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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떨군 그들…‘띠터우족’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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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구
입력 : 2016.01.07 10:29 ㅣ 수정 : 2016.01.07 10:32

▲ 고개 숙여 자신의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사람들 "띠터우족". 비단 중국만의 사회 현상이 아닌 전 세계가 지닌 공통분모이다. [사진출처=바이두닷컴]



‘고개를 숙인 자들’…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띠터우족' 현상

스마트폰의 폭넓은 보급, 젊은 층 중심으로 ‘띠터우족’ 빠르게 확산


(뉴스투데이/충칭특파원=강병구 기자) 러시아워(출퇴근시간) 혹은 그 이외의 시간, 장소는 많은 인파가 북적이는 지하철 내부. 이 두 가지 조건이 주어진 상황에서 전 세계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장면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모두 각자 손에 한 개씩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싶다. 현대사회에서 이미 스마트폰 사용이 ‘필수’가 되어버린 지금, 14억 인구의 중국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고개를 숙이고 하루 온종일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사람들을 ‘엄지족’이라 칭하는 것처럼, 중국에서도 이미 하나의 사회현상이 되어버린 그들을 부르는 칭호가 있으니 바로 "띠터우주(低头族·고개 숙여 자신의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사람들, 이하 띠터우족)"이다.

이미 중국에선 새롭게 나타난 사회현상이자 사회 문제이기도 한 '띠터우족'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인명사고가 발생해 중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바로 지난달 29일 중국 저장(浙江)성 원저우(温州)시 핑양(平阳)현의 한 마을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강변을 걷던 여성 왕모(28)씨가 강물에 빠져 숨졌다고 중국 CCTV가 지난 2일 관련 영상과 함께 보도했다.

CCTV가 공개한 현장을 찍은 영상을 보면, 왕모씨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렇게 스마트폰에 빠져 앞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가던 왕모씨는 잠시 뒤 발을 헛디뎌 옆에 있던 폭 4~5m의 하천에 빠지고 말았다.

왕씨가 빠진 하천의 깊이는 1.8m로 깊지 않은 편이었으나 왕씨는 강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결국 2분 만에 익사하고 말았다. 이후 왕씨의 시신은 집에 돌아오지 않은 자신을 찾으러 나온 남편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왕씨는 두 아이를 둔 젊은 엄마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 지난 2일 스마트폰을 보다 하천에 빠져 익사한 왕모씨. 그의 죽음은 중국 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스마트폰 중독에 빠져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사진출처=신랑망]


사실 띠터우족들의 사고는 이뿐만 아니라 매년 꾸준히 발생했다. 둥베이망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17일 타이저우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판(范)모 씨는 유턴하려던 승용차와 충돌했다고 전했다.

판 씨는 승용차 후미와 충돌해 수 미터를 날아가 땅바닥에 떨어졌는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현지 교통부문의 CCTV 확인 결과, 판 씨는 운전 중에 스마트폰을 보고 달리다가 이 같은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9월13일에는 창사(长沙)의 천(陈)모 씨가 스마트폰을 보며 걷던 중 미처 보행로 중간에 있는 구멍을 못보고 1미터 이상 추락해 우측 어깨가 골절 당했으며, 16일에는 항저우(杭州)의 유명 관광지인 시후(西湖, 서호) 부근을 운전 중이던 20대 운전자가 스마트폰을 보다가 시후 호수로 빠지는 웃지 못 할 사고를 당했다.

현지 언론은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는 '띠터우족'들이 반드시 고개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고개를 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언론에 의해 띠터우족 사고들이 전국에 보도되면서 중국 사람들은 사회에 심각하게 자리 잡은 '띠터우족'(低头族) 문제에 경각심을 나타내며 현상의 심각성을 깨우치고 있다.

실제 하이난일보(海南日报)의 실험에 따르면, 하이커우(海口)거리에서 스마트폰을 하며 걷고 있던 시민 50명을 무작위로 뽑아 현장 취재 해본 결과 70%이상이 스마트폰에만 의지하며 걷는 일명 '띠터우족'들이었다고 지난 6일 보도했다.

▲ 군사훈련을 받는 중국 최고 명문대 베이징대학교(北京大学) 학생들. 잠시 쉬는 시간에도 마치 훈련인양 고개를 숙인채 똑같은 자세로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사진출처=중신망]


보도는 또한 이들은 모두 35세 이하의 젊은 층이었으며, 이들의 90%가 모두 '빠링허우'(八零后·80년대 이후 출생), 지우링허우(90后) 및 링링허우(00后)들이었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보고 있었냐는 질문에 "게임, 메신저, TV프로그램 시청"이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사회현상에 대해 하이난일보는 국가2급심리상담사 청이쥔(程毅君)씨의 인터뷰를 통해 이미 현대인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발전해버린 스마트폰의 광대한 보급 때문이라며 "개성강한 현대 사회 속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공간을 가지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심리가 자신과 24시간 붙어있는 작은 스마트폰 화면 속에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실제 옆에 있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편리성'이 스마트폰 중독과 수억 명의 '띠터우족'을 양산해냈다고 덧붙였다.

이미 현대인에게 습관이 되어버린 스마트폰 중독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와 언론의 캠페인이 꾸준히 진행되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미 중국 사회 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띠터우족들은 그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자칫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내손안의 즐거움'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으로 훗날 또 다른 사망사고 뉴스 속의 띠터우족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고 숙인 고개를 번쩍 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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