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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vs 컴퓨터의 100만달러 두뇌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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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원 기자
입력 : 2016.02.08 18:51 ㅣ 수정 : 2016.02.11 21:10

▲ 현존하는 최고의 바둑신 이세돌 9단과 컴퓨터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의 바둑대전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알파고는 유럽에서 활동중인 판후이 2단(사진왼쪽)과 지난해 대국을 벌여 5전 5승을 거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출처=데일리메일]


(뉴스투데이=정진용 기자) 컴퓨터의 인공지능은 사람의 두뇌보다 뛰어난 것일까.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한국바둑의 1인자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 간의 대국 일정이 오는 3월 9일 서울에서 열린다. 대국은 총 다섯 판을 두며, 5판 중 3승을 올리는 쪽이 우승한다.

알파고는 이미 지난해 유럽챔피언인 판후이 2단을 꺾어 파란을 예고했다. 이세돌 9단은 특유의 명언을 이용해 “자신이 없다. 질 자신이 없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고, 구글측은 “결과는 모르는 것”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모든 대국은 유투브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실시간 생중계된다.

처음으로 프로기사를 깬 만만치 않은 알파고의 실력

‘알파고’는 구글 딥마인드(Deep 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다. 알파와 바둑을 뜻하는 영어 고(Go)를 합성해서 만든 이름이다. 딥마인드는 구글의 인공지능 자회사이다. 2011년 신경과학자인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가 쉐인 레그, 무스타파 슐레이만 등과 함께 영국에서 창업했고 2014년 구글이 4억파운드(약 6970억원)를 들여 인수한 회사다. 딥마인드의 개발 목적은 기계가 스스로 배우게 하는 것. 강력한 목표 기반의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이 같은 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 딥마인드측의 설명이다.

알파고는 딥마인드가 자신있게 내놓은 대표적인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이미 다른 바둑 프로그램들과 총 500회 대국을 벌여 499회 승리한 전적이 있다. 2015년 10월에는 유럽에서 활동중인 프로 바둑기사 판 후이를 런던 본사로 초청, 대국을 벌였고 결과는 알파고의 완승(5전 전승)으로 끝났다.

▲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 딥마인드 본사에서 열린 판후이2단(정면에 앉은 이)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판후이2단이 대국도중 바둑이 잘 안 풀리자 머리를 감싸고 있다. 대국은 알파고가 컴퓨터 모니터에 돌을 놓을 자리를 표시하면 사람이 이를 실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출처=데일리메일]


인간과 컴퓨터의 두뇌게임 역사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6년 IBM 슈퍼컴퓨터인 딥블루(Deep Blue)가 세계 체스 챔피언 그랜드마스터인 가리 카스파로프를 상대로 승리하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카스파로프는 체스 천재로 불리며 최연소 나이(당시 22세)에 세계챔피언에 올라 15년간 챔피언 타이틀을 유지한 인물. 그런 체스의 신을 IBM 슈퍼컴퓨터가 가볍게 물리친 것이다. IBM은 2011년에도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을 TV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 출연시켜 우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둑은 그동안 컴퓨터 업계에서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도 그럴 것이 바둑의 수는 사실상 무한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구글 스스로도 바둑의 수와 관련해서 “바둑에서 돌을 놓을 수 있는 위치의 경우의 수는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 수보다 많으며, 체스에 견줘 10의 100 제곱 이상 많다”고 밝힌 바 있다.

개발업자 입장에선 바둑을 정복하는 것은 로봇을 이용해 히말라야산을 등반하는 것과 같다는 인식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도전의지가 타올랐던 것. 이런 상황에서 알파고가 프로기사를 상대로 5전 전승을 거뒀으니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감을 얻은 알파고는 이번에는 바둑의 신으로 불리는 이세돌 9단과의 대전을 추진했고 결국 이세돌 9단으로부터 OK사인을 얻어냈다.

▲ 바둑은 가로세로 19줄x19줄 위에서 벌어지는 게임으로 경우의 수가 헤아리기 조차 어려워 사실상 무한대로 알려졌다.


딥마인드는 사람의 지능만큼 ‘똑똑한’ 알파고를 만들기 위해 전문가를 이용한 바둑게임을 통해 3000만 개의 움직임을 반복 학습시키며 훈련시켰다. 알파고는 자체 신경망 간에 수천만 회의 바둑을 두고, 강화 학습이라는 시행착오 프로세스를 사용해 연결고리를 조정함으로써 스스로 새로운 전략을 발견하는 법을 학습했다.

그럼에도 이세돌 9단의 압승을 예측하는 이유

바둑은 흔히 신들의 게임이라고 부른다. 바둑에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한대에 가깝다. 바둑판에서 돌을 놓을 수 있는 점은 가로, 세로 19줄의 교차점인 361개다. 흑과 백이 번갈아 가면서 착수해서 바둑판에 모든 돌을 놓는다고 가정하고 경우의 수를 구하면 361!(361*360*359*…*1)이다.

처음에 착수할 때 네 귀퉁이에 놓는 것은 각각 같으므로 361!을 4로 나누면 된다. 이때 같은 모양이 반복해서 나오는 패와 사석을 제거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 정석과 포석이 있으므로 현실적인 경우의 수는 이보다는 줄어들 수 있지만 어찌됐든 무한대에 가깝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361!은 자릿수만 769개에 달한다. 9자리수가 1억, 13자리수가 1조인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숫자인지 가늠조차 어렵다. 간단히 말해 우주에 있는 별자리 수 보다 더 많은 경우의 수가 나온다고 보면 된다.

알파고는 구글이 밝힌 바에 따르면 3000만개의 경우의 수를 학습했다고 한다. 알파고가 예전의 컴퓨터가 단 한번도 해내지 못했던 프로기사와의 대국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더욱 향상된 알고리즘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각광을 받는 딥 러닝(Deep Learning) 인공지능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딥 러닝은, 컴퓨터가 물체를 인식하고 판단을 내릴 때 사람의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모방한 인공지능 기술이다. 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사람의 뇌에서 어떤 정보를 가지고 판단을 내릴 때 여러 단계의 정보처리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런 과정을 컴퓨터의 학습능력에 적용한 것이다. 쉽게 말해 알파고는 사람이 정한 프로그램에 따라서만 움직이는게 아니라, 스스로 진화하며 생각할 수 있다는 게 딥마인드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국의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전문가들은 이세돌 9단이 무난히 이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컴퓨터가 수싸움에서 이세돌 9단에 밀릴 것으로 보기 때문. 일반적으로 바둑에서 프로기사가 쓰는 수는 수억 혹은 수십억 가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돌 9단 정도 되면 그 수의 한계가 사실상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알파고가 3000만회에 달하는 바둑움직임을 익혀 판후이 2단을 물리쳤다고는 하지만, 2단과 9단은 권투에 비유하면 경량급과 헤비급만큼 큰 차이가 있다. 아주대 전자공학과 감동근 교수는 “특별한 작전 없이 여느 인터넷 바둑을 두듯 하면 5대0으로 이세돌 9단이 승리할 것”이라고 점쳤다.

물론 변수가 있다. 컴퓨터는 흥분하거나 실수를 안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알파고와 대국을 벌여 완패한 판후이는 대국후 “마치 단단한 벽과 마주한 느낌이었다”고 술회했다. 전문가들은 컴퓨터가 동요없이 침착하게 바둑을 잘 둘 경우 사람이 스트레스를 느껴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의 김석원 박사는 “만약 이번 바둑을 놓고 내기를 건다면 나는 큰 돈을 걸지는 않겠다”고 말해 승부가 박빙으로 흐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 알파고(흑)와 판후이 2단과의 실제 대국장면. 수많은 경우의 수(파란색) 가운데 유력한 수(오렌지색)를 알파고가 표시해준다. [출처=네이처닷컴]


우승상금 100만달러가 아깝지 않은 구글 딥마인드의 홍보효과

이번 대국의 결과와 상관없이 마케팅 홍보 측면에서는 이미 구글이 승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은 대회 상금으로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걸었지만, 대회 발표를 놓고 벌어지는 언론의 관심도와 앞으로 대국이 열릴 때 마다 쏟아지게 될 보도량만 따져도 10배, 20배의 홍보효과를 보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예상을 꺾고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는 파란을 일으킬 경우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사단법인 한국바둑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바둑인구는 4200만명으로 알려졌다. 위키피디아는 국제바둑연맹(International Go Federation)에 가입한 회원국 수는 전세계 75개국에 달하고 산하에 4개 협회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 컴퓨터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는 이세돌 9단은 “승리를 낙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출처=더블유바둑닷컴]


이에 대해 이세돌 9단은 최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2월말인가 1월초인가 대국제의가 와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받아들였다”면서 “자신이 없었다면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알파고가 판후이 2단을 꺾은 것과 관련해서 “판후이 2단은 유럽에서 활동하는 기사로서 초일류 기사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수준차이가 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그럼에도 컴퓨터가 현존하는 바둑의 신에 도전장을 내건 자체 만으로도 이번 승부는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딥마인드는 자세한 대국장소와 운영 방식, 생중계 등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는 2월 중에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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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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