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충칭 특파원=강병구 기자) 봄바람과 함께 대학가 새 학기 시즌이 시작됐다. 새 학기 캠퍼스는 두 얼굴이다. 새로운 강의와 친구, 선후배와의 만남에 대한 설렘이 충만하다가 어둠이 내리면 대학가 주변에 술냄새가 진동하곤 한다.
특히 신입생환영회, 개강총회, 선후배상견례 등 갖가지 명분의 술자리가 이어지는 3월에 흔히 볼 수 있는 대한민국 대학가의 풍경이다.
실제로 대한보건협회 조사 결과 최근 10년 간 음주로 인한 대학생 사망사고는 2006년 3명, 2007년 3명, 2008년 3명, 2009년 2명, 2010년 2명, 2011년 2명, 2012년 1명, 2013년 3명, 2014년 1명, 2015년 2명에 달했다. 여기에 음주로 인한 성추행까지 더하면 그 폐해는 수치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중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특히 과도한 ‘회식비’가 중국 대학생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의 대학가도 봄 학기가 시작되면서 한국 대학의 학과 소모임 격인 학생소조, 동아리 등의 모임이 줄을 이어 열린다. 중국망의 지난 4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고등교육미디어연맹이 중국 대학생 4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29.31%는 매주 2번 이상 회식을 한다고 응답했고, 그 중 63%가 신입생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한 응답자의 38.08%가 매학기 회식비용이 지출의 30%를 초과한다고 답했다. 특히나 개강 후 이어지는 ‘회식집중기’가 시작되면 일인당 적어도 한 달이 채 안 돼 1500위안(약 27만7천 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중경우전대학교의 학생회 사회연합부 부부장인 장차오(张超)씨는 보통 “회식을 하게되면 자연스레 주말이란 개념은 없어진다. 개강 후 주말에 거의 모든 회식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다들 대규모가 모이는 장소를 찾기에 바쁘다”며 잦은 회식으로 인해 거의 주말은 자기 시간이 없다고 대답했다.
또한 그는 “한번 회식을 하게 되면 하루에 50위안~100위안(약 만8천 원)을 쓰게 된다. 하지만 술을 마실수 있는 노래방을 가게 되면 많게는 400위안~500위안(약 7만~9만원)까지 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회식에 필요한 돈 뿐만이 아니라 술이 필수인 중국의 대학 회식문화도 대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힘들게 한다. 하얼빈의 모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허카이(何凯)씨는 “속담 중에 ‘술이 없으면 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대학에서 이뤄지는 모임 활동은 사실 그냥 술을 마시는 모임이다”라며 “술에 의한 회식은 4시간동안 지속되며 대형 원탁에 술병이 가득차서야 비로소 끝이 난다. 모두가 술에 의해 즐거워하고 깊은 우의를 다지는 모습을 볼 때면 허무함마저 든다"고 고백했다.
중신망은 대학 내의 잦은 술회식은 이미 중국에선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해석하며 또한 이런 현상은 대학 내의 빈부격차를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중신망은 서남민족대학 사회학과 랴오정타오(廖正涛) 교수의 말을 빌려 “대학부터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가정은 물론 사회까지 오로지 술이 아니고선 대인관계 형성이 어려워지게 된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학문의 장인 대학이 이젠 외부사회와 별 다른 바없는 세계가 되었다는 증거”라며 “술에 의한 모임과 회식보단 문화 살롱, 독서토론 등을 통한 사람과 사람사이의 교류의 증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