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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는 ‘실리’, 이세돌은 ‘명예’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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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입력 : 2016.03.16 10:50 ㅣ 수정 : 2016.03.16 13:21

▲ 세기의 대결이라 불리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을 구글은 막대한 실리를, 이 9단은 명예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국직후 기자회견을 하는 이 9단(오른쪽)과 하사비스 딥마인드 대표. [출처=인버스닷컴]


(뉴스투데이=정진용 기자) 컴퓨터와 인류대표간의 세기의 대결이 끝났다. 앞으로 더 이상 대국을 볼 수 없어 아쉬움은 남지만 이번 대결 결과, 알파고와 이세돌 모두 승자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알파고는 실리를, 이세돌은 진정한 월드스타로 등극하면서 명예를 챙겼다는 지적이다.


100만달러 상금 내건 구글, 주식가치 60조원 올라 싱글벙글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시에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형) 주가는 14일(현지시간) 750.24달러를 기록했다. 대국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8일 713.53달러에서 일주일새 5.1% 상승한 것이다. 덕분에 시가총액은 4911억달러에서 5164억달러로 불어났다.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589조3000억원에서 619조6000억원으로 30조3000억원이 늘어났다.

또다른 상장주인 알파벳(C형)의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30조원이 늘었다. 두 종목을 합하면 구글은 시가총액이 약 60조원 불어난 셈이다. 부동의 시가총액 1위였던 애플을 제치고 지난 2월초 시가총액 1위에 오른 구글로서는 이번 세기의 대결을 통해 2위 애플과의 격차를 더 벌리면서 확고한 1위를 다지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홍보효과도 기대이상이었다. 대국이 벌어진 기간, 국내외 언론들은 연일 경기 결과와 의미를 대서특필했다. 현장에는 외신기자들을 포함해 300여명의 취재진이 북적거렸다. 알파고가 예상을 깨고 초반 3연승을 거두면서 알파고의 기능은 물론, 딥마인드와 구글의 연구개발 노력과 관련된 기사들이 쏟아졌다.

딥마인드의 창업자 데미스 하사비스는 물론이고,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과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 사장이 잇따라 대국 관전을 위해 내한한 것도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선 “구글이 최소 수천억원의 광고 효과를 누렸다”고 분석했다. 언론에 노출된 정도를 광고비로 환산하면 수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가상승과 홍보효과도 컸지만 구글이 더 흥분하는 것은 인공지능(AI)산업에서 확실한 선점효과를 얻었다는 점이다. 네이처에 따르면 AI시장은 10년후 2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글은 알파고를 앞세워 AI분에서 확실한 선두주자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하사비스는 대국이 진행되는 기간 가진 수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알파고의 경험을 살려 향후 헬스케어, 스마트폰 보조, 환경문제 등에 AI를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AI분야에 계속 투자를 통해 더 나은 성능의 AI를 개발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 세기의 대결을 위해 구글이 쓴 돈은 마케팅비와 대국진행에 들어간 돈을 빼면 표면적으로는 125만달러(약 15억원). 대진료 15만달러와 승리수당 10만달러, 그리고 우승상금 100만달러가 고작이다. 그나마 알파고가 4승1패로 이기면서 승리수당 8만달러를 아꼈다.

이세돌에게 돌아간 돈은 17만달러(대진료 15만달러 승리수당 2만달러). 우승상금 100만달러는 유니세프와 교육 및 바둑 단체 등에 기부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돌 진정한 월드스타로 등극

그렇다고 구글만이 이번 대결의 유일한 승자라고는 할 수 없다. 이세돌 역시 많은 것을 얻었다. 금전적으로는 17만달러(2억400만원)를 받아 구글이 얻은 실리에 비하면 몇만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류대표로서 기계와 고독하게 싸우는 그의 모습은 많은 감동을 주며 뜨거운 응원을 유도했다.

수치상으로도 증명이 되고 있다. 구글에서 이세돌을 검색하면 30만건의 기사가 검색된다. 영어식으로 세돌리로 검색하면 29만5000건이 검색된다. 약 60만건의 관련기사가 검색된다는 뜻이다. 알파고를 검색어로 넣으면 200만건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가 나온다. 물론 알파고 관련정보에 이세돌이 빠질 리 없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 가운데 440만건을 기록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수년간 이룬 것이지만 이세돌은 불과 일주일새 이룬 성과이기 때문에 더 값지다는 평을 받는다.

미국 주요언론의 헤드라인을 분석하는 인터넷 아카이브 TV 뉴스에 따르면 이세돌은 대국이 진행되던 기간중 월드뉴스 가운데 총 14회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주요언론들이 알파고를 언급할 때 이세돌 역시 빠지지 않고 언급됐다.

알파고의 성능개발은 현재진행형이고, 알파고를 내놓은 딥마인드가 앞으로 선보일 AI산업은 무궁무진하다. 그때마다 이세돌은 또 다시 언급될 것이 분명하다. 1996년 IBM 슈퍼컴퓨터인 딥블루(Deep Blue)가 세계 체스 챔피언 그랜드마스터인 가리 카스파로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이후 카스파로프는 패자임에도 늘 관련기사에 이름이 오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란 얘기다.

알파고의 아버지 하사비스 딥마인드 대표는 이세돌을 대진상대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서 “(이세돌 9단이) 10년이상 바둑에서 세계1위를 유지한 점을 크게 고려했다”고 말했다.

하사비스 대표는 제5국이 끝난 직후 SNS에 "굉장한 경기를 펼쳐준 이세돌과 알파고 팀에게 축하를 전한다. 제5국은 믿을 수 없는 대국이었다.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며 세기의 대결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세돌 9단은 대국이 모두 끝난 후 “원없이 바둑을 즐겼다”고 쿨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아마도 한국이라는 국적을 떠나 첨단기능을 장착한 인공지능 기계와 싸운 최초의 인류전사로 오래도록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기계와 싸운 전사 존 코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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