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전기 먹는 하마 AI, 원전 르네상스 불러올 수 있을까?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4.10.14 00:30 ㅣ 수정 : 2024.10.14 00:30

[기사요약]
AI의 전력소비량, 2년 후엔 일본 전체 전력소비량과 맞먹을 것으로 전망
마이크로소프트(MS), 2019년 폐쇄된 쓰리마일 원전1호기 재가동 추진
미국 에너지부, 향후 188~269GW 원전 증설 가능할 것으로 추산
미국의 원전 드라이브, 미-중 패권전쟁의 일환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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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폐쇄된 미국의 쓰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1호기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의해 재가동될 예정이다. [출처=CNN]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명예 KIET Fellow] AI 시대를 맞이하여 전력소비가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은 상식이다.

 

AI가 본격 보급됨에 따라 전력소비가 늘어나는 과정은 우선 전세계에 분포하는 전력소비가 막대한 데이터센터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 AI의 전력소비, 재작년 460TWh에서 2년 후엔 1000TWh로 급증 전망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전망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소비는 2022년 약 460TWh로서 전세계 전력소비의 약 2%를 차지했는데 2026년에는 두 배 이상인 최대 1000TWh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양은 현재 일본의 연간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 엄청난 양이다.

 

특히 거대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이미 2019년 폐쇄된 쓰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1호기의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구글 등 거대 IT기업의 RE100 요구 등과는 상반된 움직임으로서 이미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에 대한 기대를 표시한 빌 게이츠의 원전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AI시대의 급증하는 전력소비에 부응하기 위해서 원전의 도움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쓰리마일 아일랜드 원전은 1979년 원전 사고를 통해 유명한 원전이지만 1호기의 경우 사고와 무관하며 정상적으로 운영되어 오다 비교적 최근인 2019년 폐쇄되었기 때문에 재가동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경로는 반도체 제조에 따른 전력소비이다.

 

예를 들어 대만의 TSMC는 현재 국가 연간 전력소비에서 약 10분의 1을 차지할 정도이며 삼성전자 역시 우리나라 연간 총 전력소비에서 약 2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SK하이닉스를 포함할 경우 이 비중은 TSMC와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건설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총 전력수요를 맞추려면 약 10GW의 전력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원전 약 10기분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이다.

 

< AI 시대 이전과 이후의 전세계 전력소비 증가 패턴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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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20개월마다 2배로 증가해 온 전세계 전력소비량은 AI시대를 맞이하여 6개월로 단축되고 있다. [출처=Carbon Credits]

 


• 미국, 기존 화력발전소 또는 기존 원전 부지 이용해서 최대 원전 288기 증설 가능

 

한편 최근 미국 에너지부는 이렇듯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원전의 잠재량을 추산한 결과를 지난 9월 초 발표했다.

 

물론 미국도 탄소 중립을 향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기화로의 전환을 위해 태양광 및 풍력 등의 설비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IRA 등을 통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태양광 및 풍력은 간헐성 등으로 인해 에너지저장장치의 보완과 전력망의 개선이 수반되지 않는 한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원전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는 미국은 아직 SMR의 상용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전통적인 원전의 확대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에너지부는 기존 화력발전소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과  기존 원전 부지를 활용하는 것을 분리하여 원전 설비능력의 추가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르면 원전 부지로 적합할 수 있는 145개 화력발전소 부지 중 활용가능한 부지에 대한 분석결과 약 79%인 115개 부지의 경우 1117MW의 대형 원전을 설치할 수 있고, 145개 중 94%인 136개에는 1000MW 등급의 대형 원전을, 그리고 145개 전체 화력발전소 부지에는 일반적인 600MW 원전을 설치할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미국 에너지부의 화력발전소 부지 활용 원전 증설 잠재량 추정(단위: 기 및 G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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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미국 에너지부(2024.9.3)

 

또한, 기존 원전 부지를 활용할 경우 54개 중 69%인 37개 부지에 대형 원전을 설치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주별로는 24개 주에 대형 원전을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현재 원전 부지 54개 중 76%인 41개가 50에이커 정도이므로 일반적인 600MW급 원전을 추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미국 에너지부의 원전 부지 활용 원전 증설 잠재량 추정(단위: 기 및 G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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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미국 에너지부(2024.9.3)

 


• 미국의 원전 드라이브, AI시대 대비와 중국 견제의 양수겸장 전략일 가능성도..

 

이렇듯 미국 정부가 원전 르네상스를 방불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중국이 있을 수도 있다. 주지하다시피 태양광 전세계 밸류체인에서 중국은 웨이퍼에서 셀 및 모듈까지 거의 모든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 시대를 맞이하여 저가형에서 고급형까지 전기차 모델을 쏟아내고 있는 중국을 미국과 유럽이 높은 관세 장벽을 통해 저지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탄소중립을 위한 미국 등 선진국의 노력이 결국에는 중국에 이익을 가져다 줄뿐이라는 인식은 미국으로서는 매우 큰 리스크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최첨단국가이면서 제조업 기반이 매우 취약한 미국으로서는 일반 소비재에서 첨단 제품까지 전세계의 제조공장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견제할 필요성이 있는데 미국의 원전 드라이브는 이러한 일환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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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가동에 들어간 미국 보글 원전 3호기와 금년 가동에 들어간 보글 4호기 전경 [출처=Nuclear Energy Agency]

 

그런데 동맹관계로 우리와 굳건히 결속되어 있는 미국의 원전 드라이브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원전 시장에 우리의 원전 수출도 부품 수출 등 어떤 형태로든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우리의 원전 산업 발전과 산업생태계의 지속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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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대종(Daejong Gwak)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박사 / 산업연구원 명예 KIET Fellow / (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환경·기술분과 위원 / (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평가위원 / (전) 산자부 연구개발사업 평가위원 / (전) 규제개혁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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