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4.12.12 08:17 ㅣ 수정 : 2024.12.12 09:08
DGB금융그룹, 차기 iM뱅크 행장 선임 돌입 시중은행 전환 후 황병우 회장 은행장 겸직 실적 정체에 금융사고, 효율성 등 고려할 듯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연말 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 인사 키워드로 ‘쇄신’이 떠오른 가운데 iM뱅크(아이엠뱅크)가 그룹 회장의 은행장 겸직을 분리할지 관심이다. 올해 시중은행 전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성과는 인정되지만, 이후 실적 정체와 경영 효율성 등을 고려했을 때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차기 iM뱅크 행장에 대한 하마평도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그룹은 지난 9월부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가동하고 차기 iM뱅크 행장 후보자를 물색하는 중이다. 황병우 DGB금융 회장의 iM뱅크 행장 임기가 이달 말 종료되는 데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사 CEO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승계 절차에 돌입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DGB금융은 국내 주요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회장과 은행장의 겸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황 회장은 지난해 1월 DGB대구은행장에 취임한 뒤 올해 3월 DGB금융 회장에 올랐는데, 당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전략적으로 회장·은행장 겸직을 결정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5월 시중은행으로 전환해 사명을 iM뱅크로 바꿨다.
당초 iM뱅크의 시중은행 전환을 진두지휘한 황 회장이 안정화 작업까지 책임져야 할 필요성에 연임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 바 있다. 다만 최근 주요 시중은행 CEO 인사가 쇄신에 방점을 찍고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당장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현직 행장의 연임 불발로 내년 CEO 교체를 앞두고 있다.
일단 실적 정체가 걸림돌로 꼽힌다. iM뱅크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425억원으로 전년동기(3479억원) 대비 1.6% 감소했다. DGB금융의 경우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4247억원에서 2526억원으로 40.5% 급감했다. 은행 자회사의 당기순이익 성장이 둔화된 가운데 증권 등 비(非)은행 자회사의 손실이 확대된 결과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는 영업 범위를 기존 대구·경북에서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다. 이에따라 수도권을 비롯해 강원도와 충청도 등을 공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계·기업 부문에서 경쟁 시중은행들과의 체급 차이가 확연한 데다, 기반을 둔 대구·경북 지역의 경기 둔화로 수익·건전성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건 부담으로 꼽힌다.
황 회장 임기 내 발생한 금융사고도 주요 고려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iM뱅크는 지난해 영업점에서 일부 직원들이 서류 조작 등을 통해 불법으로 증권계좌를 개설한 게 적발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iM뱅크에 일부 업무정지 3개월과 과태료 20억원의 제재를 내렸다. 은행권 내부통제 강화 요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 같은 금융사고 전력은 경영 성과 평가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업무 효율성 제고 역시 회장과 은행장 겸직 분리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일례로 금융당국은 금융그룹 회장단이나 은행장단별로 간담회를 진행하는데, 황 회장은 두 간담회 모두 참석하고 있다. 본사가 있는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그룹 회장과 은행장 일정을 모두 소화해야 하는 셈이다. 시중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그룹 회장으로서 컨트롤타워 역할에 집중도를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그룹의 관계자는 “조직 안정화 차원에서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할 수는 있지만, 지주는 영업을 하는 곳이 아니고 금융 계열사를 지배하고 관리·감독하는 게 주 목적이기 때문에 컨트롤타워 성격이 강하다”며 “회장과 은행장을 통합해서 하는 게 더 효율적이면 다 그렇게 할 텐데 요즘 그런 곳은 없다. 지주와 은행은 CEO의 요구 역량도 다르기 때문에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차기 iM뱅크 행장에 대한 하마평도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주로 현직 DGB금융 경영진과 iM뱅크 부행장이 물망에 오른다. 대표적으로는 김철호 DGB금융 그룹감사총괄 부사장, 박병수 DGB금융 그룹리스크관리총괄 부사장을 비롯해 이상근·이해원·강정훈 iM뱅크 부행장 등이 언급된다. 올 초 DGB금융 회장 선임 당시 황 회장과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이 경쟁했던 전례를 비춰보면 차기 iM뱅크 행장에도 외부 출신 인사가 오를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한편 DGB금융 임추위는 이달 중순 이후 차기 iM뱅크 최종 후보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자는 iM뱅크 이사회 검증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취임한다. 황 회장이 연임할 경우 은행권 관례인 ‘2+1(최초 임기 2년에 1년 추가)’에 따라 1년의 임기가 더해지고, 새 인물이 낙점될 경우 2년의 임기가 부여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