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양극화 이어질 전망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희비 엇갈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국내 양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분기에 희비(喜悲)가 엇갈린 가운데 이 같은 흐름이 4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주력인 범용 D램이 스마트폰과 PC시장 침체로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AI(인공지능)서버에 탑재되는 HBM(고(高)대역폭메모리)을 만드는 SK하이닉스는 실적 호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AI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D램이 답보상태인 이른바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잠정실적이 연결기준 매출액 79조원과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이다. 3분기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6.6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에 비해 12.84% 감소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 (실적 전망치)인 영업이익 10조7717억원을 밑돌며 어닝 쇼크(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를 피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즉각 사과문을 발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잠정실적이니 만큼 사업부별 구체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 실적이 부진한 데 따른 행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 시장 경쟁력 약화가 이번 분기 실적의 주원인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범용 D램의 더딘 회복도 실적 부진에 한 몫했다.
증권계가 바라 본 삼성전자 3분기 DS부문 영업이익은 5조~6조원, 낮게는 4조원대까지 보고 있다. 잠정실적 발표 후 대신증권은 4.0조원(메모리 5.5조원, 파운드리 -1.5조원), 교보증권은 4.1조원(메모리 5.4조, LSI·파운드리 -1.5조) 예상치를 내놨다.
경쟁업체 SK하이닉스는 아직 3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을 뛰어넘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역시 범용 D램 시장 약세를 피할 수는 없지만 HBM 수요 증가로 이를 상쇄할 것이라는 얘기다.
SK하이닉스 3분기 영업이익을 6조7000억원으로 예측한 신한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는 모바일과 PC용 메모리 수요 감소와 환율 영향, 일회성 비용을 반영해 잠정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HBM 수요체 증가와 선단 노드(1b) 전환 가속화에 힘입어 HBM3E 12단을 경쟁업체보다 1개 분기 이상 빨리 양산할 것으로 보이는 등 경쟁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3분기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을 7.0조원으로 내다 본 SK증권은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 가운데 HBM 비중이 30%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며 "PC 등 세트 수요가 부진하지만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SK증권은 또 "SK하이닉스는 올해 4분기에도 HBM 출하 확대와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 강세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올해 3분기 범용 D램과 HBM이 보여준 메모리 양극화 현상으로 두 업체간 매출 희비 쌍곡선은 4분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8~13% 증가세를 보인 범용 D램 가격이 4분기에는 0~5% 상승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PC, 모바일 등 IT(정보기술) 기기 소비 둔화에 따른 것이다.
이에 비해 HBM 가격 상승세는 계속돼 인상률이 4분기에 8~13% 이를 전망이다.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HBM의 점유율은 3분기 6%에서 4분기에 7%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반적으로 HBM은 같은 용량의 일반 D램과 비교해 많게는 5배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1% 증가율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 'HBM3E 8단'을 미국 AI반도체 선두주자 엔비디아에 납품한 데 이어 세계 최초로 HBM3E 12단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반도체 '블랙웰(Blackwell)' 시리즈가 내년 상반기 예정대로 출시되면 HBM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반면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HBM3E 8단 납품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에 엔비디아에 납품을 확정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전히 퀄테스트(품질 검증)가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납품 가능성은 이르면 4분기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퀄테스트가 통과한 후 본격적으로 납품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4분기 퀄테스트를 통과해도 결국 납품은 내년에야 기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올해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간 HBM 시장 우위가 뒤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때 AI 거품론으로 HBM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는 결국 기우였음이 양사 실적을 통해 확인됐다"며 "내년 반도체 시장 화두 역시 HBM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결국 삼성전자 차세대 HBM의 엔비디아 퀄테스트 통과 시점과 양사 간 맞춤형 HBM 선점 경쟁이 향후 주요 관전포인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