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뇌전증 관리 플랫폼 ‘제로’...디지털 치료제 시장 선도한다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SK바이오팜이 개발 중인 의약품 효능 모니터링 플랫폼 ‘제로’(Zero)가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 주로 뇌전증 환자 모니터링을 위해 개발된 이 디지털 플랫폼은 ‘디지털 치료제’로 분류되지 않지만, 개발에 성공한다면 그 이상의 가치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이상을 일으켜 과도한 흥분 상태를 유발하는 질환이다. 주로 의식 소실과 발작, 행동 변화 등과 같은 뇌 기능의 일시적 마비 증상이 만성적·반복적으로 발생한다. 통상적으로 간질이라고 불리는 질환이다.
질환 특성상 뇌전증은 환자의 상태를 항시 모니터링 하는 게 필요하다. 이에 SK바이오팜은 모바일 앱과 스마트워치, 의료진 앱 서비스 및 AI 기반 발작 예측 시스템으로 구성된 뇌전증 환자 관리 플랫폼 제로를 개발 중에 있다.
제로를 뇌전증 환자가 사용하게 되면 의료진에게 웹 서비스로 발작 이력과 통계, 복약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해 체계적으로 환자를 관리할 수 있게 해 놓았다.
특히 제로는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신약 ‘세노바메이트’ 효능 모니터링을 위해서 사용될 수 있어 고무적이다. 또한 다른 뇌전증 약물 약효 모니터링을 위해 독자적인 PMS(Post-Marketing Surveillance/시판 후 부작용 감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 시판 시 판로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췄다.
■ 디지털 치료제 시장, 도전자는 많지만 ‘혁신‧성공’ 드물어
디지털 치료제는 경구 복용과 주사제 같은 의약품과 달리 디지털 기기로 환자를 치료하는 제품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제는 △에임메드의 불면증 인지개선치료제 ‘솜즈’ △웰트의 불면증 인지개선 치료제 ‘슬립큐’ △뉴냅스의 뇌졸중 환자 시야장애 개선 치료제 ‘비비드브레인’ △쉐어앤서비스의 호흡 재활 운동 치료제 ‘이지브리’ 등이다. 이외에도 현재 디지털 치료제 임상시험을 추진 중인 품목은 50여 개다.
이들 디지털 치료제는 시청각 자료들을 활용해 환자에게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용도로 활용된다. 또 디지털 치료제는 임상에서 환자를 치유할 목적으로 의사들이 개발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시야장애를 앓고 있는 뇌졸중 환자에게 ‘비비드브레인’을 사용하게 해 호전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비비드브레인을 개발한 뉴냅스는 강동화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창업했다.
또 김진우 연세대학교 디지털 치료연구센터장이 ‘하이’를 창업해 범불안장애 치료제 ‘엥자이렉스’를 개발해 식약처 허가 준비 중이다. 엥자이렉스는 스마트폰만으로도 구현이 가능한 치료제다. 긍정적인 말들을 환자가 읽고 녹음을 하면 그 목소리를 다시 듣는 방식이 치료의 원리다.
디지털 치료제가 세간에 알려진 것은 지난 2010년 2형당뇨병 관리 모바일앱 ‘블루스타’가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서다. 블루스타는 치료의 기능보다는 만성 질환 환자를 관리하는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디지털 치료제의 개념이 도입됐는데, 의료 기기로 분류와 마케팅의 용도로 사용됐다.
블루스타 출시 후 14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혁신적인 디지털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많은 스타트업들이 도산 수순을 밟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SK바이오팜은 자사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효능과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 해 의료진이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제로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세노바메이트 외에도 뇌전증 환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 치료에 긍정적 효과 가져다 준다. 혁신 디지털 치료제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현재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기업이 많으며 당사는 발걸음을 맞추는 수준”이라면서 “뇌전증 모니터링 플랫폼 개발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