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120)] GOP과학화경계체계 개선하려면 3중 철책에 공간감시 센서 활용하고 시험평가 방법 전면 변경 필요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4.10.28 14:26 ㅣ 수정 : 2024.10.28 14:56

철책 먼 곳에서 사전 감지할수록, 감지율 높고 오경보 발생 횟수 적을수록 가점 부여 바람직
시험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방위사업청은 물론 국회 국방위원회서도 직접 현장 확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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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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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이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에게 GOP과학화경계체계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화면 캡처]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 15일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GOP과학화경계체계 구축을 기존의 선개념 경계에서 벨트개념 경계로 바꿔야 한다”며 “종심에서부터 GOP 후방까지 연계해서 경계체계 구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석종건 방위사업청장도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변하면서 벨트개념을 반영해 GOP과학화경계체계 구축을 위한 시범사업과 성능개량 사업이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국방논단’으로 발간한 ‘국방 과학화경계시스템의 한계점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현재의 철책은 전투실험 결과 3분 이내에 월책이 가능하다고 지적하면서 “철책구조 개선을 통해 월책 소요시간을 지연시키거나 월책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 연동된 카메라에 포착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하며, 경계형 울타리 월책 시 침입감지 센서가 훼손 또는 변형돼 경보가 100% 발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벨트개념 경계하려면 AI 및 최신 감시, 감지방식 적용하는 시스템 개선 필요

 

이 보고서는 개선방안으로 과학화경계시스템에 인공지능(AI) 및 최신 감시, 감지방식을 적용하는 시스템 개선과 함께 근본적인 문제인 철책구조 변경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AI 적용을 위해서는 학습 데이터 구축이 중요하며, 지능형 영상분석이 가능한 CCTV와 라이다 센서를 이용한 사전감지시스템을 적용해 오탐지·오경보 문제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종득 의원의 주장이나 KIDA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것은 모두 최신기술과 새로운 운용방식을 도입해 벨트개념 경계작전에서 뚫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2013년부터 GOP철책에 설치된 광망센서(침입감지센서)의 경우 철책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감지하는 방식이어서 철책에 물리적인 힘이 가해지기 전까지 적이 접근해도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철책만 통과하면 장애물이 없어 얼마든지 우리나라 후방지역으로 침투할 수 있다. 

 

따라서, KIDA 보고서의 개선방안에서 일부 언급한 것처럼 AI 기반의 탐지 및 식별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레이다, 열상카메라, 광학카메라, 라이다 등의 센서들을 사용하면 오경보를 최소화하면서 철책에 접근하는 적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어 충분히 대응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센서들은 철책 전방의 공간에 있는 적을 감지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공간감지센서’로 불리며 앞서 임종득 의원이 주장한 벨트개념 경계의 핵심 장비로 사용할 수 있다.

 

기존 3중 철책에 공간감지센서 활용하고 무인지상감시센서도 배치해야

 

여기에 2006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한화시스템이 개발을 시작해 올해 성공한 ‘무인지상감시센서’를 적 침투가 예상되는 접근로 상에 배치하면 벨트개념 경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철책이 없어도 사용이 가능한 무인지상감시센서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비무장지대를 통과하는 적을 탐지센서와 영상센서를 통해 조기에 효과적으로 탐지하고 적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철책구조 변경 없이도 이미 설치된 3중 철책을 활용한다면 적의 침입 시간을 최대한 지연할 수 있다. 현재 155마일 남방한계선을 따라 설치된 철책은 북쪽부터 2차 북철책, 윤형철책, 1차 GOP철책 순으로 구축돼 있다. 그런데 침입감지센서는 적이 먼저 접근하는 2차 북철책이 아닌 1차 GOP철책에만 설치돼 있다. 만일 2차 북철책에도 침입감지센서를 설치해 침입하는 적을 사전에 감지한다면 1차 GOP철책을 넘을 때까지 대응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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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2012년 10월 1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22사단 경계태세 관련 현안업무’ 내용을 토대로 만든 그래픽 자료.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하는 북한군과 북한 주민의 안전한 귀순 유도를 위해 전방 철책 지역에 귀순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전화기와 인터폰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자료=연합뉴스]

 

만일 험난한 GOP 지형과 비무장지대 출입 제한 등의 이유로 2차 북철책에 침입감지센서를 설치하기 어렵다면, 1차 GOP철책에 센서를 설치하되 2차 북철책 너머에 있는 적까지도 감지할 수 있는 공간감지센서를 설치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경우 1차 GOP철책에 설치된 공간감지센서가 2차 북철책에 접근하는 적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어 적이 3중 철책을 모두 넘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 만큼 대응시간이 확보된다.

 

침입감지센서 성능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시험평가 방법 개선 필요

 

아울러 침입감지센서의 성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시험평가 방법의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시험평가 방법은 침입자가 철책 반대편 지면으로 몸이 완전히 통과하기 전까지 감지해도 성공으로 판정한다. 즉, 1차 GOP철책에서 남쪽으로 뛰어내리기 직전까지 탐지하지 못해도 성공으로 판정될 수 있다. 철책에 접근하기 전에 사전 감지한 경우나 철책을 넘기 직전에 감지한 경우나 모두 감지 성공으로 판정될 뿐 평가 점수에는 전혀 차이가 없다. 

 

하지만 철책 접근 전에 사전 감지하는 것은 철책 절단이나 월책에 의한 진동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훨씬 감지하기 어려우며 오경보도 많이 발생한다. 침입감지센서를 개발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평가 점수가 똑같으니 오경보 위험을 무릅쓰고 사전감지 성능 향상에 노력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GOP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이 성공하려면 철책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전에 감지할수록 가점을 부여하는 방법이 도입돼야 한다. 

 

이와 함께 보완해야 할 부분은 침입감지센서의 감지율이 95% 이상이면 모두 같은 점수가 부여되는 평가 방법이다. 현재는 감지율이 95%이든 100%이든 점수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감지율이 높을수록 비례적으로 가점이 부가돼야 하며, 오경보 발생 횟수도 적을수록 가점이 부가되는 것으로 평가 방법이 변경돼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개된 자리에서 시험평가 방법을 업체별로 제안하게 하고 서로 논의해 합당한 방법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AI 기반의 공간감지센서를 활용해 벨트개념의 경계체계를 구축하고 기술 발전을 유도할 수 있도록 시험평가 방법이 전면 개선된다면 그동안 GOP과학화경계시스템에서 나타난 많은 문제를 상당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 시험평가가 정말 제대로 이뤄지는지 사업 주관기관인 방위사업청은 물론 국회 국방위원회 차원에서도 직접 현장에서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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