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 역량 강화하는 유통업계...소비자 신뢰도 높인다
[뉴스투데이=남지유 기자]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 기업들이 저마다 개인정보 보호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외부 해킹과 시스템 오류, 휴먼에러(사용자 오류) 등 다양한 경로로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발생해 소비자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기업의 신뢰도 저하와 재정적 피해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일례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7월 한국 고객 정보를 고지 없이 중국 판매업체에 넘긴 이유로 중국계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에 과징금 약 20억 원을 부과했다. 알리와 함께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일었던 테무는 추가 논의를 거쳐 처분하기로 했다.
이러한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유통업계는 보다 안전한 시스템과 서비스를 도입하며 개인정보 보호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롯데홈쇼핑은 고객 정보 유출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지난 9월 업계 최초로 고객 이름과 연락처를 제거한 ‘보안택배 서비스’를 도입했다.
‘보안택배 서비스’는 개인정보 대신 이름과 연락처 등의 정보를 암호화한 ‘홈넘버’를 입력해 온라인으로 구매한 상품을 배송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택배 운송장에는 가입 후 발급 받은 ‘홈넘버’가 보여지며, 이를 통해 본인의 주문 상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향후 이름과 연락처 뿐만 아니라 주소지도 ‘홈넘버’에 포함해 고객 정보보안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지난 3월 택배 업계 최초로 ‘운송장 없는 택배’ 서비스에 시동을 걸었다. 택배 박스 테이프 표면에 운송장 정보 직접 인쇄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운송장 폐기물 감소와 고객 정보 보호 등 ESG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는 게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설명이다. 택배 운송장 사용량 감축을 통해 친환경 경영을 실현하고, 소비자는 박스를 개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테이프를 제거할 수 있어 택배 운송장에 비해 개인정보 보호도 더욱 강화되게 됐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공식 홈페이지 내 ‘개인정보 보호센터’ 메뉴를 신설했다. 해당 메뉴를 통해 주요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의 개인정보 수집부터 파기까지 전 과정을 공개하고 있다. 업계에서 이처럼 개인정보 활용 및 관리 현황을 투명하게 오픈하는 건 현대백화점이 처음이다.
개인정보 보호센터 세부 항목 중 ‘마이 프라이버시(My Privacy)’를 클릭하면 고객이 이용하는 서비스별로 수집항목과 수집목적, 보유 및 이용기간이 공개돼 있다. 서비스 가입과 함께 수집‧처리되는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고객이 추가적인 서비스 이용을 위해 제공에 동의한 개인정보 현황까지 전반적으로 확인 가능하다.
고객은 개인정보의 주체로서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정보가 수집됐다고 판단될 경우 현대백화점에 개인정보 삭제 또는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박근호 현대백화점 회원운영관리담당(CPO) 상무는 “현재 기업의 고객 개인정보 활용 현황 공개는 의무가 아니지만 고객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는 것은 윤리경영을 위한 기본 자세”라며 “이를 위해 법적 의무를 상회하는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개인정보 보호 전략을 강화하다 보면 지속가능한 경영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고객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와 서비스를 마련해 기업 신뢰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