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위기론 급부상...“내년 상반기 타격 불가피”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비상계엄에 따른 후폭풍이 표면적으로는 적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대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4일 주가 하락세를 보였지만 다시 회복하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원료의약품 수입에 차질이 있을 거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업계에 별다른 피해는 없는 상태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비상계엄 후폭풍이 없을지라도, 내년 상반기에는 시장 위기가 반드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바이오 R&D 시장의 경우 투자 경색기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 섞인 목소리도 있다.
■ 비상계엄 여파 ‘환율’ 불안…원료의약품 수입 ‘빨간불’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5.3% 성장한 31조4513억원을 기록했다. 1998년 최초 집계 후 최대치로,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제약 산업은 원료의약품에 대한 자급도가 25.6%로 낮은 편이다. 원료의약품은 지난해 3조7683억원을 생산 실적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의약품 생산 비중의 12.3%에 해당한다. 이를 제외하고는 수입에 의존한다는 얘기다.
때문에 국내 제약 산업은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이 종료된 4일 22시 1419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전일 대비 15.2원 오른 것이다. 5일에도 1416원을 기준으로 등락을 거듭했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원료의약품은 3개월 이상씩 수입 계약을 맺기 때문에 지금 당장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 “기업마다 채산성을 따져보고 수입해 원료의약품 때문에 업계 전체가 위축되기 보다는 각 제약사마다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치적 상황으로 봤을 때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 커져 환율 시장 불안은 지속돼 제약사들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3개월 전에는 낮은 비용으로 원료의약품을 수입했으나, 3개월 후에는 환율 상승으로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되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은 규제 산업이라 정부에 승인받은 약가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 원료의약품 수입 비용이 높아졌다고 해서 제약사가 마음대로 약가를 올릴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제약사들은 내년 상반기 실적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소 제약사의 경우 타격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 국가 신인도 하락 우려…해외 ‘사업‧투자’ 다 막힐라
국내 상위 제약사들은 혁신 신약 개발과 함께 해외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주로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을 하는데, 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신약 후보 물질이 저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에서 국내 제약사의 신약후보물질 기술수입을 위해서는 타당성 검증을 위해 장기간 교류하는 게 통상적인 업무 과정이다. 국내 불안한 정치 상황을 이유로 다국적 제약사들이 기술수입에 대해 배타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이는 기술수입 뿐만아니라 다국적 제약사가 전략 의약품을 국내 제약사와 공동판매(코프로모션)를 제안하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한 신약개발 업계 고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면 국내 제약사들이 연구개발한 신약후보물질 R&D에 대해 다국적 제약사들은 의문을 품게 된다”면서 “그동안 전공의 등의 이탈로 임상시험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국 혼란에 따른 여파로 R&D에 대한 변동성 발생하게 되면 해외 비즈니스(기술수출·공동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바이오R&D 업계의 경우 투자 경색기에 빠져 있다. 투자는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수혜 기업은 정해져 있는 상태다. 지난해 같은 경우 투자액은 늘었으나 수혜 기업 수는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정부에서 조성한 바이오 신약 투자 펀드의 경우 임상 시험 단계의 의약품을 보유한 기업에 한해 투자하기 때문에 업계 내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에 따라 바이오 R&D 업계는 해외 투자자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나 비상계엄 여파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바이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해외 투자사들의 투자 요건 중 정치적 안정성이 고려돼 있다”면서 “비상계엄과 탄핵 수순에 따른 정국 혼란으로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가 낮아져 해외 투자자들이 주머니를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