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탄핵 정국 장기화에 '촉각'…조달 부담·적격비용 발표 지연 '첩첩산중'
카드사, 여전채 금리 하향 안정화에 축소되던 무이자 할부 기간 확대
비상계엄 이후 여전채 금리 소폭 상승…"탄핵 장기화 시 부담 증가"
내년 1월 말부터 적용되는 적격비용 재산정 발표 여부도 알 수 없어
내년 사업계획 세워야 하나 발표 지연…금리 영향에 조달부담 '이중고'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여전채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며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를 다시 확대하고 나선 가운데 조달 부담이 다시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카드사들은 올해 고금리와 고물가로 불안정한 업황을 보냈다. 여기에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도입으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소비자 혜택 축소 등 비용 절감과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을 통해 겨우 수익을 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조달금이 안정화와 연말 특수를 겨냥하며 무이자 할부 확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와 BC카드는 올해 연말까지 백화점, 온라인쇼핑, 면세점, 여행·항공 업종에 2~6개월 무이자 할부 행사를 진행한다.
신한카드는 백화점, 온라인쇼핑, 면세점, 여행·항공 업종에 대해 최대 5개월,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는 백화점 업종에 2~5개월 무이자 할부 행사를 진행 중이다.
롯데카드는 이달 20~25일 롯데백화점에서 50만원 이상 결제 시 6개월 무이자 할부를 지원한다.
카드사들은 병원·보험 업종에서도 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 우리·BC카드는 종합·일반병원에서 2~6개월, 보험업종에서 최장 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준다. 삼성카드는 종합·일반·동물병원에서 2~5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기간을 다시 확대하는 배경에는 조달 안정화가 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높은 금리를 부담하며 사업자금을 끌어오면서 소비자 혜택을 축소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대부분 카드사에서 기본 6개월, 최대 12개월까지 지원하던 무이자 할부 기간이 3개월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었다.
지난해 4~5%대 수준을 유지하던 여전채 AA+ 등급 3년물 금리는 올해 초 3.920%를 기록했다. 이후 여전채 금리는 꾸준히 하향 안정화를 보이며 이달 12일 3.099%를 나타냈다. 올초에 비해 0.812%포인트(p) 하락한 것이다.
상반기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여전채 금리가 하향세를 보였고, 하반기 실제 한국은행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2%대 진입 가능성도 전망돼 왔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조달 부담이 완화되는 모양새였으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비상계엄 선포일인 이달 3일 3.061%에서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3.102%로 0.041%p 상승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전일인 이달 6일 3.102%까지 올랐다.
카드업계는 탄핵 정국이 길어질수록 조달 부담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적격비용 재산정 발표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점도 업계의 부담요소다.
적격비용은 카드사의 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부가가치통신사업자(VAN) 수수료 등 카드 결제 과정의 원가를 말한다. 이를 기반으로 3년마다 적정 카드수수료를 산정하고, 이를 근거로 가맹점 수수료를 결정한다.
문제는 내년 1월 31일부터 3년간 적용되는 적격비용을 연말까지 재산정해야 하는데, 정국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발표 시점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금융위원회가 2022년 2월부터 운여 중인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는 올해 안에 적격비용 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카드업계와 가맹점 등 이해관계자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어 기준이 마련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적격비용 재산정 발표 시점을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며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는 시기인데, 업계는 수수료율 인상, 최소 동결을 바라지만 수수료율 인하 시나리오를 기본으로 계획을 세워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통상 금융위가 적격비용을 재산정한 뒤 대통령실과 정부부처, 여당, 야당 등과 함께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하는데, 탄핵 정국에 당정협의가 어렵게 돼 언제 발표될 지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카드사의 내년 사업계획 마련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조달비용이 소폭 오르는데 그치고 있으나, 정국 상황에 따라 금리가 오르면서 조달환경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탄핵 정국이 길어지는 만큼 부담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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