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美 아마존 데이터센터 확충에 휘파람 부는 이유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가 해외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힘입어 소형모듈원전(SMR)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 아마존이 SMR 사업에 연이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추진력을 더 얻는 모습이다.
9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 미국 워싱턴주(州) 전력회사 '에너지 노스웨스트(Energy Northwest, 이하 ENW)'가 추진하는 SMR 도입 타당성 검토에 3억3400만달러(약 487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마존은 ENW와 미국 워싱턴주 핸포드 부지에 엑스에너지 SMR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사업 초기에 4대 모듈 SMR로 시작해 약 320MWe(메가와트일렉트릭)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고 이후 최대 12대 모듈 SMR을 건설할 계획이다. 전력 생산량은 960MWe 규모로 미국 북서부 데이터 센터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약 115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엑스에너지·뉴스케일파워와 손잡아…핵심 에너지 사업 SMR 기회 커져
아마존 투자가 두산에너빌리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엑스에너지 등과의 협력 관계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1월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에 500만달러(약 71억원)를 투자하고 핵심 기자재 공급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21년 주기기 제작을 위한 설계 용역 계약를 맺고 기기 제작성을 검증하는 등 엑스에너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아마존이 이번에 SMR 도입 타당성 검토를 지원하는 사업은 지난해 7월 엑스에너지가 ENW와 맺은 소형원전 개발을 위한 공동협약에 따른 것이다. 두 회사는 오는 2030년까지 최대 12개 Xe-100 소형 원자로를 배치할 계획이다.
엑스에너지 Xe-100은 4세대 고온가스로 SMR이다. 이 고온가스로는 80MW 원자로 모듈 4기로 이뤄져 총 발전용량은 320MW이다. 특히 안전성이 강화된 테니스 공 크기 차세대 핵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운전 중 생산되는 565도의 높은 증기열은 전력 생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열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물이 아닌 헬륨을 냉각재로 사용해 고온 운전이 가능하고 고열을 활용해 수전해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수소를 보다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마존의 엑스에너지 관련 투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마존은 지난 10월 엑스에너지에 5억달러(약 7099억원)를 투자했다. 엑스에너지 SMR를 건설해 2039년까지 5GWe(총 64개 모듈) 규모 전력을 확보한다는 게 아마존의 계획이다.
엑스에너지는 투자 유치에 따라 Xe-100 노형 개발에 속도를 내고 빅테크 산업에 무탄소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할 방침이다. 또한 엑스에너지가 추진 중인 미국 글로벌 화학기업 다우(Dow)의 텍사스주 SMR 초도 호기 건설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아마존의 야심차게 대규모 투자에 나서 엑스에너지 SMR 초도호기 조기 사업화 뿐만 아니라 후속호기도 속도를 낼 것”이라며 “이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도 엑스에너지에 주요 기자재를 계속 공급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일찍 확보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두산에너빌리트는 엑스에너지 외에 또다른 SMR 기업 뉴스케일파워에도 2019년과 2021년 총 1억400만달러(약 1477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차세대 원전 SMR 뭐길래…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관심 높아
차세대 원전 SMR은 발전량이 20~300MW 규모 소형 원전이다. 넓은 부지에 원자로·가압기·냉각재 펌프 등이 따로 설치돼있는 기존 원전과 달리 한 개 용기 안에 넣은 '모듈' 형태로 제작해 비용과 건설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고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이 높아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원전의 중대사고 발생 가능성은 노심 손상 빈도(CDF)라는 지표를 기준으로 이야기 한다"며 "이를 기준으로 하면 SMR 사고율은 기존 원전 대비 3000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규모 냉각수가 필요없어 입지 제한도 줄었다"며 "SMR은 바다 근처에 짓지 않아도 되고 기존 원전이 전력을 조달하기 어려웠던 산지 등에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테크기업이 부지 비용을 낮추고 주민 반발 등을 피하기 위해 오지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해 SMR이 전력 대안으로 급부상 중이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원은 SMR 시장 규모가 2035년까지 65~85GW(기가와트)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에서 개발중인 SMR 디자인은 80여개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국립연구소는(INL)는 2050년까지 신규 건설 원전 가운데 SMR 비중이 절반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국이 독자 SMR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글로벌 빅테크 기업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보 및 확대에 따른 SMR 생산 역량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향후 5년간 SMR 60기 이상을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아마존의 엑스에너지 투자는 향후 자사 데이터센터 전력을 엑스에너지 SMR을 사용해 확보한다는 뜻”이라며 “엑스에너지에 설비를 공급하기 때문에 큰 범주에서 아마존에 필요한 전력을 함께 공급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두산에너빌리티는 엑스에너지와 뉴스케일파워에 이미 지분을 투자해 향후 두 회사가 SMR 원자로를 만들때 기자재를 공급해 SMR이 커질수록 우리도 덩달아 이득을 보는 구조”라며 “전세계적으로 전력 수요가 많고 무탄소 에너지 중에서도 SMR이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만큼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