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겨냥한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의 ‘수출형 잠수함’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를 겨냥한 K-잠수함 수출에 나섰다. 오르카 프로젝트는 폴란드가 해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잠수함 3척을 구매하는 사업으로 사업비는 6∼8조 규모로 예상된다. 현재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와 프랑스의 ‘나발 그룹’, 스페인의 ‘나반티아’, 스웨덴의 ‘사브’ 등이 한국기업과 수주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 2024)에서 자체 설계한 3600톤급 ‘장보고-Ⅲ’ 잠수함 모형을 전시하고, 폴란드 대표 방산그룹인 WB그룹과 잠수함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WB그룹과 독자적 유지·보수·정비(MRO) 패키지를 구성하고, 오르카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현지 방산그룹과 손을 잡은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8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폴란드 해군과 조선산업을 위한 한·폴란드 협력의 새 시대’를 주제로 ‘프로모션데이’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 HD현대중공업은 폴란드에 제안 예정인 2300톤급 잠수함(모델명 HDS-2300)과 탑재되는 주요 시스템 및 토탈 솔루션을 선보였다.
23일에는 폴란드 대통령을 수행해 방한한 토마스 슈브릭 해군사관학교 교장(해군 소장)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잇달아 방문해 잠수함 건조 현장을 둘러봤다. 그는 한국의 양대 조선소를 직접 살펴본 뒤 “높은 기술력과 최첨단 건조 역량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향후 양국 간 해양산업 협력을 위한 유익한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그간 국내 조선업체의 잠수함 수출사례는 2011년과 2019년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 전신)이 인도네시아에서 수주한 6척이 유일하다. 그나마 나중에 수주한 3척은 아직 인도네시아와 계약도 발효되지 않은 상황이다. 폴란드 수출이 현실화되면 K-잠수함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오르카’ 프로젝트에 이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다음 격전지는 캐나다가 될 것이 예상된다. 부대시설, 부속품포함 60조 규모로 추정되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은 노후화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교체하기 위해 3000톤급 신형 디젤 잠수함 8∼12척을 도입하는 사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 해군이 운용 중인 장보고-Ⅲ(도산안창호급) 배치-Ⅰ잠수함은 3000톤급으로 3척이 건조됐다. 시제함인 도산안창호함과 2번함인 안무함은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실전 배치됐으며, 3번함인 신채호함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전력화 중이다. 이어 추진된 장보고-Ⅲ 배치-Ⅱ 사업은 3600톤급 3척을 건조하는 것으로 모두 한화오션이 수주해 건조하고 있다.
따라서 3000톤급 이상 잠수함의 수주실적만 보면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을 앞서는 건조 능력과 기술 역량을 보인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하지만 이전의 1800톤급 장보고-Ⅱ(손원일급) 잠수함 건조실적에서는 총 9척 중 6척을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3척을 건조한 대우조선해양을 앞서는 상황이다.
현재 한화오션은 3600톤급(장보고-Ⅲ 배치-Ⅱ) 모델인 ‘KSS-Ⅲ 배치-Ⅱ’를 수출용 잠수함으로 제시하고 있다. KSS-Ⅲ는 중어뢰, 대함미사일, 잠대지 순항미사일, 자항기뢰 등의 탑재무장을 발사하는 어뢰발사관과 잠대지 탄도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수직발사관이 기본으로 장착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잠수함용 리튬이온 배터리와 산소·수소연료전지 기반의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동력원으로 최대 3주(21일)간 잠항할 수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국 해군에서 전력화해 운용 중이어서 월등한 성능이 검증된 잠수함인 데다, 계약 체결 후 6년 이내 선도함을 인도할 수 있으며, 기술이전 및 현지화 등을 통해 폴란드의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은 신채호함 기반의 3000톤급(KSS-ⅢP)과 함께 2300톤급 모델인 ‘HDS-2300’을 수출용 잠수함으로 새롭게 내놓았다. 기존의 노후 잠수함 교체 수요가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데다, 3000톤급 이상의 대형(High급) 잠수함 수출 시장과 겹치지 않도록 중소형(Middle급) 잠수함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Middle급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폴란드 프로모션데이 당시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며 “2000톤급 이하의 잠수함 모델도 개발 중인데, 가성비 좋은 다종의 모델을 확보해 구매국 요구조건을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