32%). 약사,(243위, 27%). 간호조무사(250위, 22%), 간호사(268위, 15%)등의 대체 확률이 훨씬 낮게 나타난 것도 흥미롭다. 일반 의사보다 수의사나 간호조무사가 환자와의 소통을 더 많이 하는 직업이라고 본 것이다.

AI 시대에도 살아남을 직업 중 20세기의 인기 직종도 다수 포함돼 있다. 변호사는 대체 확률(279위)이 13%로 낮은 편이다. 판사 및 검사는 순위는 약간 낮은 306위이지만 대체 확률은 0.5%에 불과해 사실상 대체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섬세한 손동작과 많은 경험 필요한 전문의사는 대체 확률 0.2%

전문의사의 경우도 대체확률(338위)이 0.2%에 그쳤다. 일반 의사와 달리 특정 의학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거나, 고난도의 손동작이 필요한 수술등을 담당하는 의사는 AI가 대체하기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교수, 기자 직군은 앞으로도 건재 과시

우리나라에서 ‘갑중의 갑’으로 불리는 직업인 대학교수의 대체 확률(386위)은 0.009%로 거의 제로에 근접했다. AI와 로봇이 회사와 가정을 가득 채워도 교수는 교단에서 건재를 과시하는 사회가 연상된다.

일부 해외 연구에서 대체확률이 높게 나온 기자 및 논설위원의 대체 확률(369위)이 0.04%로 대단히 낮게 계산된 것도 이채롭다. 최근 현대자동차, 도요타 등과 같은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택시운전원(287위)의 대체 확률도 1%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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