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점검 강조해도 반복되는 금융사고…제도 실효성 물음표

김세정 기자 입력 : 2024.10.17 08:25 ㅣ 수정 : 2024.10.20 22:14

금융사고 발생 10건 중 6건이 은행권
금융사고 금액 회수율 9.1%에 그쳐
횡령 방조·지시한 관련자 10명 중 8명 ‘경징계’
전문가, ‘준법감시 인력 충원·전문성 있는 외부 인사 유입’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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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금융감독원은 이달 각 은행으로부터 분기별 내부통제 현황을 보고받고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최근엔 은행권 여신 프로세스 개선 TF도 꾸리는 등 금융사고 예방에 힘을 쏟아왔다. 그러나 은행 내 각종 횡령과 배임 사고는 늘어만 가고, 금융사고 10건 중 6건이 은행권에서 발생하는 상황이다.

 

내부통제 관리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만, 금융사고 관련자가 대부분 경징계를 받는 솜방망이 처벌과 준법감시 인력의 전문성 부족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고질적인 악순환을 막기 어려워 보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국내 은행들로부터 올해 2분기 내부통제 혁신 방안 이행 현황을 제출받았다. 제출 항목은 준법감시부서 최소 인력 기준, 동일 부서 장기근무자 인사관리 체계 등이다.

 

지난달엔 은행권의 부당대출과 횡령 등 연이은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금감원이 대출 프로세스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대출 서류와 담보 가치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은행권의 금융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발생한 금융사고는 대출 프로세스의 허점을 잘 아는 내부 직원이 주도한 경우가 많았고, 규모도 100억원대 이상으로 대형화됐다.

 

설상가상으로 사고 금액 회수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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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2024년 8월까지 은행권 임직원 횡령 사건 내역. [표=뉴스투데이 / 자료=강민국 의원실, 금융감독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은행권에서 발생한 횡령·유용·배임 사고는 190건, 금액은 2781억468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회수된 금액은 전체 사고금액의 9.1%인 251억8470만원에 그쳤다.

 

김 의원은 “막대한 규모의 금융사고와 금액 대비 낮은 회수율은 결국 금융소비자에게 비용으로 전가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막대한 규모의 횡령을 방조하거나 지시한 관련자들에 대해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원인 중 하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지난 7년여 간 발생한 횡령 사고 관련 금융사 자체 징계와 금감원의 제재 조치 사항을 분석한 결과, 횡령 사고 행위자인 사고자는 137명, 관련자는 586명 등 총 723명이다.

 

이 가운데 사고자 137명의 제재 조치를 징계 수위별로 살펴보면, 중징계인 ‘면직’이 130명(94.9%), ‘정직’ 5명(3.7%), ‘감봉’ 1명(0.7%), ‘기타’ 1명(0.7%) 등이다.

 

횡령 사고 관계자 586명 중 중징계에 해당하는 ‘면직’은 6명, ‘정직’은 16명, ‘감봉’은 99명이었다. 반면 경징계에 해당하는 ‘견책’은 159명, ‘주의’는 304명, ‘기타’ 2명이었다.

 

최하위 제재 조치인 ‘주의’가 51.9%인 반면 중징계를 받은 관련자는 20.7%에 불과했다. 10명 중 8명은 경징계에 그친 것이다.

 

강 의원은 “횡령 사고를 일으킨 사고자 뿐만 아니라 관련자에 대한 징계 수위 역시 강화하도록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 세칙’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금감원에 횡령사고 제재 수위 강화를 촉구했다.

 

금융사의 내부통제 관련 법무를 총괄하는 준법감시인 제도 운영에 있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선 당연히 이를 담당하는 조직을 확대하고 인원을 보강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이원준 경제학 박사는 “주요국 금융당국들은 금융회사에 내부통제 인력 충원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거나 규제 강화 및 벌금 부과 시 시정조치 등의 방법으로 유도함으로써 금융위기 이후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준법감시 조직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0년 미국의 씨티그룹(Citigroup)은 놀랍게도 그룹 전체 인원의 15%인 3만명의 직원이 리스크나 컴플라이언스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고 공시했다”며 “이는 10년 전 4.3%에 비해 3배 이상 내부통제 및 준법감시 인원이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준법감시 인력 충원뿐 아니라 전문성 있는 외부 인사 유입도 중요하다.

 

보험연구원의 양승현·손민숙 연구원은 “금융회사가 과도한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위험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큰데도 위험 관리에 전문성이 없는 감사위원회나 준법감시인이 이를 담당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내 은행은 현재 내부 출신의 준법감시인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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