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권부원 문화스포츠 에디터) 중국의 패스트팔로워(빠른 추격자) 전략은 거침없다. 선도기업을 따라잡는데 때와 공간을 가리지 않는다. 이세돌9단과 알파고의 격돌이 임박하자 서울이 세계인의 관심으로 달아오른 7일 밤, 중국 베이징에서는 급조한듯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중국 바둑의 1인자 커제9단이 중국의 사물인터넷업체 ‘노부마인드(NOVUMIND)’와 함께 긴급회견을 열고 또다른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이거우선지’와 대결한다고 알렸다.
중국 인공지능 상금 100만달러 걸고 커제와 바둑대결
중국 시나의 보도에 따르면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따라하듯 상금과 회견 방식이 같았다. 상금으로 100만달러를 내걸었고, 기자회견도 화상연결 방식으로 진행했다. 바둑으로 치면 흉내내기 수순이다.
현 세계최강 커제9단과 대결하는 ‘이거우선지’는 중국의 IT업체인 바이두 산하 딥러닝연구소에 근무했던 우런 박사가 개발한 바둑프로그램이다.
인공지능 선도기업인 미국 구글사에 선수를 뺏긴 중국 기업의 응수인 셈이다. 구글이 이세돌을 선택하자 노부마인드는 바둑계 최고수인 커제를 파트너로 잡았다. 커제는 지난 5일 농심신라면배 최종전에서 이세돌9단을 격파한 바 있다. 또 이세돌과의 역대전적에서 8승2패로 앞서 이세돌 천적으로 불린다.
인공지능 시장도 미‧중 대결 예고
프로그램 개발자 우런은 “이미 알파고와 비슷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며 “이제 첫 발을 뗀 정도지만, 기술적 장애는 없다. 앞으로 실제 기사들과 대국하며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제 9단은 “앞서 진행된 인공지능과 사람의 대국 기보를 살펴봤는데, 현재로서는 기계가 나를 이기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중국기업의 의도는 분명하다. 구글에 한발늦긴 했어도 인공지능의 기술수준은 대등하게 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구글은 이미 알파고를 앞세워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다.
게다가 9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될 다섯차례 대국은 모두 생중계되고 그 화면은 유투브를 통해 전 세계로 퍼지게 된다. 상금 100만달러를 내고 그때마다 구글이 얻을 홍보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구글이 이길 경우 인공지능의 새역사도 만들 수 있게 된다.
노부마인드를 통해 중국 기업의 인공지능 기술수준을 가늠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무인차, 의료 등 분야에서 지능정보기술을 결합해 상당한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두가 3억달러를 투자해 실리콘밸리에 딥러닝 연구소를 연게 대표적이다.
중국기업까지 인공지능 대전에 참여함으로써 구글이 주도하는 인공지능 시장은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