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오지은, 황진원 기자)
‘자조형’ vs. ‘권력 비난형’
17일 통계청은 청년 실업률 상승을 발표하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청년 취업난을 반영하는 ‘신조어’가 쏟아지고 있다. 신조어들은 크게 두 종류로 대비된다. 취업시장에서 패배하는 자신을 씁쓸하게 바라보는 ‘자조형’과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는 정치, 경제적 권력자들에게 청년 취업난의 책임을 돌리면서 그들을 맹비난하는 ‘권력 비난형’이다.
▲ [사진출처=새누리당]
김무성찍고 한국 망한 후 탈출하라는 ‘킹찍탈’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인터뷰하면서 접한 ‘권력 비난형’ 신조어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킹찍탈’이었다. ‘킹’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김무성 대표를 지칭한다. 따라서 ‘킹찍탈’은 ‘김무성 찍고 탈조선’의 줄임말이다.
취업 준비생인 M씨(28세)는 “청년들 입장에서 아무리해도 취업이나 연애, 결혼등이 어려울 것처럼 느끼는 경우에 차라리 다음 대선에서 김무성 대표를 찍고 해외로 나가버린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무성 대표를 찍으면 어떻게 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조선(한국)이 망한다는 것이고, 자신은 조선을 망하게 하고 탈출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국인 한국을 단순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망하게 한 후 탈출한다는 의미이다. ‘헬조선’보다 더 강력한 분노가 담겨있다.
이처럼 일부 청년층은 한국의 기득계층에 대해 위험수위를 넘겨서 극도의 절망과 증오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타깃이 된 것은 현재 집권 여당의 대표이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부차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사진출처=Pixabay]
차가운 현실 앞에 다시 눈물 흘리는 ‘에스컬레이터족’
‘에스컬레이터족’은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 편입학을 거듭하면서 몸값을 높이려는 젊은 세대를 지칭한다. 여성인 K씨는 서울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3수와 편입을 거듭했으나 정작 졸업후에는 27살이라는 나이 제한으로 인해 사실상 취업을 포기하고 회계사 공부를 하고 있다.
A씨는 건축사무소에 입사했으나 자신을 사환처럼 부리는 회사 대우에 염증을 느껴 퇴사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하지만 좀 더 좋은 조건으로 건축사무소에 취업할 줄 알았으나 이제는 아예 받아주는 곳이 없다. 이들은 현재 실패한 ‘에스컬레이터족’이다. 학벌이나 자격증이라는 스펙을 높였으나 성과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에스컬레이터족’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차가운 현실 앞에서 다시 눈물을 흘린다.
자크 아탈리가 통탄할 ‘강의 노마드족’
‘강의 노마드족’은 취업에 대비하기 위해 전공공부에 몰두할 수 없는 대학현실을 겨냥한 신조어이다. 기업에서 업무관련 경력을 까다롭게 요구하기 때문에 전공공부만으로는 취업문을 뚫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학이나 경영 계열은 조금 나은 편이다.
문학, 역사, 철학 등의 인문계열이나 정치학, 사회학, 언론학 등의 사회과학계열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강의 노마드족’이 돼야 한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디지털 노마드(nomad.유목민)’를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정보화 시대 인간의 특징”이라고 규정했다. 아탈리는 노마드라는 단어를 통해 정보화가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해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청년들에게 노마드는 자조적인 단어이다. 유목민처럼 이 강의실, 저 강의실을 떠돌아 다니면서 영어회화, 자격증 준비 등에 도움이 되는 강의를 들으려는 청년들이다. 자크 아탈리가 들으면 통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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