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4.10.20 07:00 ㅣ 수정 : 2024.10.20 07:00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 위해 11월 정기인사 단행 가능성 SK그룹, '리밸런싱 전략' 통해 비주력 사업 접고 미래 핵심 사업 집중 현대차그룹, 올해 역대급 실적 전망...EV· AAM 등 미래사업 중심 인사 LG그룹, 젊은 리더십 강화해 미래 먹거리 사업 성장에 속도 낼 방침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해마다 연말 무렵 시행되는 재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은 기업의 다음 해 경영 기조나 방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지표이기 때문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진다.
이와 관련해 최근 2년간 임원 인사 키워드는 '혁신’과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뒀다.
2023년과 2024년 임원인사는 경기침체 지속에 따른 불확실성에 경험과 노하우가 검증된 인사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일부 세대교체 등 시도는 있었지만 안정이라는 틀은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글로벌 경기둔화,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지정학적 변수가 지속되고 있지만 안정보다는 조직개편, 인사쇄신 돌풍이 다가오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기인사를 예년보다 앞당긴 11월에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일반적으로 12월 초에 사장단 인사와 신규 임원 승진자를 발표했지만 지난해에는 이례적으로 예년보다 일주일 가량 빠른 11월 말에 인사를 단행했다. 그해 저조했던 실적을 빠르게 회복하고 이듬해 반도체 업황 반등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발표한 잠정실적에서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고 실적 부진 전망에 전영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장(부회장)이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반도체 사업이 여전히 위기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올해에도 이른 정기인사로 내년 경영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부 분위기를 되살리기 위해 지난 5월 DS부문 수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하는 과감한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그리고 전 부회장은 취임 후 태스크포스(TF)로 운영돼 온 HBM(고(高)대역폭메모리) 인력을 메모리사업부 'HBM 개발팀'으로 흡수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시기에 관계없이, 어떤 직책이나 직급도 인사 수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셈이다.
'리밸런싱(Rebalancing·구조조정)'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SK그룹은 연말 인력쇄신을 통해 그룹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통상 12월 첫째주 목요일에 있었던 정기인사를 올해는 10월 CEO 세미나 이후 서둘러 준비한 후 11월에 시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CEO 세미나는 △6월 경영전략회의 △8월 이천포럼과 함께 SK그룹의 3대 회의로 꼽히는 주요 연례 행사다. SK그룹은 CEO 세미나에서 미래전략을 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리밸런싱 작업을 가속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접고 미래 핵심 산업에 집중한다’는 리밸런싱 기조는 이번 인사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그룹 건설 계열사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반도체 관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테크사업 조직’을 새롭게 설립하고 에너지와 환경 분야 조직을 손봤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임원 17명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2명이 새롭게 임원으로 승진했다. 다만 물러난 임원 가운데 일부는 추후 자회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어 실제 감축 인원은 10여명으로 예상된다.
이보다 앞서 지난 5월 SK그룹은 김형근 당시 SK E&S 재무부분장을 SK에코플랜트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는 이례적인 인사를 단행해 눈길을 끌었다. 리밸런싱 대상으로 알려진 SK에코플랜트의 이 같은 인사 행보는 SK ‘인사 리밸런싱’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예년과 비슷한 인사 시기와 방향성이 예측되는 그룹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몇 년간 대표이사·사장 인사는 11월, 임원 승진 인사는 12월에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현대차는 '성과주의' 경영원칙에 따라 역대 최대 규모인 252명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올해 또다시 역대급 실적 경신이 예측되는 현대차는 전기차(EV),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사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사를 할 지 기대를 모은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을 주축으로 지난달 사장단 워크숍을 가졌으며 이달 말부터 약 한 달간 계열사별로 사업 보고회가 예정돼 있다. 이를 기반으로 LG그룹은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조직개편과 인사를 실시할 전망이다.
LG그룹은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표이사 교체가 이뤄져 수뇌부 인사폭은 크지 않고 젊은 리더십을 강화해 미래 사업 성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재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세계 경제가 계속 어렵고 불확실성이 커 내년도 경기회복을 확신할 수 없다"며 "조기 인사는 위기상황을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는 내년 사업을 이끌어갈 임원진을 미리 구성해 대응책을 구성하라는 취지”라며 “주요 기업들이 안정 혹은 변화 등 한쪽에 치우치기 않고 체질 개선이 필요한 곳은 과감하게, 내실강화가 필요한 곳은 안정적인 인사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